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23    업데이트: 23-03-08 11:52

보도자료

[내멋대로 그림읽기] 김강록 작 '율려4354-02-5' - 매일신문
아트코리아 | 조회 295



김강록 작 '율려 4354-02-5' 73×53.5×5.5 Mixed Media 2021년

 

'하늘의 도(天道)는 사계와 밤낮을 주관하고, 땅의 도(地道)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주관하며, 사람의 도(人道)는 인(仁) 의(義) 예(禮) 지(智)의 본성을 회복하는 데 있다.'

한·중·일 3국이 자리한 동북아시아 사유의 모태이자 형이상학적인 세계관을 일컫는 이 말은 달리 말해 천지인 3자가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인간 세상에 태평과 평화의 정치가 구현된다는 의미와도 상통한다.

이제 김강록 작 '율려 4354-02-5'속으로 들어가 본다. 작품명 '율려'(律呂)는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고 있을까?

율(律)은 자연의 기를 재는 도구로서 천기의 변화리듬이라면, 려(呂)는 '돕는다'와 '짝'이라는 뜻을 지닌 지기의 변화리듬이다. 리듬은 본래 하모니를 기본으로 한다. 리듬이 제대로 변화해 아름다운 선율로 들리면 그게 바로 좋은 음악이면서 듣는 이의 기분을 상쾌하게 만든다. 따라서 '율려'는 천지인이 조화로운 이상세계를 의미할 수 있다.

김강록은 이 '율려'를 주제로 그림을 그린다. 작품의 첫 느낌은 무언가 몽글몽글 기운이 약동하는 것 같다. 청(靑) 황(黃) 적(赤) 백(白) 흑(黑)의 오방색 계열을 이용해서 원과 직선을 그리고 배경을 칠했다. 한눈에 봐도 두꺼운 붓질의 흔적은 그가 물감을 엄청 듬뿍 찍어 작업했음을 알 수 있다. 그림의 색감 자체도 엄청 밝게 보인다. 확실히 밝음은 어둠보다 에너지가 높으며 보는 이에게 맑은 에너지를 쏟아낸다. 게다가 맑은 에너지는 힐링의 효과를 선사한다. 김강록의 '율려'시리즈는 모두 이러한 특징을 갖고 있다.

이렇게 완성된 작품 속 오브제는 봄날 피어오르는 아지랑이 형상을 닮았고, 여름날 땅이 내품는 열기 같으며, 가을날 익어가는 열매들의 속삭임과 비슷하고, 겨울날 뭉쳐진 한기의 결정체처럼 볼 수도 있다. 하늘의 기가 변화리듬을 타고, 땅의 기가 짝이 되어 화답하는 듯 말이다. 그리고 사람인 김강록은 천지인의 세상이 운행하고 있는 근원인 '자연 순환'에 대한 이야기를 시각화했다.

"율려의 세계는 시각적인 형상으로 보여질 수도 있고, 음악으로 들려질 수도 있으며, 여러 가지 차원의 파장들로도 느껴질 수 있는데 내가 관심을 갖는 것은 바로 시각적인 차원에서의 율려의 세계를 표현하는 것입니다."

김강록의 이 말은 그것이 음악적으로든 미술적으로든 어떻게 해석하든 간에, 자신의 작품을 감상하면서 '조화'의 심미감을 얻고 그림으로부터 파생되는 에너지를 받아 선한 본성을 정화시켜주는 효과를 얻기를 바란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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