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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전시감상문

대구미술관을 다녀와서 20721정채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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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명 : 이상한 나라의 토끼, 곽인식 탄생 100주년 기념, 남홍-솟는 해, 알 품은 나무, 악동뮤지엄
전시일자 : 2019. 10. 15 ~ 2019. 12. 25, 2019. 06. 13 ~ 2019. 09. 15, 2019. 10. 01 ~ 2019. 01. 05, 2019. 10. 16 ~ 2019. 12. 29.\
장소 : 대구미술관
출품작가 : 오트마 회어, 곽인식, 남홍, 권동현, 권민영, 김단경, 김서율, 김지연, 배지환, 안수현, 오수민, 유재윤, 이성주, 이재현, 이효원, 장주현, 장혜정, 홍수민, 황종현, 류현민
작성자 : 정채윤
관람일자 : 2019. 10. 27. 일
 
 대구미술관에 들어가자마자 나를 반기는 것은 수많은 분홍색 토끼들이었다. 지금까지 내가 본 작품들은 만지면 안 되는 것들이 대다수였는데, 이번에 전시되어 있는 토끼들은 아이들과 교감하고 있었다. 공공장소에서 작품과 관람객 사이의 소통의 기회가 얼마나 중요한지에 초점을 맞춘 것 같다. 대구미술관 어미홀은 단일한 전시실이기 때문에 닫힌 공간이다. 동시에 자연 채광을 통해 바깥 공간과 연결되기 때문에 열린 공간이기도 하다. 이렇게 ‘이상한’ 느낌을 주는 어미홀은 마치 토끼가 인도하는 ‘이상한 나라’ 가 되는 것 같아 전시명을 ‘이상한 나라의 토끼’라고 지었다고 한다. 이 전시를 통해 모든 연령의 관광객들이 열린 해석의 자유를 가지며, 관람객 친화적인 이번 전시를 통해 시민들은 미술 감상이 어렵다는 생각을 넘어서 미술을 자유롭게 해석하고 바라보는 즐거움을 선사 받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으로는 곽인식 탄생 100주년 기념 전시를 감상하였다. 대규모 회고전 형식의 이번 전시에서는 작품 200여 점과 자료 100여 점을 통해 곽인식 예술의 업적을 기리는 동시에 그 위상을 재정립하고자 했다고 한다. 곽인식은 일본 미술에서 사물의 논의가 본격화되기 이전부터 물성을 탐구해온 작가이다. 그는 1937년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 미술계를 중심으로 활동하며 선구적인 작업세계를 전개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작품성과가 제대로 조명되지 못하였다. 이번 전시에서는 국내 및 일본의 작품들과 미공개 자료들을 통해 곽인식 작품이 차지하는 위치를 재조명하고자 했다고 한다. 곽인식의 작품 중 독립미술가협회전에 입선한 <모던걸>이라는 작품은 기하학적 요소에 대한 관심이 두드러지며, 배경에 기하학적 형태와 면의 분할은 작가가 새로운 미술사조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음을 확인하게 해준다. 또 곽인식의 작품에는 신체가 왜곡되어 눈알이 강조되거나 손발 같은 특정 부위가 지나치게 과장된, 초현실 경향의 작품들이 많이 존재한다고 한다. 작품들을 계속 둘러보다가 유리창에 총알이 박힌 듯한 깨진 유리가 전시되어 있었는데, 곽인식은 이러한 작품들에 쓰인 재료 자체의 물질성이 드러나는 작업을 했었다고 한다. 깨뜨린 유리를 붙여 지울 수 없는 흔적을 표현하기도 하였으며 이후에는 놋쇠를 구부리고 칼자국을 내고 자른 부위를 놋쇠 철사로 꿰매는 행위를 통해 봉합한 흔적을 고스란히 드러낸 작품들을 많이 만들어 냈다. 이러한 작품을 만들어낸 시기는 남북통일 운동을 전개하던 시기와도 일치하여 물질의 균형과 봉합을 통해 시대의 상처를 극복하려는 작가의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 곽인식의 작품 중에서는 자연석, 도기 나무 작업과 채묵화 작업이 함께 병행된 것들이 있었는데 타마강에서 주운 돌을 우주의 별처럼 쪼거나 돌에 물이 밀려 들어온 지점을 표시하기도 하고 쪼갠 돌을 붙여 흔적을 남기기도 했다고 한다. 또한 점토에 손자국을 남기거나 나무의 표면에 숯으로 만든 먹을 칠하는 등의 행위는 자연물과 인간이 하나되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종이의 앞면에 찍힌 점들과 뒷면에 찍힌 점들이 스미듯이 겹쳐지면서 신비로운 느낌을 주는 작품들이 많이 있었는데 곽인식은 이 기법이 깊이 있는 공간감을 형성시키며 종이는 하나의 물질로 보았다고 한다.
 
 세번째로는 남홍 – 솟는 해, 알 품은 나무 전시를 보러 갔다. 대구미술관은 지역 미술을 연구하고 지역에서 활동 중인 작가들을 소개하는 기획의 일환으로 이 전시를 마련하였다고 한다. 이번 전시는 지난 30여년 동안 프랑스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귀국해서 치열하게 작업하고 있는 남홍 작가의 작품 세계를 한자리에서 살펴 볼 수 있는 자리였다. 1980년대부터 현재까지 제작된 회화 시리즈부터 대형 설치미술에 이르기까지 총 50여점이 선별되었다고 한다. 작가의 작품세계를 포괄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구성된 이번 전시는 각각의 주제를 가지고 있었다. ‘해’, ‘산’, ‘나무’, ‘나비’, ‘봄’ 이라는 테마가 작가의 일생을 대변해주고 있다고 한다. 각각의 주제는 특별하게 구성된 공간 속에서 이야기를 더욱 심화시켰다. 여러 장르와 매체가 어울려 작가가 살아왔던 삶과 예술의 문제를 울림 있게 드러내었다. 이번 전시 제목 <솟는 해, 알 품은 나무>는 밝은 희망과 미래가 모든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모든 사람들이 행복을 누릴 수 있기를 염원하는 작가의 예술의지를 잘 드러내는 말이며, 작가는 그림을 그리는 특별한 시간 속에서, 그 의식 속에서 작가는 카타르시스를 느낀다고 한다.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우울해지지 않고 낙관적이고 희망적인 이유는 내 그림 속에 답이 있다. 왜냐하면 내 그림 안에는 모든 것이 희망이고 기쁨이고 행복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삶의 마지막 순간을 가정해보았을 때, 가장 보고 싶은 것은 바로 대자연이 안겨주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작가에게 대자연은 우리의 삶 그 자체를 의미한다. 삶의 마지막 순간 눈을 감을 때 느낄 법 한 살아있는 존재들에 대한 무한한 감사와 긍정, 그리고 그리움, 작가는 바로 그 마음을 화폭에 담는다고 한다. 해가 떠오른다. 나무가 우거져 산은 건강하다. 그리고 따뜻한 햇살 아래 나비는 봄날을 만끽한다. 떠오르는 해는 힘찬 희망이고 행복한 오늘이다. 떠오르는 해는 내일도 그렇게 우리를 맞을 것이다. 산과 나무는 평온하다. 그리고 나비와 봄은 따뜻한 지복에 대한 은유일 것이다. 모든 것이 자유의 의미가 무엇인지 잘 드러내 준다. 작가는 대자연으로부터 선사받았던 평온하고 따뜻했던 순간을 화폭에 옮겼다. 작가는 정월대보름 할머니가 아궁이 앞에서 한지를 태우며 “너희들 잘 되라고 이렇게 기도한다.”는 말씀을 평생 뚜렷이 기억한다고 한다. 아름다운 한국의 민속의 체험은 1985년 퍼포먼스 작품으로 승화되었다. ‘소지’라는 특별한 행위예술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이 행위는 기도의 순간이며 모든 분노와 근심이 해소되는 순간이다. 행위를 통해 작가는 인생에 대해 성찰하고 다가올 미래에 대한 희망을 마음에 품었다고 했다. 주변의 모든 사람들에 대한 기도의 마음이기도 하다. 본래 영원한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이 불교에서 말하는 무상의 진리이다. '무상로'라는 한마디 속에 작가의 세계관이 담겨 있다. "이 세상 모든 것들은 홀연히 생겨났다가 덧없이 사라지는 것이다. 인생은 무상하다" 이러한 말이 던져주는 허무가 뇌리에 떠올랐다. 그러나 작품에서 보여주고 있듯이 남홍 작가는 대자연과 그 일부인 인간의 존재 자체가 아름답고 행복한 일들로 가득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그것이 남홍 작가가 바라보는 무상의 역설이다. 이 전시를 관람함으로써 꾸밈없고 자유로은 한 작가의 열정을 살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좋았던 것 같다.
 
 마지막으로 악동뮤지엄이라는 전시를 관람하였다. 다른 전시들과는 다르게 이 전시는 어린이 예술가 16명의 작품 총 7점을 보여주는 전시이며, 익숙함 속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개구쟁이 같은 모습을 지닌 어린이 예술가들이 세상을 이해하는 다양한 모습을 숨김없이 드러낸 색다른 전시였다. 전시는 '사물뷔페', '우유, 어지러운', '피켓', '푸식푸식, 예도, 어부', '산책 장려 프로젝트', '캡션', '마블블럭' 순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아이들이 꼬물꼬물 귀엽고 작은 손으로 작품들을 만들었을 생각을 하니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띄었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작품은 피켓이다. 이 피켓은 벽면 한쪽에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었는데, 토요일 오후 전시실을 포함한 미술관 곳곳을 아이들이 피켓을 휘저으며 행진한다고 한다. 그 피켓에는 아이들이 공공의 영역에서 불특정 다수에게 하고 싶은 메시지가 적혀 있었다. 맞춤법을 틀린 아이들도 있었고, 그 또래의 아이가 적은 것 같지 않은 수준 높은 피켓도 있었다. 그 중 학원에 가기 싫다는 말을 적어 놓은 피켓이 있었는데, 어린 아이가 피켓에 그런 말을 적어놓을 정도로 많이 힘들었을 것을 생각하니까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이 안타깝기도 했다. 이 작품 말고 보도블럭
찍어 전시해 놓은 작품이 있었는데 처음에는 그 작품이 의미하는 것을 파악하지 못해 그냥 대수롭지 않게 지나쳤었다. 후에 작품 설명과 작품이 만들어진 과정을 알고보니, 보도블럭 사이에 대리석 보도블럭 하나를 끼워놓은 사진이었는데, 그 대리석 보도블럭에 자신의 소원들을 적고, 벽돌색 보도블럭 하나를 뺀 후 그 공간에 대리석 보도블럭을 집어넣는 활동이었다. 아이들과 함께 그 작품을 만들 생각을 해낸 사람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시를 둘러보며 나의 지난 시절을 돌아볼 기회를 가질 수 있었고, 어른들은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순간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또한 어린이의 의견을 존중하고 어린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함을 깨달을 수 있었다.

 오늘 둘러본 다양한 전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전시는 악동뮤지엄이었다. 나의 동심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으며, 어른들과는 다른 생각,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에 기분이 좋아지는 전시였다. 다음에도 이러한 전시가 개최된다면 꼭 다시 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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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19/11/21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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