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가 김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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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수: 11    업데이트: 13-12-13 12:46

작가노트

2013-02-26 [문화산책] 오마주
아트코리아 | 조회 1,019

오마주는 다른 예술가나 감독에 대한 경의의 표현으로 특정 대사나 장면 등을 인용하는 것을 말한다. 때론 허락을 받거나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그러한 표현이 기존의 원안에 대한 예의를 갖춘 존경의 표현이라면 얼마든지 인용할 수 있다.

영화를 보다보면 이러한 경우가 종종 보인다. 그것은 원작의 장면을 새롭게 재현해 원작의 가치를 상승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사실 오래된 용어이긴 하지만 ‘사이버펑크(cyberpunk)’의 효시격인 리들리 스콧 감독의 영화 ‘블레이드 러너’는 여러 수작에 큰 영향을 준 바 있다. 애니메이션의 새 지평을 연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공각기동대’는 감독의 말처럼 영화 전반에 걸쳐 블레이드 러너에 대한 오마주를 보여주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오마주의 흐름이다. 극찬을 받았던 철학적인 SF영화 ‘매트릭스’의 워쇼스키 남매는 전 세계 영화팬들에게 “우리가 ‘공각기동대’를 보지 못했다면 이 영화를 만들 수 없었을 것”이라며 공각기동대의 여러 장면을 오마주했다. 엔딩신에 와서는 이명세 감독의 ‘인정사정 볼 것 없다’를 감명 깊게 보았다며 영화의 엔딩신을 자신의 영화에 옮겨놓기도 했다. 나아가 영화 ‘레옹’으로 유명한 뤽 베송 감독은 ‘제5원소’에서 공각기동대의 오프닝 장면을 오마주해 오시이 마모루 감독에 대한 경의를 표했다. 미국 영화감독 쿠엔틴 타란티노는 홍콩 영화감독 오우삼의 작품을 보고 훗날 자신의 작품 ‘저수지의 개들’을 통해 영화 ‘첩혈쌍웅’의 오우삼에 대한 절대적인 존경을 표한 바 있다.

이런 현상은 영화뿐만 아니라 미술, 음악, 연극 등 전방위 예술장르에 걸쳐 일반화되고 있다. 분명한 것은 이러한 오마주는 모방이나 표절과는 완전히 다른 의미이며, 영화의 이야기나 여타 예술작품의 세계를 더욱 맛깔스럽게 해준다.

우리는 살면서 누군가 존경하는 분에게 감사의 표현을 할 때가 있다. 그런 분이 있다면, 이런 오마주의 표현은 어떨까. 그것은 오마주가 비단 예술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서도, 혹은 단어 한마디 안에도 은근하게 존재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물질적인 것으로 감사의 표현을 하는 오늘의 일반적인 모습을 통해 ‘우리가 과연 진심으로 그 고마움의 표현을 하고 있는 것일까’라고 스스로에게 의문을 품고 있다면 더욱 그런 권유를 하고 싶다.

김병호 <화가>

 

2013-02-26  [문화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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