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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전시감상문

대구 미술관을 다녀와서 20623 정세진
| 조회 572
전시명 : 박생광, 남홍 – 솟는 해, 알 품은 나무
전시기간 : 2019.05.28~2019.10.20/2019.10.01~2020.01.05
장소 : 대구 미술관
출품자 : 박생광, 남홍
감상일자 : 2019.10.09
작성일자 : 2019.10.12
작성자 : 20623 정세진
 
 지난 10월 9일 한글날, 나는 또 한 번 대구 미술관을 가게 되었다. 마침 10월 9일까지 대구미술관이 무료입장인데다가 무려 2개의 전시가 진행 중이라는 소식에 망설임 없이 대구 미술관으로 향했다.
 대구 미술관에 도착하니 정말 무료입장이어서 우선 너무 좋았고 1년 만에 다시 찾은 대구 미술관이 설레고 기대가 되었다. 박생광 작가와 남홍 작가의 작품 전시는 2층에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었다. 나는 평소에 미술에 크게 관심이 없는 편이지만 미술책에서 박생광 작가와 관련된 내용을 언젠가 본 적이 있었던 것 같아서인지 왠지 박생광 작가의 작품을 먼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박생광 작가 전시장을 먼저 관람했다.
 
 1섹션부터 차례차례 작품을 감상하다보니 대충 박생광 작가만의 화풍을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1섹션에서는 자연 속 소재인 동물, 꽃, 식물을 그린 박생광 작가의 작품을 볼 수 있었다. 우리가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동물과 식물이지만 박생광 작가는 뭔가 자신만의 단출하면서도 화려한 한국 전통 느낌을 작품에 표현하고자 한 것 같았다. 중간중간에 있는 설명을 통해 박생광 작가는 한국 민족성에 관심을 가지면서 한국 민화에 등장하는 자연적 소재를 화폭에 담아내고자 노력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특히 민화에 자주 등장하는 동물인 범, 원앙, 학, 사슴과 십이지신 속 동물들이 주로 작품의 대상이 되었다는 사실 또한 알게 되었다.
 2섹션은 꽃과 여인, 민족성을 주제로 한 작품이 전시되고 있었다. 전시실을 들어가기 전에 박생광 작가의 “모란의 씨에서 피어난 가지가 결창을 맺는 것은 곧 모란꽃이듯이 우리는 민족의 회화를 꽃피울 수 있는 사명감을 가져야 해”라는 말이 특히 인상 깊었고 민족의 회화를 번성시키고자 했던 박생광 작가의 사명감이 느껴졌다. 그리고 모란꽃을 그린 작품들이 눈에 띄게 많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모란은 부귀를 상징한다고 한다. 또, 박생광 작가가 민족성에 대한 연구를 하면서 한국 민족성의 뿌리를 단군에서 찾았고 1980년대 작업에서는 작품년도를 단기로 표기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내고’로 쓰던 호를 ‘그대로’인 한국식 호를 바꿔서 사용한 것도 박생광이 얼마나 민족성, 전통성에 관심을 가졌는지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3섹션은 ‘민족성의 연구’를 주제로 한 작품이 전시되고 있었다. 작품을 감상하면서도 왜 이 전시의 주제가 민족성의 연구인지 알 수 있을 정도로 불교를 주제로 한 작품과 민속적 소재인 탈과 관련된 작품, 한국 전통적 소재들이 어우러져 등장하는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었다. 특히, 불화나 불교적 소재인 목어, 단청, 학, 연꽃, 호랑이 등이 그려진 작품들이 많았고 단청 색인 청, 적, 황, 백, 흑의 오방색을 중심 색으로 사용하여 표현한 점이 조금 특이하면서도 인상 깊었다. 또, 나중에 책자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이지만 박생광 작가는 민족성에 대해 주목하면서 주로 왕릉 시리즈를 그렸었는데, 그 후 왕릉시리즈로도 부족함을 느끼고 민족에 대해 깊은 연구를 하면서 전문가를 직접 찾아가 자문을 구하기도 했다고 한다. “역사를 떠난 민족은 없다. 전통을 떠난 민족은 없다. 모든 민족예술에는 그 민족 고유의 전통이 있다.”라는 박생광의 말이 특히 공감되었고 박생광 작가가 얼마나 민족성을 중요하게 생각했는지 알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4섹션에서는 ‘무속성에서 민족성 찾기’라는 주제로 전시가 진행되고 있었다. 전시실을 들어서자마자 내 관심을 끈 것은 박생광 작가의 ‘85 파리 그랑팔레 전시 포스터’였다. 1985년에 프랑스의 권위 있는 미술전 <르 살롱>의 기획전으로 <한국미술전>이 개최되었다. 이를 위해 1984년 10월, 한국에 방문한 프랑스 미술협회장 아르노 도트리브는 박생광 작가의 작품에 깊은 감명을 받고 그를 1985년 특별 초대 작가로 선정하였다고 한다. 1985년 파리 그랑팔레 <르 살롱>의 <한국 16세기부터 오늘날까지의 예술>에 박생광 작품 14점이 전시되었고 그 이후로 박생광 작가의 작품은 국제적으로 조명 받게 되었다는 설명이 적혀 있었다. 나는 이 작품이 왜 프랑스 미술협회장이 깊은 감명을 받았는지 알 것 같았다. 미술을 잘 모르는 내가 봐도 우리나라만의 민족성과 무속성이 잘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박생광 작가는 불교적, 전통적 소재에서 민족성을 담은 작품을 제작한 후, 한국의 샤머니즘에 집중하기 시작했고, 기층민의 삶을 대변할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맞춰 무속을 박생광의 80년대 작업의 중심에 가지고 왔다. 박생광 작가는 부적, 굿, 무당 등을 소재로 무속, 무당 시리즈 작업을 하며 무속화가 가지는 형상적인 힘을 자신만의 독자적 화풍을 정점을 찍게 되었다고 한다.

 나는 이번 전시회를 통해 박생광 만의 독자적인 채색화풍인 ‘그대로 화풍’을 직접 느낄 수 있었다. 또, 토속적인 한국성과 무속성을 반영하여 한국 채색화의 새로운 지평을 연 박생광 작가의 독창적인 작품을 통해 한국 정체성이 담긴 회화가 무엇인지를 살펴볼 수 있었던 계기가 된 것 같다. 매번 미술관을 오면서 반성하는 점이지만 앞으로 조금 더 미술에 관심을 가져 미술 전시회를 많이 찾아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또 한 번 들었다.



덧글 1 개
관리자 19/11/18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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