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817    업데이트: 19-11-21 14:14

2019 전시감상문

대구 미술관에 다녀와서 10312 백은서
백은서 | 조회 349
전시명: 저항과 도전의 이단아들, <남춘모_풍경이 된 선_From lines to Landscape>, <수직충동, 수평충동>
전시 기간: 저항과 도전의 이단아들 2018.01.16 – 2018.05.13
          <남춘모_풍경이 된 선_From lines to Landscape> 2018.01.23 – 2018.05.07
          <수직충동, 수평충동> 2018.01.09 – 2018.04.29
출품자: 저항과 도전의 이단아들 – 강국진, 하종현, 이건용, 박석원, 이승택 외 18인
       <남춘모_풍경이 된 선_From lines to Landscape> - 남춘모
       <수직충동, 수평충동> - 댄 플래빈, 리처드 세라, 잉카 쇼니바레, 리처드 롱 등
장소: 대구 미술관 
감상일자: 2018.03.11
작성자: 10312 백은서
 
 중학생 때 ‘퓰리처상 사진전’을 가본 이후로는 미술관을 가본 적이 없다. 왜냐하면 평소 미술에 대해 관심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아마 미술은 어렵다는 고정 관념이 생겨서 그런 것 같다. 미술 수행평가 목적으로 미술관을 방문하게 되었지만, 이번 계기로 미술은 어렵다는 생각을 버리고 열심히 들어야겠다는 다짐을 하고 셔틀 버스에 몸을 실었다. 약 5분 가량 올라가다 보니 미술관에 도착하게 되었다. 날씨가 너무 좋다 못해 도리어 덥다는 느낌도 들었지만, 봄이 가까이 온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지금부터는 미술관에 들어가서 보고 느낀 것에 대해 적어보겠다.
 
 먼저 나는 1층에 전시된 저항과 도전의 이단아들 1부와 2부를 감상했다. 1부의 제목을 보면 ‘한국의 아방가르드미술: 1960-80년대의 정황’이라 기재되어 있다. 1부는 60년대 말 <청년작가연립전>으로부터 80년대 말 ‘작은 담론들’의 시대에 이르는 20년 동안의 전위적 활동들을 말하며, 한국현대미술에 나타난 아방가르드적 성격과 의미를 탐구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 시기는 ‘단색화’와 ‘민중미술’로 대표되는 시기이기도 하지만, 양극단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으면서 심미적 차원과 정치적 차원을 넘나들며 다양한 도발과 실험이 공존하던 시기이기도 하였다. 이번 전시에서 사용된 ‘아방가르드’의 개념은 전위적 활동을 말하며, 기존의 제도적 미술에 대한 지속적인 저항과 탈주의 태도를 의미한다. 나는 아방가르드미술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검색을 해 보니 다른 말로는 ‘전위미술’이라 지칭하며, 일반적 전통 예술에 반항 또는 대립하려고 한 20세기 초의 혁신적이고 혁명적인 새로운 정신과 그 작품 행위 내지 운동을 지칭한 말이라고 한다. 아무래도 아방가르드 미술이라는 용어의 뜻을 알고 나서 감상하니까 조금 더 이해하기 쉽고 마음에 와닿았던 것 같다.
 
 1부에 들어가 처음으로 본 작품은 하종현의 <Untitled 72-D> 작품을 감상했다. 표면적으로 보기에는 철조망을 칭칭 묶어 놓은 나무 상자로만 보이고 그 안에 숨어있는 뜻을 알 수가 없었다. 다행히 시간이 맞아서 도슨트의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당시의 시대상과 작가 자신의 처지를 표현한 작품이라고 설명을 해 주셨다. 그 말을 듣고 깊게 생각을 해 보니, 마치 작가가 나를 위로해 주는 것 같은 따뜻한 감정이 들었다. 아직 한 작품밖에 보지 못 했는데도 불구하고, 많은 걸 느낀 것 같아서 뿌듯했고 남아있는 많은 작품들이 기대가 되었다. 1부에서 스무 점이 조금 넘는 작품을 감상했는데, 유독 나의 마음에 깊은 여운을 주는 작품이 있었다. (-하단에 첨부한 사진1 참고) 바로 정복수 작가의 ‘밟아주세요’라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다른 작품과 다르게 바닥에 위치해 있는데, 작품 이름 그대로 그림을 밟으면 된다. 나는 당황스러웠다. 왜냐하면 공을 들여 그린 그림을 왜 밟으라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슨트의 설명을 듣고 나는 그림의 의도를 이해할 수 있었다. 바닥화는 신의 세계나 사자의 세계를 그린 천정화나 벽화의 절대적 숭고를 거스르며 살아있는 인간의 욕망과 토로가 생생하게 뱉어지는 장이라고 하였다. 부연설명을 하자면 정복수 작가는 바닥화를 통하여 인간이 살고 있는 이 세계를 욕망이 가득 찬 아수라장 같은 곳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밟는 행위를 통하여 도전과 저항의 의미를 가득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앞서 말했듯이 이 작품은 내가 1부에서 감상했던 작품 중 가장 인상 깊었다고 말하였는데 이유는 이러하다. 그림은 무조건 벽이나 천정에 그려야 한다는 나의 고정 관념을 깨게 해 주었기 때문이다. 또한 이 작품을 통해 내가 가지고 있는 지식 중에 부족한 게 있는지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겠다는 교훈을 얻게 되었다. 비하인드 스토리로 사람들이 작품을 너무 많이 밟아 훼손이 되어서 비닐로 보호를 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어서 2부, 한국 행위미술에 관한 작품들을 감상했다. 올해는 한국 행위미술이 탄생한 지 50년이 되는 해이다. 그렇기 때문에 2부에서는 인상 깊었던 작품을 소개하기 보다는 한국의 행위미술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려고 한다. 1967년 당시 중앙공보관화랑에서 열린 한국 최초의 해프닝인 <비닐우산과 촛불이 있는 해프닝>을 벌인 이후, 한국의 행위미술은 오늘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전개되어 왔다. 이 전시는 아카이브전시로 꾸며지는데, 태동기, 정착기, 확산기, 국제화 이렇게 네 시기로 구분하여 행위미술의 전개과정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먼저 태동기는 1967년부터 1970년까지를 말한다. 이 시기는 해프닝이 한국의 화단에 처음으로 나타나면서 제도권에 대한 행위미술가들의 도전과 실험이 극단적인 형태로 벌어졌다.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는가 하면 전위예술가들이 사회적으로 비난을 받는 양상이 벌어졌다. 그러다 점차 ‘제4집단’이라는 반미술, 반예술 집단의 <기성 문화예술의 장례식>이라는 해프닝 진행 중 경찰에 연행되면서 60년대의 해프닝은 해체되기에 이른다. 해프닝이란 주로 예술용어로 쓰이는데, 현대 예술의 각 분야에서 볼 수 있는 시도로서, 예기치 않았던 불의의 '우연히 생긴 일'이나 극히 일상적인 현상을 이상하게 느껴지도록 처리함으로써 야기되는 예술체험을 중시한다. 다음은 정착기이다. 정착기는 1971년부터 1980년까지를 말하는데, 70년대 중반에 접어들자 해프닝에 대한 열기가 점차 가시면서 개념미술의 연장선상에서 논리와 사유가 중시되는 이벤트가 성행하기 시작했지만 작가는 극소수였다. 이건용의 로지컬 이벤트, 성능경의 언어 및 신체 이벤트, 김용민의 명상적 사유 이벤트, 장석원의 선불교적 이벤트 등이 이 시기에 나타났다. 관념적이며 많은 생각이 필요한 행위예술이 이 시기의 특징이다. 다음은 확산기이다. 확산기는 1981년부터 1999년까지를 말한다. 80년대에 접어들면서 한국의 행위예술은 점차 장르간의 융합을 가져오면서 말 그대로 모든 게 합쳐지는 즉, 토탈화가 되기 시작한다. 비단 미술뿐만 아니라 음악, 무용, 연극, 마임 등 장르 간 퓨전이 이루어지면서 전국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한다. 한국행위예술가협회가 결성되는 것도 이 시기에 이르러서이다. 마지막으로 국제화이다. 국제화는 2000년대 이후를 말하는데, 한국 행위미술계에 큰 변화가 찾아온다. 국제 교류가 바로 그것이다. 이 시기에는 안동국제행위예술제, 오산국제행위예술제 등 아주 많은 행위예술제가 창립되면서 행위미술의 국제화가 이루어 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양한 사회적 퍼포먼스가 나타나기도 하였는데, 2002 한일 월드컵 축제를 비롯하여 광우병과 세월호 참사 등 전국 규모의 촛불시위와 박근혜 정권 수호를 위한 태극기 집회와 이를 반대하는 촛불시위가 열리는 등 한국 사회는 유례없는 양극화 현상을 드러냈다. 이는 한국만의 매우 특이한 집단적, 사회문화적 퍼포먼스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한국의 행위예술 역사에 대해 간략히 알아보았다.

 이제 2층에 전시되어 있는 남춘모 작가의 작품을 감상한 내용을 소개하겠다. 내가 생각하기에 남춘모 작가의 그림을 감상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빛 또는 조명과 선, 그리고 여러 위치에서 감상하는 자세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남춘모 작가의 작품들은 대개 간결한 선으로 이루어져 있다. 언뜻 보면 작품에 도대체 무슨 의미가 담겨있는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도슨트의 도움을 받아 함께 감상을 했는데, 주요 작품으로는 <스트로크 라인>, <빔>, <스프링 빔> 등이 있다. 이 작품들의 공통점은 감상하는 각도에 따라서 보이는 광경이 달라지며 새로워진다. 그러면서 내가 느낀 것은 이런 작품들을 집에 걸어 놓으면 정말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그림을 구매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질려 다른 그림으로 바꾸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남춘모 작가의 작품은 햇빛의 방향에 따라서, 날씨에 따라서, 보는 각도에 따라서 보이는 모습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른 작품과는 다르게 오래 두어도 질리지 않고 항상 새로울 것 같다. 미래에 나의 집이 생긴다면 꼭 남춘모 작가의 그림을 걸어둘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작은 바램이 있다. 그 중 내가 가장 인상깊었던 작품이 있다. (-하단에 첨부한 사진2 참고) 이 작품은 스트로크 시리즈 중 하나인데, 대구 미술관에 유일하게 빛이 들어오는 전시 장소인 선큰가든에 위치해 있었다. 햇빛이 들어와 아이보리색을 띄고 있던 작품을 보고 있으니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 같았지만 어떤 의도로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의문은 풀리지 않았다. 도슨트의 설명을 들어보니 이 작품은 남춘모 작가의 유년시절 기억에 있던 밭고랑을 나타낸 것이었다. 그 말을 듣고 자세히 살펴보니 칸마다 조금씩 층이 나누어져 있어 정말 밭고랑을 연상하게 만들었다. 아마 남춘모 작가는 자신의 유년시절에 밭고랑에 있던 돌을 줍고 갈면서 느꼈던 보람과 풍년을 기다렸던 기대감과 고향에 대한 향수 등 마음이 따뜻해지는 감정들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 같다. 2층 전시관에는 남춘모 작가가 이 작품을 만드는 과정이 동영상으로 재생되고 있었는데, 그는 마치 농부처럼 365일 대부분을 이른 새벽부터 작업실에서 하루 일과를 시작하고 작업에 대한 끈질긴 집념과 근면한 태도로 작업을 한다. 작업을 하는 도중 작품에 들어간 나뭇잎을 같이 전시하고 있었는데, 마치 처음부터 그렇게 만들어진 것처럼 조화를 이루어 명절이면 방문하는 할머니 댁같은 느낌이 들어 기분이 좋아졌다. 나는 이번 전시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전시를 고르자면 남춘모 작가의 전시를 뽑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수직충동, 수평충동>에 대해서 소개를 하고 이 글을 끝마치겠다. 이 전시의 독특한 점은 대구 미술관의 소장품으로만 전시가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이 점을 생각하며 감상을 한다면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모든 작품들이 수직 혹은 수평을 맞추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예술가의 ‘충동들’과 결합할 때, 특정한 이미지로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전시 타이틀인 <수직충동, 수평충동>은 조형표현의 기초적인 형태와 이를 다루는 예술가의 충동들, 즉 예술의욕의 결합인 것이다. 대구 미술관에 몇 번 방문한 적이 있다면 익숙한 작품들이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수직과 수평에 대해 총 23 점의 작품을 감상했는데, 가장 여운이 남는 작품 하나를 소개하겠다. 바로 댄 플래빈의 Untitled(fondly to Margo)라는 작품이다. (-하단에 첨부한 사진3 참고) 수직충동 전시관에 들어가면 머리를 조금 숙여야 들어갈 수 있는 방이 있다. 안에 뭐가 있을지 궁금해서 들어가 보았는데 정말 밝고 아름다운 형광등 두 개가 벽 모서리에 나란히 붙어 있었다. 작품에 담긴 뜻은 모르지만 그냥 지켜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졌다. 마침 운이 좋아서 예정에는 없었던 일이지만 도슨트가 작품에 대해 조금 설명을 해 주셨다. 들은 바로는 댄 플래빈 작가는 모든 공간은 빛으로 이루어졌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작품을 본 사람 중 거의 대부분은 형광등 두 개만 달아 놓고 작품이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비판을 한다. 하지만 도슨트가 말하길 댄 플래빈 작가는 모든 사람이 자신의 작품을 좋아해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리고 자신의 작품 아래에서 이러한 얘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자신은 성공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얘기를 들은 나는 정말 멋있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작가라고 느끼면서, '나도 저 작가처럼 긍정적인 가치관을 가진 참된 인간이 되야지'라고 생각했다. 평소 미술에는 관심도 없던 내가 이번 경험을 통해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내가 관심이 없던 분야도 가리지 말고 이처럼 경험해보는 내가 되었으면 좋겠다. 정말 많은 것들을 되뇌어 보는 하루였던 것 같다. 이상으로 대구 미술관 감상일지를 마치겠다.



사진 1

사진 2

사진 3
덧글 1 개
관리자 18/06/11 16:56
--&--
덧글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