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가 김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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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노트

2013-01-29 [문화산책] 사랑은 은유
김병호 | 조회 1,026

[문화산책] 사랑은 은유

 

이탈리아의 작은 어촌. 지중해 바닷가 마을에서 태어나 평생을 그곳에서 살아야 하는 마리오는 낯선 곳에 대한 동경이 가득했다. 마침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있는 세계적인 시인 네루다가 정치적인 문제로 칠레를 떠나 이 마을에 머물게 됐다. 세계 각국의 팬들로부터 쇄도하는 편지를 전해 주는 전담우체부가 된 마리오는 위대한 노시인 네루다를 통해 자연스럽게 시의 세계에 빠져든다. 그것은 그의 마음을 사로잡은 마을의 식당에서 일하는 아리따운 아가씨 베아트리체를 향한 사랑의 순수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영화 ‘일 포스티노’의 스토리다. 친구가 된 노시인과 시골청년 마리오는 서로에게 영감을 주는 존재다. 어느날 사랑에 빠진 마리오가 네루다에게 묻는다.

“네루다 선생님, 큰일났어요. 사랑에 빠졌어요. 너무 아파요.”

“그런 건 곧 나아.”

“낫기 싫어요! 계속 아프고 싶어요.”

망명 시인 네루다에게 그는 사랑으로 고동치는 가슴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솔직하게 물었다. 네루다는 그의 질문에 시라는 은유를 통해 사랑의 마음을 전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어떻게 하면 시를 잘 쓸 수 있나요?”

“바다를 보면 좋은 시를 쓸 수 있지.”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는데 말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그 사랑을 시로 전달하고 싶어요.”

지금 이 순간, 오래전에 보았던 이 영화가 자꾸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또 시골청년의 순박한 미소가 자꾸 잔상으로 머릿속에 머무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그것은 이 시대가 잃어버린 무언가에 대한 그리움의 또 다른 풍경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너무나 각박해져 이런 순박한 사랑마저 그 가치를 점점 잃어버리는 시대에 마리오의 사랑은 더욱 깨끗하고 아름답게 다가온다.

만약 누군가가 시로 사랑의 고백을 하고 있다면, 나는 아마도 수줍게 볼이 붉어지는 그에게 네루다의 시를 전하고 싶다. 보석처럼 빛나는 사랑만큼이나 순수성이 빛나는 마리오의 마음과 네루다의 아름다운 시를 전해주고 싶은 것이다.

김병호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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