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가 김병호
오늘 35     전체 117,963
글 수: 11    업데이트: 13-12-13 12:46

작가노트

2013-01-15 [문화산책] ‘다솜학교’에서의 연주회
김병호 | 조회 935

[문화산책] ‘다솜학교’에서의 연주회

 

2010년 11월 어느 날이었습니다. 아마 을씨년스러운 느낌을 주는 날씨이었던 것 같습니다. 한 교실에 눈빛이 초롱초롱한 아이들이 모였습니다. 다문화가정 다솜학교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인 곳이지요. “이번 주는 무슨 수업을 할까”라는 고민 끝에 미술을 잠시 쉬고, 연주회를 열어보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희 동네 술집 단골이자, 저와는 한 주에 3회 이상 깊은 밤에만 조우하는 친구들에게 말했습니다. 그 친구들은 현재 아스콜티오케스트라의 장현석 상임지휘자와 김봉호 악장입니다.

“연주 한 번 해 주이소!”

뜻이 있으니 길이 열립니다.

단번에 오케이! 개런티는 소주 두 병. 오케스트라와의 연주 계약이 일사천리로 이루어졌습니다. 그리고 2주 뒤 우리는 다문화가정 다솜학교에 모였습니다. 모인 곳은 미술수업을 하는 교실이었습니다. 그곳에서 연주회를 열었습니다.

처음으로 들어보는 클래식 연주에 어떤 아이들은 졸고, 어떤 아이들은 신기해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건 바로 눈 앞에서 듣고 보는 생생한 현장감이었습니다. 그것은 좋은 추억이 될 것입니다. 너무나 멋진 바흐 아저씨와 “두껍아 두껍아”라고 부르던 동요의 만남은 실로 경이롭고 아름다운 감동이었습니다. 이날의 연주 실황을 녹음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기회는 이번만이 아니겠지요.

그때까지 저 혼자 주도해 진행하던 미술수업은 연주회가 개최된 이후 화가 3명과 연주자 3명이 함께 참여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지난 몇 년간 우리는 새로운 역사를 그리고 있습니다. 무엇이 예술일까요? 예술은 함께하는 것입니다. 화가는 좋은 그림을 열심히 그리고, 연주자는 좋은 연주를 하기 위해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함께 마음을 모으는 시간이 점점 확장되고, 뜻이 어울리는 사람들이 모이는 것. 이게 또 하나의 참다운 예술의 역할이 아닐까요?

그날 이후 다문화가정 다솜학교의 아이들은 동아아트홀, 수성아트피아, 대구문화예술회관, 대구은행갤러리 등을 찾아 합창 연주를 발표하고 전시회를 개최하였습니다. 이렇게 소박한 기적이 이루어져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작은 꽃망울을 터트립니다.

김병호 <화가>

덧글 0 개
덧글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