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817    업데이트: 19-11-21 14:14

2019 전시감상문

대구미술관에 다녀와서 20609 박예빈
| 조회 514
전시명: 이상한 나라의 토끼/ 곽인식 탄생 100주년 기념/ 이인성 특별전 화가의 고향, 대구/ 사건으로서의 풍경 공성훈
전시일자: 2019.10.15 ~ 2019.12.25/ 2019.10.15 ~ 2019.12.22/ 2019.11.05 ~ 2020.01.12/ 2019.11.05 ~ 2020.01.12
전시 장소: 대구 미술관
출품 작가: 오트마 회얼, 곽인식, 이인성, 공성훈
관람 일자: 2019.11.13
작성자 : 20609 박예빈


 사실 미술관에서 문화생활을 즐긴다거나 추상적인 작품들을 감상하며 또 다른 행복을 느낀다거나 뭐 그런 사람들은 나와 정말 거리가 멀다. 시끌벅적하고 사람 많은 곳을 즐기는 나에게 있어 미술관은 수행평가로 인해 억지로 찾은 낯선 장소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대구 미술관은 우리집에서도 거리가 좀 있어서 대중교통 여러개를 거쳐야만 도착할 수 있었다. (그건 작년 얘기고 이번엔 아빠가 태워줌) 우리반 효정이와 함께 미술관에 도착해서 표를 끊고 아니 근데 표가 나는 100원인 줄 알았는데 700원씩이나 하더라 상당히 놀랐다. 언제는 공짜로도 입장할 수 있었는데 뭐 전시되는 작품마다 다르겠거니 하고 넘기기로 했다. 
 입장을 하고 제일 먼저 내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다름아닌 핑크 토끼들이었다. 사실 미술관 오기 전에 젤 기대했던 게 얘네였는데 생각보다 띄 엄 띄    엄 이렇게 놓여있어서 살짝 실망했다. 그래도 온 김에 돌아보고 가자 해서 토끼들 옆에서 사진도 찍었는데 내가 정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라도 된 것만 같은,, 그런,,,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아니다 사실 기분 좋았다 그냥 평범한 토끼 형태의 구조물인데도 그렇게 일반적인 장소, 그 바닥에 불규칙적으로 놓여있으니 생각보다 색다른 느낌을 주었다. 
 대구미술관은 대구 출신으로 우리나라와 일본의 현대미술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친 선구자로 평가받고 있는 곽인식 화가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탄생 100주년 기념 : 곽인식전>을 개최하고 있었다. 대구 사람이라니 훨씬 더 관심이 갈 수밖에 없었다. 왜냐면 나도 대구 출신이기때문
  곽인식 화가는 일본 미술에서 물질의 논리가 본격화되기 이전부터 "물성"을 탐구했던 작가로, 1937년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미술계를 중심으로 활동하며 선구적인 작업세계를 전개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간 제대로 조명되지 못했다.... 라고 전시 작품 옆에 기록되어 있었다.
 생각보다 소박한 느낌을 주는 작품들이 많았다. 음 나는 작품을 제대로 감상할 줄 몰라서 그 작품에 담긴 작가의 의도를 정확히 읽어내지 못 했지만 작가가 소재에 대한 깊은 관심과 점, 원이라는 기본적인 형상에 주목하여 작품을 완성해나갔다는 사실 정도는 알 수 있었다.
 그러한 자가의 물질에 대한 본질적 탐구와 조형요소의 근원성은 이 시기 작가들에게 직.간접적으로 크게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사실 곽인식의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일본 사회에서 그가 제대로 인정받지 못 한 것은 재일 한국인이라는 특수성이 한 몫 했을 것이다. 사물을 관찰하고 귀 기울이며 미술계에 앞선 걸음을 재촉해왔던 곽인식은 생애를 바쳐 치열하게 작업해 왔으며 한편으로는 사회에서 '미술 이전의 문제'를 고민하고 실천했던 활동가이기도 했다. 이번 100주년 기념 전시관을 통한 나의 경험은 곽인식의 삶과 예술세계를 통해 물질의 개념이 어떻게 발현되고 전개되어왔는지 물질의 개념 형성과 그 의미를 일본과 한국의 맥락에서 살펴보고 공감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사실 내가 이번에 대구미술관에서 가장 열광했던 전시관이 바로  <공성훈 : 사건으로서의 풍경>전이었다. 나는 그렇게 그림을 사실감 있고 잘 그리는 사람을 처음 봤다 정말정말로. 그림을 잘 볼 줄 모르기 때문에 그냥 언뜻 보기에 '나도 저정도는 그릴 수 있을 것 같은데' 싶은 낙서같은 그림들, 아무리 추상적이라 하지만 도대체 어떤 의도인지 알 수 조차 없는 정신없는 그림들은 나에게 관심을 끌지 못 했다. 
 대구미술관은 제 19회 이인성 미술상 수상자인 공성훈의 개인전을 대규모로 개최하고 있었는데, 이인성 미술상은 대구가 낳은 천재화가라 불리며 한국근대미술사에 큰 업적을 남긴 이인성 화백(1912~1950)의 작품세계와예술 정신을 기리고자 1999년에 제정되었으며, 2014년부터 대구미술관으로 이관되어 추진해오고 있다고 한다. 
 이인성 미술상은 다양한 장르가 혼재한 현대미술의 흐름 속에서 평면작업에 주목해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작업을 지속하고 있는 중진작가를 선정하여, 현대미술에서 비주류화 되어가고 있는 회화를 적극 후원하고한국 현대미술의 균형 있는 발전을 이루고자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공성훈은 서울대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후 서울산업대학교에서전자공학을 공부하였다. 작가는 서양화로 작업을 시작했지만 멀티슬라이드 프로젝션의 개념적인 설치 작업을 발표하며 주목 받았으며, 1998년부터 현재까지 다시 회화를 통해 익숙한 일상을 다룬 풍경화에 집중해오고 있다. 
 이러한 배경으로는 작가가 생각하는 미술이라는 정의가 사고를 물질화시키는 하나의 활동이라 보고 있으며, 작가에게 회화야말로 사고의 과정과 행위의 과정을 동시에 보여줄 수 있는 매체라는 점을 깨닫게 된 점에 있다. 제19회 이인성 미술상 선정위원회에서는 공성훈의 회화 작품들이 한국의풍경에 대한 새로운 차원의 접근과 풍경 속에서 인간의 길을 통찰하는 작가의 관점이 시대성과 접점을 이룬다는 점을 높게 평가하여 수상자로 선정하였다고 했다. 
  작가는 특정한 장소의 재현적인 풍경이 아닌 ‘사건으로서의 풍경’을 다루고 있으며,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마주할 수 있는 실재 풍경들을 카메라에 담고 이를 토대로 대상들을 새롭게 재구성하여 리얼리티와 판타지가 공존하는, 어떤 사건이 벌어질 것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며 작가의 삶과 연관된 상징주의적인 리얼리티를 구축하고 있었다. 정말 어디서든 볼 수 있는 풍경들을 그려서 그런지 사진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현실감 있고 생동감까지 넘쳤다. 사진인지 그림인지 구별도 못 하겠어서 한참을 들여다보고있었던 기억이 난다.
 이번 전시에서는 1998년부터 작업을 시작한 벽제의 밤풍경 작품들과 서울 근교의 도시, 제주도의 바다와 숲을 소재로 한 밀도 높은 회화 작품 70여점을 볼 수 있었다. 더불어 이번 전시에서는 리얼리티의 문제를 보여주는 카메라 옵스큐라 설치 작품을 함께 선보인다. 선큰가든에 설치된 카메라 옵스큐라 설치 작품은 작가가 제작한 아크릴 렌즈를 통해 거대한 카메라 옵스큐라로 만든 것으로, 나도 카메라의 내부로 들어가서 렌즈에 투사된 3전시실의 전경을 볼 수 있었는데 이는 실재와 영상, 즉 실제로 존재하는 것과 비춰진 것의 관계를 대조적으로 다루고 있으며 작가가 오랜 시간 동안 고민해온 리얼리티란 무엇인가라는 질문과 동시에 테크놀러지와 미술의 관계에 대해서 관람객들로 하여금 생각해볼 수 있는 체험의 계기를 제공한다. 사실 이런 건 모르겠고 들어가자마자 너무 깜깜한 암흑 속에 홀로 갇힌 느낌이어서 살짝 무서운 느낌이 있었다. 렌즈로 본 전시실은 그저 내가 왔다갔다 하면 시점이 이리저리 바뀌면서 날 어지럽게할 뿐이었고,,
 마지막으로 <화가의 고향, 대구>전은 일제강점기의 어두운 터널을 거쳤던 화가 이인성에게 고향 대구는 유일한 빛이었다는 사실을 잘 알게 해주었다. 그는 어두운 시대상황과 넉넉하지 않던 가정환경에도 불구하고 고향 사람들의 전폭적인 도움과 격려를 받으며 근대기의 거장으로 성장했다. 대구와 일본을 오가며 작업에 매진하였던1930년대부터 1940년대까지는 그의 황금기였다.
  출품작은 작품의 근원적 배경이 되었던 풍경화와 정신적 근간이 되었던 인물화 및 정물화로 세분한다. 아울러 작가의 일생이 시민들에게 보다 잘 이해될 수 있도록 아카이브와 다큐멘터리도 구성한다. 사실 사람들이 조금씩 모여 다큐멘터리 시청을 했는데, 자리가 없어서 보지 못 했다. 정말 자리가 없어서 못 본 거다. 이번 전시를 통해 한 예술가에게 시대상황과 고향이 지닌 의미가 얼마나 중요한지 살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던 것 같다.
 이 보고서의 가장 처음 부분에 내가 미술관은 정말 나에게 맞지 않는 곳이라고 언급을 했었는데, 작년 전시보다 훨씬 풍부해진 작품들 때문인 것도 같고 생각보다 잔잔하고 편안한 미술관 만의 그 느낌이 나에게 조금 새롭게 다가왔던 것 같다. 나는 이제 수험생이고, 시간적 여유가 없기 때문에 미술관을 자주 방문하진 못 할 것이다. 그래도 어른이 되어 가끔 조용한 곳에서 휴식을 취하고 싶을 때, 힐링이 필요할 때 미술관을 찾아 또 다른 작품들을 만나보며 기분전환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생각일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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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19/11/21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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