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가 김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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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노트

2013년 02월 08일 - 매일신문 - 그의 섬세한 붓끝에, 도시는 갤러리…화가 김병호의 '벽화 세계'
김병호 | 조회 1,957

그의 섬세한 붓끝에, 도시는 갤러리…화가 김병호의 '벽화 세계'

 

화가 김병호 씨는 대구 중구 근대골목 일대 벽화를 그려왔다. 단색조로 디테일이 정교한 그의 벽화는 스토리텔링이 명확하고 그림 양식에 일관성이 있어 ‘성공한 벽화’로 손꼽힌다.
 
영남대로 수협 벽화
 
'마당깊은 집' 인근 '옛것' 벽화
 
구암서원 골목 안 벽화

대구 중구 근대골목. 영남대로를 따라 걷다 보면 시간 여행을 떠난 착각마저 든다. 벽화 속 봇짐을 메고 있는 옛 사람들이 걸어나올 것만 같다. 디테일이 워낙 정교해, 지나는 사람마다 한 번 더 들여다보게 된다. 이뿐만 아니라 두사충 일화, 구암서원 앞 벽화 등 중구 일대 벽화는 전체적으로 스토리텔링이 명확하고 수준이 높아 ‘성공한 벽화’로 평가받고 있다.

이 벽화는 김병호, 류휘금 작가의 공동 작품이다. 이들은 2006년부터 본격적으로 벽화를 그려왔다. 화가 김병호 씨를 만났다.

“벽화도 작품입니다. 많은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부심이 크죠.”

화가 김병호 씨는 2006년부터 아르바이트로 벽화 그리는 일을 시작, 벽화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다. 그는 대구근대골목 일대 벽화 작업을 여러 군데 작업했다. 정확한 비례, 치밀한 디테일, 고증을 바탕으로 한 구도 등은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벽화는 의뢰자와 그리는 사람, 그리고 주민 모두가 만족하고 공감할 수 있어야 하죠. 저희는 근대골목 스토리텔링에 일관성을 가지려고 노력했습니다.” 김 씨는 벽화에 세월의 흔적을 보여주기 위해 일부러 컬러를 많이 사용하지 않는다. 컬러를 지나치게 많이 사용하면 주변 환경을 해칠 수도 있어 시각적으로 편안하게 다가가는 것까지 고려했다. 단색조, 저채도이지만 디테일이 뛰어난 것이 이들 벽화의 특징이다.

1990년대 중반부터 우리나라에도 벽화 붐이 일었다. 하지만 값싼 재료비로 아마추어들이 벽화를 그리다 보니, 벽화의 수준이 낮고 1, 2년이 지나 떨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벽화로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마을도 여럿이다. 그러자 벽화를 전문으로 하는 업체들이 생겨나 질 낮은 재료와 그림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한다.

기존 벽화 가운데 상태가 나쁜 것이 워낙 많아 ‘벽화는 일회용’이라는 인식이 굳어져 버렸다. 그는 그것이 무엇보다 안타깝다.

“벽화는 어떤 재료, 어떤 공정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수명이 달라져요. 저희는 특히 방수에 신경을 많이 쓰죠. 코팅과 방수 처리를 몇 차례 하면 수명이 길어지거든요.”

벽화를 그리기 위해 일단 벽의 거친 면을 제거하고 갈라진 틈을 메운다. 방수 도료를 두 겹 바르고, 페인트와 아크릴 물감으로 그림을 그린다. 그 위에 코팅을 하면 벽화가 완성된다. 그림의 도안은 주어진 주제를 바탕으로 상상과 고증을 섞어 그려낸다.

벽화는 길을 지나는 많은 사람들이 감상하는 공공 조형물이지만 실제로는 ‘공사’로 예산이 집행된다. 그러다 보니 형편없이 낮은 예산이 책정되기도 하고, 오히려 적자를 보면서 작업할 때도 있다. 예산이 적으니 시간과 재료를 아낄 수밖에 없고, 벽화 화가가 자존감이 낮아지니 책임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 하지만 그는 벽화에 심혈을 기울이고 연구를 거듭한다. 누군가 벽화 앞에서 한참을 감상하고, 지나던 외국인 관광객들이 감동할 때면 힘이 난다. “전시회를 열면 많아 봐야 수백 명이 감상하고 말지만, 벽화는 하루에도 수백 명이 감상하는 작품이에요. 저절로 책임감이 생기죠.” 그는 근대골목의 이미지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는 요즘 벽화의 수명을 늘리려고 새로운 방식을 실험 중이다. 내구성이 높은 벽화를 완성하기 위해 새로운 방법을 연구 중이다.

벽화를 그리고 있지만 그는 여전히 ‘화가’다. 최근에도 범어아트스트리트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사실 화가들의 꿈은 ‘전업작가’다. 이를 위해 각종 도안을 그리기도 하고 벽화도 그린다. 그의 벽화엔 인체의 비례 등이 흐트러짐이 없다. 올해부터는 벽화에 작품 사인을 남길 생각이다. 작가가 사인한다는 것은 스스로 작품으로 인정한다는 것과 함께 책임진다는 의미다. 트렌드를 파악하기 위해 틈틈이 전국의 벽화들을 둘러보는 것도 잊지 않는다.

“벽화도 예술작품입니다. 반영구적인 재료가 필요하죠. 또 기존 그려진 벽화를 어떻게 보수하고 보존해나가야 하는가도 숙제죠. 대구는 벽화를 스토리텔링에 맞춰 완성도 있게 지속적으로 해나갔으면 합니다. 그 지역 사람들의 서정과 스토리가 담겨 있는 벽화가 가장 아름답지 않을까요.”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사진`우태욱기자 woo@msn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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