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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삶이란 참… 비우고 버릴수록 채워지네 2013-03-25 영남일보
김효선 | 조회 743

김효선 조각전 29일까지 DGB갤러리

 

여성 조각가의 섬세함으로 연탄·주전자 등 일상 소재에 따뜻한 감성 불어넣어

 

 


김효선 작 ‘채움과 비움’

 

조각가 김효선은 잘 웃는다. 작가로서의 삶이 그리 녹록지 않고, 여성 조각가로서 작업을 하는 데서 오는 육체적 고달픔이 클 텐데도 그는 늘 웃는 얼굴이다.

그는 주로 나무를 이용해 작업한다. 돌, 쇠에 비하면 나무를 소재로 쓰는 것이 좀 더 편할 수 있지만 늘 나무를 깎고 다듬는 과정은 여성으로서 힘들 수밖에 없다. 이것이 조각 분야에 여성 작가가 많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남자 조각가들도 오랜 시간의 작업으로 인해 오는 육체적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처럼 쉽지 않은 조각작업을 하는데 작가의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의 작품을 보면 짐작이 가능하다. 그의 작품에는 여성 조각가 특유의 감성이 잘 녹아 있다. 그는 우리의 일상을 조각작업으로 드러낸다. 연탄, 주전자 등이 작품의 단골소재다.

주전자를 소재로 한 ‘비움과 채움’은 비우고 채우고를 반복하는 주전자를 통해 우리 삶의 모습과 삶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사람들은 늘 무언가를 채우려고만 한다. 하지만 무언가를 채우기 위해 존재하는 주전자는 비워내야만 제 가치를 인정받는다. 그러면서 늘 가득 차 있지도 않다. 욕심을 버리고, 비움으로써 다시 채울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일깨워준다.

연탄을 소재로 한 ‘불꽃화석’ 역시 우리의 삶을 뒤돌아보게 한다. 연탄은 제 몸을 태워 빛과 열을 낸다. 발갛게 타오르는 모습이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추위를 쫓아내고 따뜻함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제 몸을 태우지 않으면 그냥 까만 덩어리에 불과하다. 우리 사회는 연탄처럼 제 몸을 태워 다른 사람을 돕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유지된다. 이처럼 세상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녹아 있는 작품이 바로 불꽃화석이다.

불꽃화석 연작을 중심으로 이 같은 작가의 따뜻한 감성이 잘 녹아 있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전시가 25~29일 DGB갤러리에서 열린다.

‘사물사색(事物思索)’이란 타이틀로 열리는 이번 전시에는 ‘미인의 흉상’이라는 꽃과 인체를 소재로 한 작품들도 소개된다. 인체의 곡선을 단순화한 꽃병 형상에 이제 막 피어난 꽃을 담았다. 그 꽃들의 색상에서 작가는 또 한 번 인간의 따뜻한 체온을 느끼게 한다. 빨강, 주황, 노랑 등은 보는 이들의 가슴을 환하게 해준다. 또 이 꽃은 자신의 아름다운 잎을 떨궈내고 사라져야만 열매를 맺는 슬픈 운명을 갖고 있다. 이 역시 연탄과 비슷하다.

작가는 “예술가의 삶이 늘 즐겁진 않지만, 예술을 하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 이런 나무를 만지고, 그 속에 내 속에 있는 아름다운 이야기를 쏟아낼 때가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항상 주변에 있기에 너무나 사소해서 그 유익함을 못 느끼고 흘려보내는 물건의 의미에 대해 주관적 사색을 담은 작품이다. 나무의 몸을 도화지 삼아 조각도로 아름다운 우리의 삶과 이 삶이 어떻게 나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을 작품에 투영했다”고 설명했다. (053)740-2893

김수영기자 syki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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