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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실한 기본 위에 자유를 그리다 - 대구신문 2013년 9월17일 화요일
김부기 | 조회 1,257

충실한 기본 위에 자유를 그리다

 

서예가·교사 김부기 씨
교직생활 40여년 틈틈이 작품활동
정년퇴임 기념전 성경말씀 39점 제작
27일부터 9월1일까지 아양아트센터
판매 수익금 전액, 학생들 장학금 활용

 

가을을 재촉하는 반가운 비가 곱게도 내리던 지난 23일, 백산 김부기 선생을 찾았다. ‘글씨와 사람은 닮는다’는 공식을 비껴가지 않는 듯, 단아하면서도 확고한 소신의 소유자인 그가 반갑게 맞아 주었다. 꼿꼿하면서도 자유가 넘치는 그의 글씨와 단아한 그의 인상이 쌍둥이 처럼 닮아 있었다.

백산(白山) 김부기 선생을 찾은 이유는 교사와 신앙인, 서예가의 삶을 숙명으로 알고 평생을 살아온 그가 오는 31일 대구효신초등학교 교장을 끝으로 42년 6개월 간의 교직생활을 마무리하며 특별한 전시를 연다고 해서였다. 오는 27일부터 9월1일까지 아양아트센터에서 ‘백산 김부기 성경말씀 서예’전을 정년퇴임 기념전으로 여는 것이다.

“더 열심히 못한 것과 부족했던 것만 떠오른다”며 정년 퇴임을 앞두고 소회를 밝히는 그의 두 번째 개인전이기도 한 이번 전시에는 김 작가가 대구북성교회 시무장로로 종교생활을 하면서 감명 받았던 성경말씀을 제작한 작품 39점이 소개된다.

“성경말씀은 영원한 베스트셀러이지요. 인간에게 필요한 윤리와 도덕이 성경 안에 다 들어있어요.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에게나 믿지 않는 사람에게나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보편윤리이며 진리지요.” 


김부기 작가의 작품 이사야 41장 10절 ‘두려워 하지 말라’

 

김 작가가 서예가로 발을 들여 놓은 것은 교직생활을 갓 시작한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린 시절부터 유달리 서예를 좋아해 꾸준하게 습작해 온 것이 배경이 됐다. 글씨는 동애 소효영 선생을, 문인화는 죽농 서동균 선생의 자제인 야정 서근섭 선생을 스승으로 모시고 본격적으로 서예가의 길로 접어들었다. 어느새 서예인생 어언 40여 년을 훌쩍 넘긴 세월이다.

문인화와 한문으로 전국시도민전 특선, 신라미술대상전 특선, 대한민국미술대전 입선, 대구시전 한글부 최고상 등 각종 대전에 입·특선하고, 대구서학회 회장, (사)한국서예협회 대구시 지부장, 대구시서예대전 운영위원장 등의 역할을 맡으며 교사 못지않는 서예가로서의 역량을 넓혀왔다.

한문과 문인화로 시작하고 각종 상을 타기도 했지만, 지금은 주로 한글을 위주로 작품을 제작하고 있다. “서예가 주로 선인들의 좋은 말씀을 써서 함께 나누는 것인데, 한문으로 하면 젊은이들이 잘 몰라요. 지금 시대가 한글시대이니 시대적 요구에 서예도 맞춰가야 하지 않겠어요.”

그의 글씨는 도에 어긋나지 않으면서도 자유와 기개가 넘친다는 평을 듣고 있다. 이는 그가 평생을 지켜온 서예가로서의 소신이기도 하다. “요즘은 기본 서체에 충실하지 않으면서 변형적이고 추상적인 그림화에 빠지고 거기에 작품성을 부여하고 있는데, 저는 그런 것 바람직하지 않아 보여요. 충실한 기본 바탕 위에서 자신의 개성을 표현해야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이 되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서예가 인생을 풍요롭게 한 자원이었다”는 그의 설명에 미뤄볼 때, 서예가의 삶과 교사로서의 이중적 삶이 그에게는 상호보완적이며 풍요로움의 원천이었을 것이다. “서예가 정식으로 방과후 특별수업 과목이 되기 전까지 아이들에게 봉사로 서예를 가르쳐 왔어요. 아이들의 집중력을 높이고 인성을 기르는데 서예가 좋은 방편이 될 수 있다는 소신으로 힘든 줄 모르고 했던 것 같아요. 제가 좋아하는 서예의 좋은 점을 아이들과 함께 나누는 것이 제게는 큰 보람이었지요.”

바쁜 학교생활로 주말에만 작품 활동을 해 온 그에게 정년퇴임은 본격적인 작가로서의 삶의 시작을 의미한다. 시간 구애 없이 작품활동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지만 아직은 교직을 떠나는 아쉬움이 더 크게 다가온다는 그다. “평생 아이들과 함께 여서 행복했다”는 그의 이번 전시는 제자들에게 남기는 선물이다. 작품 판매 수익금 전액을 학생들의 장학기금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돌이켜보면 학생들이 제 행복의 원천이었지요. 더 잘하지 못하고, 더 주지 못한 것이 회환으로 남기도 해요. 이번 전시가 학생들에게 전하는 저의 마지막 사랑이자 선물이었으면 하는 바램이에요.”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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