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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김수영의 그림편지] 김강록 作 ‘율려’ 김수영기자 2017-11-03 영남일보
아트코리아 | 조회 524
오방색과 다양한 형태로 풀어낸, 그림·인간의 근원에 대한 고민


 
7~8년 전쯤이었지 싶습니다. 문화부에서 미술을 담당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지요. 김강록 화가가 개인전 팸플릿을 가지고 왔습니다. 곧 개인전이 열리는데 홍보를 요청하러 온 것이었습니다. 그때 김 작가와 그의 작품을 첫 대면했는데 팸플릿을 보고는 약간 당황스러웠습니다. 작품들은 ‘율려’ 시리즈였습니다. 캔버스에 화려한 색상의 원과 굵은 붓자국이 가득 들어앉아 있는 그림이었지요. 미술을 맡기 전 음악을 꽤 오랫동안 담당해왔던지라 ‘율려’라는 단어에 대해서는 설핏 알고는 있었습니다. 주로 국악에서 사용되는 용어란 정도는 말이지요.

음악 용어인 율려가 작품 제목인 데다 그림의 내용이 무엇인지 뚜렷이 드러나지 않으니 작품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작품에 대한 작가의 설명을 꽤 열심히 들었으나 그 내용이 100% 이해되지는 않았습니다. 대충 이해하는 척하며 고개만 열심히 끄덕였던 기억이 납니다. 물론 지금도 김 작가의 율려라는 작품에 대해서는 정확히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그저 나만의 방식으로 해석하는 수준이지요. 하지만 김 작가의 말 가운데 한 가지는 분명히 잘 알아듣고 공감하고 있습니다. ‘에너지, 기운이 느껴진다’는 말입니다.

원을 비롯해 평범한 형태들로 구성된 그의 작품은 뭉친 듯하면서도 풀어진 것 같은 양상을 띱니다. 여러 형태들이 무엇을 향해 모아지는 듯하는 긴장감에 싸여있는 작품을 보다 보면 어느새 그 형태들이 각자의 방향을 향해 나아가려 하는 듯한, 풀어지는 편안함이 느껴집니다. 아마 이런 움직임이 주는 기운이 느껴지는 것이겠지요. 여기에 한국의 오방색에 기초한 화려한 색상이 스며져 강렬한 느낌을 줍니다. 이런 색상이 그의 작품에 더 힘찬 기운을 만들어냅니다.

율려의 사전적 의미를 살펴봤습니다. 원래 음악 용어이지만, 음양오행의 동양철학에 기초하고 있고 고대 신화에서 천지창조의 주인공으로 일컬어지는 등 철학, 신화학 등에서도 다양하게 사용된다고 합니다. 참 쉬운 해석처럼 보이지만 일반인은 그 뜻을 선뜻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엄청난 학문적 뒷받침은 물론 풍부한 인생경험이 있어야 가능할 듯합니다. 아마 김 작가도 이런 공부를 해가며 그의 작품을 만들고 그의 인생을 다듬어나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김 작가는 2000년대 초반부터 ‘율려’ 연작을 해왔습니다. “대학 졸업 후 작품활동을 하면서 현대미술의 표현기법적인 측면에 대해 연구하고 여러 시도를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형식에 집중하는 양상을 띨 수밖에 없었지요. 그런데 어느 지점에 이르자 모든 형식은 내용에 그 바탕을 두어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게 됐지요. 그래서 그림의 바탕, 근원에 대해 고민했고 그런 고민이 내용으로 형상화됐습니다.”

그는 대학시절 미학, 철학에 관심이 많았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이와 관련한 수업을 많이 들었고 졸업하고 나서도 이런 강의를 찾아다니며 들었답니다. 이런 열의는 자연스럽게 미술의 근원은 물론 자신, 인간의 근원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졌고 한국의 고유한 문화라 할 수 있는 선도사상에 대한 관심에 다다랐습니다. 작품과 삶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은 그의 작품에도 그대로 스며들었으며 서양화가로서 자신의 작업이 향해야 할 방향에 대한 고민도 치열해졌습니다.

“서양에서 들어온 미술을 하고 있지만 우리의 것이 중요하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것과의 연결을 찾다 보니 우리 문화의 근원이라 할 수 있는 선도사상을 전통의 오방색으로 풀어내려는 시도로까지 이어졌습니다.”

그의 그림은 작은 캔버스에 있지만 무한한 확장력을 가졌습니다. 천지창조의 주인공으로 불리는 율려라 이름을 지은 것도 이런 확장성 때문입니다. 캔버스 속 그림이지만 이는 인간과 인간이 만들어낸 문화의 근원과 함께 이런 모든 것을 있게한 것의 근원으로까지 파고들지요. 그래서 움트는 생동기운이 느껴지고 따뜻한 온기가 전해져 옵니다. 이것이 언뜻 화려해 보이는 그의 그림이 이에 머물지 않고 따뜻하게 우리의 가슴을 녹여주는 요인이 됩니다.

평론가들은 그의 작품에 대해 많은 해석을 내놓습니다. 그 말도 맞습니다. 하지만 그의 그림을 보면 평론가의 평도 의미가 있지만 감상자 스스로 느끼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과 그 고민의 과정이 작품을 진정성 있게 보는 방법이라는 것을 깨닫게 합니다. 미술의 초심자인 저의 판단이 때론 어설플 수도 있지만 말입니다.

주말섹션부장 sykim@yeongnam.com 

#김강록 화가는 계명대 미술대학과 동대학원을 졸업했으며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 뇌교육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대구미술인상, 경북도 미술대전 대상, 신조미술대전 우수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는 한국미술협회 이사, 대구미술협회 초대작가, 경북도미술대전 초대작가, 수성구미술가협회 회장, 경산여고 교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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