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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평론

발에 드리운 대나무…봄바람에 흩날리네 - 대구일보 -
관리자 | 조회 746

발에 드리운 대나무…봄바람에 흩날리네

 

긴 대 엮어 만든 발에 매화·버드나무 등 접목 숨김과 드러남이 만드는 묘한 조화 담아 내달 4일까지 맥향화랑서 작품 44점 선보여

2015.03.25
 


가늘고 긴 대를 줄로 엮거나 줄 따위를 여러개 나란히 늘어뜨려 만들어진 ‘발’.
‘발’ 뒤로 화사하게 꽃망울을 터뜨린 매화꽃이 흐드러져 있다.
늘어진 가지의 버드나무잎이 춤을 추고 있기도 하고, 대나무잎이 바람을 타고 흩날리고 있기도 하다. 
커다란 보름달이 두둥실 떠 있기도 하다.

가만히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잠시나마 평온한 마음이 깃든다.

한국화가 김봉천의 작품이다. 

작가의 작품을 맥향화랑에서 선보이고 있다.
작가의 21번째 개인전이다. 
맥향화랑 개관 39주년 기념전으로 마련됐다.

작가는 10년 전부터 ‘발’을 소재로 한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왜 ‘발’일까. 
작가는 “‘발’은 창호지 등과 같이 숨김 속에서 드러남을 존재하게 하는 장치다.
숨김 속에서 드러나게 된 대상은 그 즉물성이 제거돼 베일이 드러워진 미인이나 안개가 자욱한 풍경과도 같다. 
미인이나 풍경은 그 자체로도 충분히 아름답지만 베일과 안개로 인해 일상성이 소거됨으로써 대상이 더욱 미적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작가는 이처럼 ‘발’을 통해 숨김과 드러남이 만들어내는 묘한 조화로움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전시의 주제도 ‘은-현(숨김-드러남)’이다.

가로와 세로의 절묘한 조화도 눈에 띈다.

작가는 긴 대가 가로로 엮인 발 뒤로 나무잎을 아래로 흐드러지게 표현, 세로로 처리했다. 
이를 통해 형태적 안정감을 표현하고 있다.

‘발’이란 동일한 소재로 작업을 해오고 있는 작가지만 작품의 변화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작가는 초기에 수묵과 함께 한국화의 기본틀이라고 할 수 있는 화선지를 사용했다. 
이후 작가는 두꺼운 하드보드지를 택했다.
하드보드지 화면 위에 색을 입히고 가로로 칼집을 내어 격자 형식으로 뜯어내는 기법을 사용한 것. 
또한 기존에 발을 직선으로 표현하고 발 뒤에 나무잎을 그렸던데서 벗어나 최근에는 발 자체의 느낌이 최대한 살아나도록 발의 선을 부드럽게 처리했다.
발 뒤의 사물도 대나무, 자작나무 등에서 매화나무, 달 등으로 소재를 넓혔다.

최근에는 ‘발’뿐만 아니라 ‘물결’을 활용한 작품도 선보이고 있다.

우연히 늦은 저녁 대백프라자 주변의 신천변을 걷다가 다채로운 색의 조명을 담은 물 위의 모습에 매료돼 화폭에 담기 시작한 것.
무엇보다도 ‘물결’이 ‘발’과 같이 숨김과 드러남의 미학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소재라는 생각 때문이었다는 것이 작가의 얘기다.

작가는 “‘발’이나 ‘물결’ 모두 무엇인가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신비로움을 준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를 통해 관람객들이 발과 물결 너머의 새로운 세상을 상상하게끔 했다”고 설명했다. 

전시에서는 작가의 최신작 등 44점의 작품을 소개한다.

4월4일까지. 문의: 053-421-2005 
이혜림 기자 lhl@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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