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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전시감상문

대구미술관을 다녀와서 20603 김유진
| 조회 974
 
전시명: 팝/콘 전
전시일자: 2019.06.11 ~ 2019.09.29
장소: 대구미술관
출품작가: 아트놈, 한상윤, 유의정, 김기라, 남진우, 김영진, 275c, 옥승철, 김채연, 노상호, 이동기, 김승현, 찰스장, 임지빈
작성자: 김유진
관람일자: 2019.09.15
여름쯤 갔던 대구미술관을 가을에 다시 찾게 되었다. 학교에서 버스를 15분 정도타고 내려서 미술관까지 20분 남짓 긴 길을 걸어가야 한다. 여름땐 그 길이 얼마나 길게 느껴졌는지, 무거운 가방과 함께 땀을 뻘뻘 흘리며 힘들게 걸어갔었던 기억이 났다. 요즘은 바람이 선선하게 불고 햇살도 기분 좋게 내리쬐어 미술관까지 가볍게 발걸음을 옮겼던 것 같다. 안으로 들어서니 기분 좋은 공기가 나를 반겼다. 그리고 대형 곰 모양 풍선들이 눈에 들어왔다. 어디서 본 듯한 캐릭터를 실제로 눈에 담으니 ‘우와’ 라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 사실 매번 미술관을 찾을 때마다 취향에 맞는 전시를 잘 볼 수 없었는데 이번 <팝/콘> 전시는 나에게 아주 흥미로웠고 눈이 즐거웠던 작품들이 여럿 펼쳐져 있었다. 아마도 많은 관람객들이 이처럼 느끼지 않았을까 싶다. 대구미술관은 매년 현대미술의 동향을 소개해주는 주제전을 기획해 오고 있으며, 이번에는 동시대 팝아트의 다양한 흐름을 살펴보고자 <팝/콘>전을 개최한다고 한다. <팝/콘>은 팝아트의 첫 글자인 “팝”과 다중적인 의미를 지닌 “콘”에서 작가들의 복합적인 작품 경향을 함축하여 두 글자를 분리 또는 결합하도록 붙여진 제목이다. 
 20세기 중반, 영국의 비평가 로렌스 알로웨이가 처음으로 언급한 팝아트는 매스미디어의 대중화와 대량생산으로 가능해진 미술 작품을 복제할 수 있다는 점에 긍정적인 태도를 담고 있으며, 팝아트가 간직하고 있는 강력한 일상성과 함께 대중을 위해 제시된 미술양식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번 전시는 팝아트가 근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일상성과 동시대성에 주목하였으며, 국내의 팝아트가 일상과 더불어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팝/콘>은 팝아트의 본질적인 측면이 시각적 방법론에 포커스를 두고 출발하였으며, 14명의 작가들을 선정하여 평면, 영상, 입체, 설치 작품 중 총 600여점을 소개한다. 이번에 선보이는 이미지의 창조와 대중매체나 대중문화에 바탕을 둔 이미지의 차용, 상품/상표/광고의 소비자본주의 경향이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국내 작품들에서 살펴볼 수 있는 요소로 우리의 전통 소재나 재료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방식이 있으며, 가장 동시대적인 경향으로 인터넷이나 소셜 네트워킹 시스템(sns)을 활용한 이미지 수집과 재생산 과정이 담긴 작품들을 확인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작품의 의미를 시각적 기법과 매체만으로 단정 지을 수 없으며, 작가들은 개별적으로 고유한 미학적 태도와 동시대의 사회, 문화, 정치적인 여러 현상들을 반영하고 있다. 예술의 경계를 구분 짓는 일이 무의지해진 동시대 미술에서 우리에게 친숙하지만 내제된 개념이 다채로운 작품들을 확인하고, 나아가 이번 전시를 통해 우리의 일상, 즉 삶의 다양한 지층들을 함축하고 있는 팝아트의 복합적이면서 독특한 양면성을 새롭게 발견하기를 기대한다. 

 ‘아트놈’은 명확한 아웃라인과 선명한 색채, 독자적 캐릭터를 활용하여 팝아트가 지닌 시각적 전략을 극대화한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민화와 팝을 절충하여 한국적으로 풀어낸 <모란> 시리즈와 명호와 대중소비문화를 교차한 <비너스>, <피에타> 외 다수의 연작을 선보인다. 작가는 전후 맥락에서 연결성을 찾아보기 힘든 요소를 임의적으로 연결하고 재배열하여 자신만의 화면을 구성함으로써 직관적으로 도출되는 신선함과 흥미로움을 추구한다. 
 ‘한상윤’은 슈퍼맨이 연상되는 붉은 망토를 걸친 돼지 캐릭터를 제작한다. 풍자만화를 전공한 작가는 오랜 시간 동안 한국적인 정서를 작품 속에 담아내고 있다. 또한 하나의 캐릭터는 동시대의 사회, 문화, 정치적인 현상들을 반영하기 마련이다. 작가가 제시한 캐릭터는 물질만능주의 풍자 하듯, 상표들이 그려진 고급 의상을 입은 돼지들이 일상을 즐기는 모습이 담겨 있어 해학적으로 볼 수 있지만 또한 우리에게 친근한 이미지와 함께 밝고 낙천적이며 인생을 즐기는 긍정적인 면도 함께 간직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벛꽃 우리의 사랑도 활짝>, <행복한 돼지 커플>, <행복한 돼지 가족> 등 밝고 유쾌한 돼지의 일상이 담긴 작품을 소개한다.
 ‘유의정’은 도자예술의 오랜 역사와 양식을 메타데이터화하여 동시대 예술의 실천형식으로써 가능한 대안을 끊임없이 연구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전통적인 도자기법에 현대의 문화가 가진 상징적 요소를 콜라주한 <동시대 문화 형태 연구-도자기>와 <유사유물> 시리즈를 선보인다. 두 시리즈는 유물적 가치를 지닌 도자기의 특성을 활용하여 과거의 현재를 혼재하고, 동시대를 역으로 추적하며 재발견하도록 유도한다. 이러한 작가의 작업방식은 객관화된 빅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응용하며 분열적으로 발전하는 오늘날 사회, 경제의 구조와도 연결된다. 
 ‘김기라’는 복합적인 매체를 활용하여 사회, 경제, 정치 등 다양한 이슈와 쟁점들을 익살스럽고 해학적으로 풀어낸다. 이번 전시에서는 대중문화와 연결 지점이 있는 시리즈 <현대 정물 회화>와 <20세기 영웅들-괴물>, 그리고 영상 2점 <유니버셜 익스피리언스>, <21세기 월드>를 선보인다. <현대 정물 회화>는 골드 프레임과 원근법, 사실적 묘사를 통해 17세기 바니타스 정물화와 같이 오늘날 우리 사회에 팽배한 브랜드, 소비주의 나아가 그로부터 파생되는 암시적 죽음을 은유적으로 그려낸다. 이 시리즈는 오늘날 소비자본주의를 풍자하는 정크-패스트푸드와 담배, 맥주, 초콜릿, 술병 등을 대표적인 기호들로 나열하면서 현대인의 실상을 교차시키는 작가의 시선을 보여준다. 
 ‘남진우’는 대중매체에서 통상적으로 구분하는 선과 악, 영웅과 악당이라는 이분법적 인물상을 전복시킨다. <두 괴물들의 서사시>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앳된 미소년의 얼굴과 기괴한 대형오징어의 몸이 대비되는 정의로운 악당인데, 어둠을 서정적이고 신화적으로 그려낸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그의 화폭은 일상에서 견고하게 자리 잡은 고정관념의 경계를 한 편의 서사시처럼 초월적으로 표현하는데, 파편화된 회화 조각을 수공예적으로 이어 붙인 이야기를 따라가면 한 편의 오페라를 보는 것과 같은 장엄함을 경험할 수 있다. 
 ‘김영진’은 하나의 화면에 여러 가지 형태들, 이를테면 고전 서양화의 인물, 만화, 광고, 낙서, 기하학적 도상 등 다양한 시각적 이미지들을 결합시키는 방식으로 작업을 확장하고 있다. 이러한 작업들은 미술의 장르와 경계를 허물기 위한 작가만의 방식이며, 다양한 형태의 시각적인 이미지들을 자유롭게 결합하고, 해체하는 일련의 과정을 반복하면서 우리가 알고 있는 이미지들은 전혀 다른 새로운 형태들로 나타나게 된다. 이번 전시에서는 <타입>과 <크래쉬> 연작을 함께 소개한다. 먼저 <타입3. 지옥의 단테와 베길리우스>는 프랑스 작가 부그로의 고전 회화에 등장하는 인물을 부분적으로 가져와 사실적으로 묘사하였는데, 이러한 방식은 팝아트의 전략을 단순한 방식으로 수용한 것 같지만 색면과 낙서, 타이포그래피 등 작가만의 미학적 기법들을 함께 담아내면서 하나의 완전한 형태로 선보인다. 
 ‘275c’는 일상에서 익숙하게 볼 수 있는 사물들의 일률적인 형태에서 불편함을 느끼고, 본래의 대상이 가진 외형과 속성을 지운 뒤 자신만의 새로운 형태를 고안해내는 과정에서 안정감을 취하는 작업을 지속해왔다. 다양한 오브제의 변형과 조합으로부터 비롯된 자유분방한 변화는 작가가 지향하는 삶의 균형을 표방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대중소비문화의 일상성이 부각된 최근작 <불편한 휴식>을 선보이는데, 시각적으로는 기하학적으로 변용된 이미지에 텍스트가 레이어로 얹혀지며 보다 입체적인 회화의 양상을 부각시키고, 개념적으로 현실도피성 휴식이 갖는 불편함을 드러낸다. 
 ‘옥승철’은 온라인이라는 가상공간에서 유통되는 이미지가 물리적 공간과 갖는 관계에 주목한다. 작가에게 매체는 이미지의 최종 목적지가 아닌 기착지로 간주되며, 회화를 기반으로 부조, 입체, 영상으로 작업의 범위를 확장해간다. <석고상>은 대중매체나 각종 애니메이션에서 등장하는 다중적 소녀의 이미지를 중첩하여 작가가 재창조한 인물로 디지털의 관습과 예술의 관습을 공존시키고 현대미술을 사유하는 방식에 화두를 던진다. 이번 전시에서는 각각의 매체가 지닌 고유성과 공간적 요소와 호흡하는 연결성에 주목한다. 
 ‘김채연’은 아날로그적 애니메이션 제작 기법과 비슷한 방식으로 수십, 수백 장의 이미지를 웹으로 그리고, 그 이미지를 연결하여 동화와 같은 영상 작품을 완성한다. 이러한 영상작품은 일기장을 적듯 일상을 아카이빙하였던 작가의 에스키스에서 출발하였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작업 과정을 전개하듯 분필로 그려낸 벽화 드로잉에서부터 설치와 영상까지 다양한 매체를 아우르는 <우기> 시리즈를 보여준다. 우기는 작가와 동일시되는 대상인 동시에 다수의 군중을 함축하며, 현대인의 수많은 레이어를 투영한 존재로, 반복되는 일상에서 우리가 간과하는 행복과 희망의 실마리를 재발견할 수 있도록 돕는 매개체이다. 작가는 다소 권태로울 수 있는 매일을 감성적 장면들로 탈바꿈하여 우리가 놓치고 있는 현재를 되돌아볼 수 있길 제안한다. 
 ‘노상호’는 가장 동시대적이고 실험적인 작품 경향을 선보였으며 일상에서 수집한 이미지들을 바탕으로 드로잉, 페인팅, 집필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의 영역을 확장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더 그레이트 챕북> 시리즈를 소개한다. 먼저 350여장의 수채 드로잉들은 작가가 인터넷에서 수집한 이미지에 얇은 먹지를 대고 그려내고, 여기에 채색과 편집 과정을 거쳐 제작되었다. 이 이미지들은 작가가 기본적으로 작품을 공유하는 플랫폼인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 업로드 된다. 이번 전시는 작품과 아트 상품을 판매하는 작은 상점을 운영했던 작가의 작업 방식과 태도를 컨셉으로 진행했는데, 수백 개의 드로잉들을 옷걸이와 행거에 진열하고 대형 작품들을 천장에 매달아 마치 쇼룸에서처럼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이동기’는 1990년대부터 대중매체와 대중문화에 대한 유연한 태도를 바탕으로 다양한 스펙트럼의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먼저 월트 디즈니의 <증기선 윌리>에 등장하는 미키마우스와 데츠카 오사무의 <철완 아톰>의 주인공 아톰을 합성하여 아토마우스(1993)라는 혼성 이미지를 창조하였다. 아토마우스는 대중매체로부터 착안하였지만 사회와 문화에 대한 명쾌한 메시지와 위트 넘치는 패러디를 통해 대중문화와 순수미술의 영역을 넘나들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버블>, <아토마우스>, <파워세일>, <해시태그> 등 여러 이미지가 중첩된 절충주의 작업들을 소개한다. 더불어 어미홀 내벽에는 <국경에서> 작품을 작가가 픽셀로 재해석하여, 총 55m 길이의 대규모 설치 작업으로 선보인다. 
 ‘김승현’은 삶과 예술의 관계를 개념적인 작업으로 담아내는데, 이번 전시에서는 2012년부터 시작한 <본> 시리즈를 새롭게 선보인다. 록밴드 퀸의 <I WAS BORN TO LOVE YOU>의 가사를 인용하고, 문장 일부를 교체하여 의미를 바꾼 작업들은 미술 작품이 가지는 의미에 대한 작가의 고민을 언어유희로 풀어낸 작품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본> 시리즈가 특별한 공간으로 제작되어 소개되는데, 결국 작품이 누군가의 생활공간에 놓이는 형식으로 공간이 연출되면서 작가의 작품을 매개로 관람객들에게 그 시각적인 경험을 공유하고자 한다. <본> 시리즈는 누군가를 사랑하기 위해 태어났다고 고백하는 것처럼 미술 작품의 본질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했고, 누군가의 공감을 장식하여 함께 하기 위해 태어났다. 
 ‘찰스장’은 기존의 만화 캐릭터 이미지를 바탕으로 하여 페인팅, 영상, 아트 상품 등의 다양한 매체의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특히 <로보트 태권브이> 시리즈와 <해피 하트>를 제작하면서 대중에게도 친근하게 다가가고 있다. 작가는 어린 시절 만화에 등장하는 주인공 로봇들이 세계평화와 정의를 위해 싸우는 모습에 매료되었고, 그 후로 로봇은 작가에게 친구이자 영웅 같은 존재가 되었다. 현재까지도 작가는 수백 개의 장난감을 모으고, 만화의 주제가를 들으면서 일상의 즐거움과 희망을 얻는다. 이번 전시에서는 어미홀에 ‘찰스 장 라운지’를 제작한다. 작가의 로봇 캐릭터로 새롭게 디자인한 공간에는 평면작품들과 입체 로봇, 가전제품들이 하나의 로봇으로 합체하는 과정을 담은 영상 작품들을 함께 선보인다. 특히 이번 전시에는 작가가 지금까지 수집해온 70-80년대 빈티지 피규어, 딱지, 문구류 수백 점을 선보인다. 
 ‘임지빈’은 2011년부터 <에브리웨어> 프로젝트로 전시 공간이 아닌 일상적인 공간에서 베어벌룬 설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작업 초기, 작가는 여러 차례 미술관이라는 한정적인 공간에서 전시를 진행하면서 미술관을 찾는 사람들이 소수라는 생각과 함께 작가로서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 후 ‘딜리버리 아트’라는 형식으로 사람들이 많이 볼 수 있는 공간을 직접 찾아 다니면서 몇 시간 동안이나마 베어벌룬을 설치하고, 사람들이 친근하게 작품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이러한 작품들은 기본적으로 얼굴이 없는 대형 사이즈의 베어벌룬이 야외 공간에 몸을 구기고 끼여 있는 모습으로 전시되었는데, 이번 전시에서는 4m, 6m 높이의 베어벌룬이 미술관이 어미홀이라는 장소특징적인 공간의 건물 기둥 사이로 설치되었다. 
 이렇게 여러 팝아트 전시 작품들을 살펴보며 작품의 의의를 자세히 알아보게 되었다. 낯익은 작품들도 몇몇 보였는데, 혁오의 앨범 자켓 삽화를 그린 ‘노상호’ 화가의 작품들과 어릴 적 많이 접했던 ‘아톰’ 캐릭터가 보인 ‘이동기’ 화가의 작품 등 꽤 많은 작품들이 눈에 익어 익숙했고 반갑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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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19/11/18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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