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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전시감상문

대구 미술관을 다녀와서 20919 장수정
수정이 | 조회 144

전시명: 박생광, 남홍 - 솟는 해, 알 품은 나무

전시일자 : 2019.05.28.~2019.10.20. , 2019.10.1~2020.01.05.

장소: 대구미술관

출품작가: 박생광, 남홍

작자: 20919 장수정

감상일자: 2019.10.11 (금)

작성일자: 2019.10.13 (일)

저번학기에 이어 이번학기 에도 미술관 감상을 가게 되었다. 이번에는 어떤 전시회를 감상 할 수 있을지 기대하면서 미술관으로 출발했다. 저번과 다르게 1층 전시관은 다음 전시회인 ‘이상한 나라의 토끼’ 준비로 한창 바빠 보였다. 2층 전시관 앞에는 커다란 그림이 그려진 조형물에 박생광 이라는 이름이 적혀있었다. 그것을 보니 대충 어떤 그림들의 분위기일지 짐작이 갔다. 전시장을 들어가자마자 그림들이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강렬한 색채들이 날 끌어당기고 있었다. 하나하나 그림을 감상하니 마치 우리나라의 전래 동화와 같은 책에 있을 것 같은 그림들의 분위기가 풍겨졌다. 분명 박생광 화가는 1900년 대 초 ~ 후반 까지 활동했는데 그 시절에도 이렇게 색감이 쨍한 물감들이 있는 것이 신기했다. 내가 생각하기엔 그 시대 때는 그냥 먹과 벼루와 같은 흑백 그림을 많이 그렸을 것이라고 상상했는데 나의 고정관념을 완전히 깨버렸다. 계속 그림을 구경하다 어디서 많이 본 색 같아서 익숙함이 느껴졌는데 생각해보니 그림에서 사용된 색들이 모두 우리나라 고유의 단청에서 사용되는 색감들이랑 비슷하다는 것이 떠올랐다. 이러한 면모를 비롯해 박생광은 민족성에 대해 깊게 관심을 가져 민족 서적을 탐독하고 직접 역사 할자에게 자문을 구해가며 민족 예술에 대한 당위성을 확고히 해갔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그림 <불상>, <탈> 등을 보고 불교, 무속, 민화, 역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의 전통적인 소재를 찾아내 독자적인 그림을 그렸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특히 <소>나 <용> 그림은 미술 교과서에서도 본 듯한 익숙함을 풍겼다. 이는 박생광이 한국 민화에 등장하는 동물인 범, 원앙, 학, 사슴과 십이지신 속 동물을 가지고 특히 민화에 등장해 흔히 많이 볼 수 있는 자연적 소재이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예상을 하기도 했다. 전시 중 특히 2섹션에서 전시되어있는 꽃과 여인, 민족성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전시된 모란꽃들의 그림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모란꽃 특유의 색깔이 잘 표현되어있어 마치 꽃냄새가 나는 듯 한 착각이 들기도 했다. 꽃과 민족성이 어떤 관계가 있을지 전혀 상상이 가지 않았는데 모란의 씨에서 피어난 가지가 결창을 맺는 것은 곧 모란꽃이듯이 우리는 민족의 회화를 꽃피울 수 있는 사명감을 가져야해라는 사명감을 가지고서 꽃을 민족성과 연결 지어 그림을 그렸다는 것을 듣고선 정말 대단한 화가라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여러 모란꽃들이 전시되어있었다. 그 중에서 선으로만 그려진 꽃들도 많았고 색칠까지 온전히 되어있는 꽃들도 많았는데 이 섹션이 제일 마음이 들었던 이유가 꽃이 예전에 그린 그림 같지가 않고 마치 몇 달 전에 그린 듯 한 생생함이 들어서이다. 그리고 꽃을 좋아하는 나로썬 색감 표현과 비롯해 선의 느낌 그 조화들이 정말 잘 이루어져있어서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3섹션으로 가는 길목에 엄청나게 커다란 스님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갑자기 웬 스님이지 ? 라는 생각이 들면서 설마 이 그림도 민족성을 나타내기 위한 의도와 연관이 있는 건가 라는 예상이 들었다. 역사를 떠난 민족은 없다. 전통을 떠난 민족은 없다. 모든 민족예술에는 그 민족 고유의 전통이 있다라는 박생광의 말처럼 역사와 민족성은 뗄래야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였다. 그리고 가장 인상에 남은 작품은 < 노작도 >라는 그림이었다. 이 그림은 박생광 화백이 후두암 선고를 받고 돌아가시기 전 마지막으로 그린 작업이다. 미완성으로 끝난 이 작품 속에 그려진 노인은 자신을 나타내는 것이다. 노작도라는 말의 뜻은 피리를 부는 노인이라는 뜻이다. 왜 하필이면 자신이 피리를 불고 있는 그림을 마지막으로 그리고 싶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유는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며 모든 삶의 한을 내려놓겠다는 의미를 담아 피리를 부는 해학적인 모습으로 자신을 표현하였다고 한다. 이 말을 듣고선 역시 예술 작품에 등장하는 소재들은 하나 하나씩 그 의미를 지니고 있는 듯 했다. 바로 옆 전시실에는 스케치가 그려져 있었다. 엄청나게 커다란 병풍들도 있었고 특히 옆 전시실에서 인상 깊게 본 <소> 그림의 스케치가 있어서 어떻게 박생광이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고민을 했는지의 흔적을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여러 색감들이 한데 어우러져 춤을 추고 있는 작품들을 구경하고 나니 눈이 맑아지는 기분이 들기도했다. 

 

바로 옆 전시관에서는 남홍 - 솟는 해 , 알 품은 나무 이라는 전시가 진행되고 있었다. 전시실을 들어가는 입구에는 커다란 도자기 5개가 전시되어 있었고 그 도자기의 크기가 시선을 압도했다. 각 도자기들에는 전시 이름에 걸맞게 빨간 색감의 물감으로 해를 나타낸 듯 했고 밝은 해와는 대비되게 남색 계열의 색상을 사용하여 어둠을 나타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대부분 나무를 떠올리면 생각하는 색상인 갈색을 사용하여 나무의 가지와 몸통을 나타내기도 하였다. 입구의 도자기들로 하여금 이 작가의 그림이 어떤 전체적인 분위기일지를 예상하며 전시실 내부로 들어갔다. 내부에는 그림이 아닌 조형물이 우리의 눈을 채웠는데, 역시나 해를 표현하였고 그 해를 중심으로 새들이 날아가는 듯 한 형상을 해놓은 조형물이 있었다. 캔버스나 도화지 같은 곳에만 그림을 그려보았던 나에게는 새로운 예술의 종류를 경험할 수 있게 해주었으며, 미술이라는 예술이 종이에 그리는 것 뿐 아니라 이렇게 공간을 사용한 조형 예술도 있음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주었다. 학교에서 사용했던 컨버스와는 다르게 엄청나게 큰 컨버스를 사용해 작가는 그림을 그렸다. 그림들의 질감들이 거칠게 느껴졌고, 입체감이 느껴져 대체 무슨 재료를 사용했을까 ? 라는 궁금함을 품으며 살펴보았는데, 바로 태운 한지였다. 태운 한지를 사용해서 이렇게 멋진 예술이 탄생한 것이 신기했고, 여러 가지 재료들이 사용됨을 알 수도 있었다. 마치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나무들을 표현하듯이 가을의 노란 단풍이 든 나무와 겨울의 눈을 맞고 가지가 앙상해진 나무가 대비되어 전시되어있는 것을 보고 마치 직접 산을 가서 나무들을 구경하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 중 하나는 사진과 같이 여자가 그려져 있는 그림이었는데, 마치 사람의 얼굴을 그린 후 그 얼굴을 빨간색으로 채색한 것으로 보아 사람의 얼굴을 해로 표현하고 싶었던 작가의 마음이 담겨있는 것이 아닌가 라는 추측도 해보았다. 알을 품은 나무 작품은 생명을 품은 나무를 표현해 살아있음을 표현하고 싶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내 생각과는 조금 다르게 작가는 밝은 희망과 미래가 모든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모든 사람들이 행복을 누릴 수 있기를 염원하는 의지를 그림에 나타내고자 하였다. 그리고 아까 태운 한지로 작품을 만들었다고 했는데, 이 태운 한지라는 재료에 작가의 할머니와 관련된 추억이 담겨있음을 알고, 옛날 생각에 뭉클 하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아직까지 미술 시간을 벗어나 직접 미술을 찾아가는 발걸음은 익숙치 않지만 수행평가가 아닌 온전히 나의 의지로 다시 한 번 미술관 문을 두드리는 날이 곧 올 것이라는 상상을 감히 해본다^_^

덧글 1 개
관리자 19/11/18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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