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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전시감상문

20110 김정연 대구 미술관에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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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명: <탄생 100주년 기념: 곽인식>, <공성훈 : 사건으로서의 풍경>, <남 홍_솟는 해, 알 품은 나무>
전시일자: 2019. 10. 15 ~ 2019. 12.22/2019.11.05~2020.01.12 /2019.10.01~ 2020.01.05
장소: 대구 미술관
출품작가: 곽인식, 공성훈, 남 홍
작성자: 20110 김정연
감상일자: 2019.11.16 (토)
작성일자: 2019.11.18 (월)

여유와 자유, 특히 지하철보다는 버스를, 버스보다는 느린 기차의 여유로움을 좋아하고, 한적한 곳에서 혼자 여행하고 산책하는 것을 즐기며, 공연, 전시 등을 관람하고 감상하는 것과, 예술에 대한 감상을 기록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미술 수행평가 과제가 꽤 반갑게 느껴진다. 아주 어린 시절 엄마와 갔었던 미술관에 대한 기억이 깊게 남아있고, 늘 가던 대구미술관에 대한 기억 또한 긍정적이었기에, 미술 전시를 관람하고 감상문을 쓰는 것에 대해 크게 부담을 느끼지 않았다. 오히려 미술관에 갈 날이 기다려졌다.

하지만 시간이 쉽게 나고 맞지가 않아, 결국에는 보고 싶던 팝/콘 전시를 놓치게 되었고, 조금은 아쉬운 마음으로 토요일 공동교육과정 수업이 끝나고 대구 미술관으로 향했다. 가는 길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평소에는 전혀 그런 일이 없었는데, 친구와 이야기하는 데에 정신이 팔려 내려야 할 정류장을 놓쳐 수성구청까지나 가서야 그걸 알아챘다. 그래도, 두근거리는 마음 탓인지 짜증나기 보다는 마냥 즐겁고, 웃겼다.
 
1층에서 '이상한 나라의 토끼' 전시를 간단하게 보고, 처음으로 전시실에 입장하여 본 전시는 곽인식 탄생 100주년 기념 전시. 곽인식 탄생 100주년을 맞아 국내 밑 일본에 소장되어 있는 작품과 자료들을 모은 기념전인데, 곽인식은 일본 미술에서 사물의 논의가 본격화되기 이전부터 물성을 탐구해온 작가이다.

그는 1937년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미술계를 중심으로 활동하며 선구적인 작업세계를 전개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작품성과가 제대로 조명되지 못하였다고 한다. 그러하여 이번 전시에서 국내 밑 일본의 작품들과 미공개 자료들을 통해 곽인식 작품이 차지하는 위치를 재조명하고자 하는 것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주제는 '균열과 봉합' 1960~1975년의 작품들이다. 행위가 부각되며 물성을 드러내는 작품들로 1975년 회고전으로 세상의 주목을 받게 된 시기를 포함한다. 1960~61년에는 노랑, 빨강 등 원색 물감과 석고로 이루어진 물질감 있는 모노크롬 회화를 제작하였다. 1961년에는 점차 모노크롬 회화에 일상적 오브제인 철사, 바둑알, 유리병, 전구 등을 부착함으로써 사물화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후에는 유리, 놋쇠, 철, 종이 등 재료 자체의 물질성이 드러나는 작업을 전개해 나갔다. 1962~63년 깨뜨린 유리를 붙여 지울 수 없는 흔적을 제시하였으며 이후에는 놋쇠를 구부리고 칼자국을 내고 자른 부위를 놋쇠 철사로 꿰매는 행위를 통해 봉합한 흔적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처음에는 약간 난해하게 받아 들여지기도 했지만, 작가의 내면이 드러나는 것 같기도 하여 무언가 심오하고 분위기 있게 느껴졌다. 밑의 사진은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 바닥에 빛이 반사되는 것이 오묘하니 참 아름다웠다.

그 다음은 '사물에서 표면으로,' 1976~1988년의 작품들이다. 1976년 이후에는 자연석, 도기, 나무 작업과 채묵화 작업이 병행된다. 타마강에서 주운 돌을 우주의 별처럼 쪼개거나 돌에 물이 밀려 들어온 지점을 표시하기도 하고 쪼갠 돌을 붙여 흔적을 남기기도 하였다. 또한 점토에 손자국을 남기거나 나무의 표면에 숯으로 만든 먹을 칠하는 등의 행위는 자연물과 인간이 하나되는 표현이라 할 수 있다고 한다. 나아가 이러한 작업은 종이와 붓으로 대체되는데, 돌을 쪼던 끌이 종이에 붓으로 변화된 것이다. 종이의 앞면에 찍힌 점들과 뒷면에 찍힌 점들이 스미듯이 겹쳐지면서 깊이 있는 공간감을 형성시키며 이때 종이는 하나의 물질이 된다. 평면적 속성을 지닌 종이에 여러 번 점을 포개 놓음으로써 종이는 평면이자 동시에 두께를 가진 표면이 된다.라는 점이 알고나니, 참 오묘하고 새삼스러웠다. 표면이란 결국 사물일 떄 존재할 수 있는 것으로 유리의 긁은 흔적이나 자연석의 표면 등 그간의 작업과 일관된 맥락으로 이해되어질 수 있다.
 
그 다음 전시는 공성훈 작가의 '사건으로서의 풍경'. 사실 전시실에 처음 들어가서는, 사진이 아니냐며 의아해했다. 그 정도로 아주 압도적이고, 섬세하고, 아름답고 사실적이기도 이상적이기도 했다. 이번 전시의 제목은 지난 20여년 간 이어온 작가의 평면 작업 전반을 아우르는 화두로 설명할 수 있다.작가는 특정한 장소나 어떤 장면의 재현적인 풍경이 아닌 보는 이로 하여금 심리적 불안감을 주는 '사건'으로서의 풍경을 다루고 있다.

즉,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마주할 수 있는 주변의 풍경들을 카메라에 담고 이를 토대로 대상들을 하나의 화면에 새롭게 재구성하여 리얼리티와 판타지가 공존하는, 작가의 삶과 연관된 상징주의적인 리얼리티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이번 전시의 구성으로는 1998년경부터 작업을 시작한 벽제의 밤풍경 작품들과 서울 근교의 인공적 자연 풍경, 그리고 바다와 숲, 바위와 절벽을 소재로 한 제주도 풍경 등 밀도 높은 회화 작품 70여점을 선보인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고, 좋았던 작품은 제주의 절벽 그림과 밑 사진의 뒷배경 그림들, 정말 아름다웠다. 그림을 잘 그리지 못 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 평소에는 잘 느끼지 못 했는데, 이 전시를 보며 '이렇게 그림을 잘, 멋지게 그릴 수 있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 정도로 정말 웅장하고 멋있었고, 그 큰 그림을 그리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과 정성을 쏟았을지, 감히 상상도 할 수가 없었다. 이래서 예술이 대단하고 존경스럽다. 나는 저 그림들의 반의 반의 반도 되지 않는 캔버스에 수준 낮은 그림을 그리면서도 싫증을 내고 대충대충 해버리고 마는데.

다음으로 관람한 전시는 <남 홍_솟는 해, 알 품은 나무>전. 대구미술의 세계화를 위해 마련 된 지역작가 연구전시의 첫 번째 전시. 프랑스에서 주로 활동하며 최근 한국에 입국하여 지역출신이면서 유럽 각 지역에서 활발한 국제 활동을 펼치고 있는 한국의 여류작가 남 홍의 개인전이다.

회화, 설치, 퍼포먼스 등 페미니스트적인 성격이 강한 그녀의 작품 50여점을 전시하며, 성을 떠나 한 인간으로서의 본능적인 염원과 비상을 갈구하는 작가로서의 열정을 소개한다. 한국적인 정서를 바탕으로 산, 나무, 꽃, 하늘, 구름 등 자연을 소재 삼아 생명과 희망을 염원하는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었는데, 대자연으로부터 받았던 평온하고 행복했던 순간을 화폭에 담았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소재는 나비, 상징적 의미가 담겨 있는 것 같아 전시 주제가 더욱 와닿았다. 또한 전시실 한 켠에 틀려있는 작가님의 인터뷰와 퍼포먼스 영상을 보며,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너무 멋있고, 개성 넘치는 모습에 존경스러운 마음이 들 정도였다. 문학에서도 나비는 내가 좋아하는 소재라 그런지, 나비를 소재로 한 작품들이 자꾸만 떠오른다. 개성넘치고 강렬한 작품들이 정말 멋있었던 것 같다.

가장 기억에 남는 전시인 '악동뮤지엄'. 어린이 예술가 16명의 작품 총 7점을 보여주는 전시이다. 이번 전시는 대구에서 사진, 영상, 설치 작업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예술가 류현민과 함께한 다양한 예술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다. 익숙함 속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개구쟁이 같은 모습을 지닌 참여예술가 류현민은 어린이예술가들이 세상을 이해하는 다양한 모습을 숨김없이 드러낼 수 있도록 도왔다.

이러한 과정에서 우리의 지난 시절을 돌아보게 하고, 어른들이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순간을 보여준다. 또한 어린이의 의견을 존중하고 어린이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함을 깨닫게 한다. 이번 전시를 통해 어린이 술가의 표현이 여느 예술가와 다르지 않은, 표현의 주체자로서 어린이들의 예술적 표현을 존중하며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한다. 어린이들이 참여하였고, 우리가 참여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어 감명깊었다.

또한 어린이들의 순수함을 느낄 수 있는 부분들에서 감동을 받았던 것 같다. 사진은 나와 친구 도은이가 남기고 온 메모. 내가 쓴 저 문구가 아주 마음에 든다.

미술관에 방문할 때마다 1-2개의 전시밖에 관람하지 못하고 온 것에 대한 아쉬움이 조금 있었는데, 이번에는 다양하고 많은 전시들을 관람할 수 있어 참 좋았다. 정말 알차게 관람하고 온 것 같아, 너무 뿌듯했고, 또 힐링이 된 것 같은, 그런 관람이었다. 미술을 좋아하는 친구와 함께 가니,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좋았고, 시간에 구애 받지 않고 여유롭게 관람하니 너무 좋았다.

고3이 되어도 가끔은 여유를 즐기러 미술관에 방문하고, 강상을 기록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내가 여유와 자유를 즐길 줄 아는 어른이 되었으면 좋겠고, 그리 할 것이다. 미술관은 내가 그럴 수 있게 해주는 장소 중 하나.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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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19/11/21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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