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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전시감상문

대구미술관을 다녀와서 - 10716 신승희
신승희 | 조회 496

전시명: 풍경표현, NEGUA & VSP _ 빛과 소리, 장밋빛 인생, Blow-up
전시일자: 풍경표현- 2017.9.29~12.31 / NEGUA & VSP_빛과 소리- 2017.9.29~12.31 / 장밋빛 인생- 2017.9.26.~2018.1.7. / Blow up- 2017.9.19.~12.25
장소: 대구미술관
출품자: 김수명 외 24명, 칼립소(필립 드레버, 알레산드로 드 마티스, 미햐엘 바우만), 권혁규, 홍순명, 안동일
작성자: 10716 신승희
감상일자: 2017.11.19.

###사진자료(글자12size)는 제일 밑에 순서대로 나열되어 있습니다###

 나의 미술관 방문은 처음이었고 미술 과제가 아니었다면 계속 안 갔을 지도 모른다. 사실 뮤지컬이나 공연은 평균보다 더 많이 가봤다고 할 수 있을 만큼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작품들을 보아왔는데 가장 보편적인 여가생활인 미술관은 처음이라니, 꽤나 모순이라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처음이라는 단어가 주는 설렘은 꽤나 컸다. 처음에는 미술 과제에 대한 의무감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 설레는 감정이 나의 원동력이 되었다.

 대공원역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10분 남짓을 달려가자 대구미술관이 나타났고 설레는 마음을 안은 채 그곳에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굉장히 충격적이었던 게 가격이 너무나도 낮았다는 것인데 내가 본 뮤지컬이나 연극은 아무리 싸도 기본 10~20만 원 정도는 했던 것에 비해 이곳의 가격은 단돈 700원이었던 것이다. 정말 놀라웠지만 빨리 작품들을 보고 싶었기 때문에 걸음을 서둘렀다. 전시하고 있는 작품을 크게 4가지로 나누어보자면 첫 번째는 풍경표현, 두 번째로는 NEGUA & VSP _ 빛과 소리, 세 번째는 홍순명 작가의 장밋빛 인생, 마지막으로 Blow-up 이다. (종류별로 인상 깊었던 작품이 있었기 때문에 그 작품들 위주로 감상평을 하려고 한다.)

-확인사진1 <<<1번째 사진

PART 1. 풍경표현 )

-확인사진2 <<<2번째 사진

 나의 느낌과 생각을 적기 전에 이런 작품들을 전시한 미술관의 취지 또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되기에 잠깐 설명하자면 대구미술관은 근대부터 오늘날까지 ‘풍경'을 대하는 작가들의 다양한 태도와 해석을 구상의 영역 내에서 살펴봄과 동시에 1930년대부터 오늘날까지 한국의 근 현대미술에서 풍경의 수용과 변용을 살펴보고자 이런 자리를 마련하였다고 한다. 내가 몇 주 전 처음 왔을 때와 그림과 작가, 위치 어느 것 하나 달라진 것이 없었으나 2번째로 살펴보는 지금은 상당히 다른 느낌을 받았다. 제일 먼저 눈에 띈 것은 바로 이 작품이다.

-이경희 / 대구의 뒷거리(향촌동) <<<3번째 사진

 왜 인지는 모르겠으나 다른 작품에 비해 이 작품은 발을 떼기가 어려웠다. 간간히 쓰인 진한 선이나 한복과 서양옷의 조화, 지금은 당체 찾기 힘든 건물의 디자인이 주는 정겨움, 여백을 찾기 힘들 정도로 복잡한 거리 등 다른 작품들과는 다른 점이 꽤나 많았기 때문일까? 내가 이 시대를 겪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이 작품이 주는 그 시절의 향기가 새로웠기 때문일까? 정확한 이유는 나조차 잘 모르겠지만 유난히 마음에 와 닿았음은 변치 않는 사실이었다.

나에게 새로운 느낌을 주었던 또 다른 작품은 ‘이대원' 작가님의 ‘설경’이라는 그림이었다. 여기서 내가 충격 받았던 이유는 크게 2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로는 강렬한 색감이었고 두 번째로는 풍경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라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인데 똑같은 제목인 서동진 작가의 ‘설경’이 주는 느낌과 비교해보면 아주 색다르단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대원 / 설경 <<<4번째 사진

-서동진 / 설경 <<<5번째 사진


 덧붙여 강렬한 색감을 보여주던 또 다른 작품이 있었다. 바로 김종복 작가의 ‘남프랑스의 산’이다. 하지만 이대원 작가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는데 이대원 작가는 자신만의 느낌을 강조하고 훨씬 화려한 색을 쓴 것에 비해 김종복 작가는 똑같이 강렬하다는 느낌을 주지만 조금 더 차분함과 동시에 풍경의 아름다움 또한 잘 보여준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김종복 / 남프랑스의 산 <<<6번째 사진

 다음으로 소개할 작품은 제목이 정말 마음에 들었는데 장상의 작가의 ‘하늘에 걸린 산’이라는 작품이었다. 정말 신기했던 게 어두운 색이 99%를 차지했음에도 따듯한 느낌을 주었다는 사실인데 이런 작품은 처음이라서 정말 인상 깊었고 신기했다.

-장상의 / 하늘에 걸린 산 <<<7번째 사진

 사실 지금 소개하는 작품은 정말 ‘아름다워서 저절로 찍었다’고 할 수 있을 만큼 마음에 들었는데 별이 박혀있는 하늘이며 자연과 어울려있는 조그마한 사람, 따듯한 색감, 밤이 주는 특유의 아름다움과 그림 안에 숨어있는 자연의 위대함까지 정말 마음에 들었다. 꼼꼼히 보면 볼수록 기억에 남아서 밤의 따듯함이 마음까지 전해져왔다.

-문성식 / 밤 <<<8번째 사진

PART 2. NEGUA & VSP _ 빛과 소리 )

 이 부분은 나의 감상보다는 숨어있는 뜻의 설명이 주를 이루게 될 것 같다. 내가 이 작품에 대해 느낀 첫인상은 그저 ‘신기함’이었다. 미술관 전체를 둘러싸고 있던 신비한 소리와 그저 거대한 설치 미술로 알고 갔던 곳은 계속해서 눈을 깜빡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시관을 들어오기 전 챙긴 참고자료를 읽고 다시 감상하니 신기함 이상으로 완전히 다른 작품을 감상하는 듯 한 새로운 느낌을 받았다.

-칼립소 / 네구아 & 권혁규 / VSP : 움직이는 소리 <<<9번째 사진

 먼저 이번 전시 작품 <NEGUA>는 ‘눈’을 뜻하는 독일어의 ‘AUGEN’을 거꾸로 적은 것으로 시각예술 감상의 기본도구인 ‘눈’이라는 매개체와 환상적인 빛의 효과를 이용한 독특한 미디어 설치 작품이라고 한다. 설명을 덧붙이자면 촬영한 관람객의 눈은 설치 된 흰 공위에 맵핑(=물체의 표면에 그림을 입혀주는 작업)되고 프로젝터를 통해 거대한 조형 설치작품으로 완성되며 이로써 실체의 재현이라는 이미지의 근본 성격은 상상력의 발현이라는 새로운 차원으로 이동한다고 할 수 있다.

 전시관으로 들어가자마자 깨달았던 것은 벽면에 달린 수 십 개의 스피커였는데 녹음된 소리를 음향효과로 틀어놓은 것인 줄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그 추측은 완전히 틀렸다. 권혁규의 소리작업은 컴퓨터와 카메라를 이용해 대상의 움직임을 포착하고 그것을 일종의 악보로 변환시켜 소리로 전달되는, 적극적인 대중의 참여로 완성되는 참여미술 형식의 작업이었다. 예술과 과학이 접목된 작품은 생전 처음이었기에 신기함과 놀라움에 한참을 거기에 앉아있다 자리를 떴지만 그래도 알아채지 못한 권혁규 작가의 의도는 ‘움직임이라는 살아있는 인간의 존재성을 소리라는 매체를 통해 확인’이었다고 한다.

PART 3. 장밋빛 인생 )

 이곳은 작품을 먼저 보고 설명을 봤는데 설명을 본 후에도 정말 많은 생각이 들었다. 작품을 보기 전 제목만 듣고는 ‘사랑’과 같이 아주 따듯한 느낌의 작품들로 이루어진 줄 알았으나 작품을 보고는 ‘장밋빛 인생'이라는 게 혹시 ‘피'로 물든 인생이라는 뜻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도 그럴 게 내가 생각한 장밋빛과는 다르게 너무나도 강렬한 색감을 썼고 대부분 암울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쓰레기처럼 쌓여져 있거나 여러 사람이 어두운 표정에 벌거벗은 몸으로 벌서듯이 두 손을 들고 있는 등 밝은 느낌은 아니었다.

-홍순명 / 다이아몬드 포레버 <<<10번째, 11번째, 12번째 사진

 이런 내 느낌과 비슷하게 참고자료에서는 ‘화면을 압도하는 화려한 핑크빛에 가려진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반어적으로 표현’, ‘진실과 허위가 얽히고설킨 과거와 현재를 독자적인 시선으로 그려냅니다.’라고 나와 있고 김찬동의 평론 글 중에서는 ‘4대강 개발과 세월호의 문제들은 물론이고, 근현대사에서 벌어졌던 사건들을 통해 정치권력이나 이데올로기가 가진 허위구조를 탐구한다.’고 나와 있다. 이에 나는 장담하는데 결코 작가의 의도는 화려한 핑크빛에 가려질 수 없었다. 우리의 아픈 과거를, 세계의 아픈 역사를 숨김없이 그려낸 작가에게 큰 경의의 뜻을 보낸다.

 또 한 가지 더 넣고 싶은 부분은 바로 ‘사소한 기념비'라는 부분인데 그 중에서도 ‘세월호 시리즈 – 건져진 세월호 외’라는 작품은 가히 작가를 대단히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작가는 “기념비들은 배 안 혹은 물속의 아이들 모습을 상상하며 홀로 있거나 삼삼오오 짝을 지어 있도록 배치해 보았다. 나의 작품이 이 사건의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에게 작은 위안이 되기를……”이라는 말을 남겼고 ‘뒤섞인 듯 연결되고, 다시 흩어지는 작품의 이미지들을 통해 진실과 허구가 공존하는 오늘날 사회의 모습을 중첩해 볼 수 있습니다.’라는 설명이 참고자료에 실렸다. 이를 보고 어떻게 작가를 대단히 보지 않겠는가. 아름다움을 뛰어넘어 사회에 전하는 그 의미들이 주는 무게가 정말 무겁게 나에게 전해져왔다.

-홍순명 / 세월호 시리즈 – 건져진 세월호 외 <<<13번째 사진

 덧붙여 담겨진 의미와 아름다움이 정말 인상 깊었던 또 다른 작품은 바로 ‘사이드 스케이프’라는 부분에 있는 ‘아쿠아리움'이라는 것이었다.

-홍순명 / 아쿠아리움 – 1402 <<<14번째 사진

 위에 소개했던 작품 중 문성식 작가의 ‘밤'과 우위를 다투는 작품인데 이것 또한 정말 아름다웠고 아름다웠다. 하지만 더 인상 깊었던 부분은 바로 참고자료에 나와 있는 ‘여수의 아쿠아리움에서 유유히 헤엄치고 있는 흰 고래의 모습을 그린 작품입니다. 작가는 좁디좁은 수족관을 마치 광활한 바다인 것처럼 착각하며 살아가고 있는 고래를 보고, 오늘날 우리 삶의 모습을 교차하게 합니다. 과연 우리는 우리가 아는 것만을 진실이라 믿으며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지, 진실의 조각들이 모여서 만들어내는 진정한 현실은 무엇일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합니다.’ 라는 설명이었는데 나는 작가의 새로운 관점이 주는 충격에 몇 분간 멍해져 있었다. 이해를 했음에도 몇 번이고 더 읽었고 정말 감명 깊었다. 이 글을 읽고 나는 ‘바다가 얼마나 넓은 지 아는 고래는 수족관에 갇혀있을 경우 극심한 스트레스로 훨씬 일찍 죽게 된다는 것’을 떠올렸고 다시 한 번 오랫동안 우리와 우리의 사회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PART 4. Blow-up )

 먼저 설명하자면 <블로우 업 Blow-up>전의 작가, 안동일은 회화와 사진,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익숙한 자신의 주변을 기록/수집하고 아카이브 형식을 통해 자신의 스펙트럼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다른 부분에 비해 전시관의 넓이도 다소 작은 편이었고 대부분의 작품들이 워낙 현실적이고 현대적이며 우리 주위에서 쉽사리 볼 수 있는 것들이라 감명 깊은 것은 다소 없었으나 작가의 노트에 실린 작가의 생각들도 흥미로웠고 양도 비교적 많았다는 점에서 재미있게 감상했다. 둘러보던 중 눈에 띄는 작품 시리즈가 있었는데 제목부터 너무 사실적이라 웃음이 나왔다. ‘7월 16일부터 7월 19일까지, 22시에서 4시까지의 기록'을 시작으로 ‘8월 28일부터 8월 31일까지. 22시에서 4시까지의 기록'까지 작가는 하루도 빠지는 날 없이 그림으로 그날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한번, ‘정면에 보이는 풍경을 제자리에서 돌며 연속적으로 작업’했다는 점에서 두 번 놀랐다. 젊은 작가를 발굴하고 육성하기 위해 추진하는 프로젝트에 선정된 작가인 만큼 흥미로운 작품을 보여줬고 앞으로가 더욱 더 기대되는 작가였다.

-안동일 / 7월 16일부터 7월 19일까지, 22시에서 4시까지의 기록 <<<15번째 사진

-안동일 / 8월 28일부터 8월 31일까지. 22시에서 4시까지의 기록 <<<16번째 사진


 이로써 1층과 2층을 모두 둘러보았는데 정말 귀중한 경험이었고 다시 생각해도 작품이 주는 의미나 작가의 노고에 비해 값이 정말 저렴해서 내가 자진해서 돈을 더 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특히나 홍순명 작가가 나타내는 사회적 모습은 두고두고 생각할만한 가치를 지니고 있었고 깊은 생각을 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 외에도 작가들의 관점 차이나 숨어있는 의미같은 것을 하나하나 찾아보는 것도 정말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다음에도 여가시간이 생긴다면 미술관을 방문하고 싶다.

###사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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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17/11/27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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