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2    업데이트: 16-11-11 15:45

문화산책

미술관 옆 예술마을
화가 김강록 | 조회 920

<문화산책>

 

미술관 옆 예술마을

 

‘저 푸른 초원 위에 구름 같은 집을 짓고…’ 7080시절 유행처럼 번진 모두의 꿈이었다. 화가 지망생은 개인 작업실 공간을 가지는 꿈을 꾸고, 중견이 되면 자신의 이름을 가진 미술관을 그리워한다. 호랑이는 가죽을 남기지만 예술가는 작품을 남기기 때문이다.

 

15여 개의 화랑이 모여 있는 봉산동 문화의 거리는 예술과 감상자들을 연결하는 상업적 공간으로 많은 변화를 추구하지만 예술가들이 머무는 창작 공간이 부족하다는 아쉬움이 늘 있었다. 그러기에 문화 예술인들의 작품 활동을 하는 창작 공간으로 옛 중구 수창동 KT&G 별관 창고에 ‘문화창조발전소’가 추진되고 있다. 도시의 역사적 자원을 문화의 힘이 넘치는 창작 공간으로 바꾸는 의미 있는 사업이다. 가능한 한 더 많은 예술인들이 함께 하는 공간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대구에는 개인 화랑은 많으나 아직 이렇다 할 개인 미술관은 흔치않다. 그만큼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고 예술가들이 사회적 경제적으로 풍요로움을 가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근에 대구미술관의 개관과 더불어 ‘이우환과 그 친구들 미술관(가칭)’이 추진되면서 미술관이 조금씩 일반인들 사이로 다가서고 있다. 어떤 일이든 선택과 집중에 따라서 그 효과를 더욱 극대화 시킬 수 있다. 아무리 기능이 뛰어난 슈퍼컴퓨터라 할지라도 모든 것에 만족할 수는 없다. 개인 컴퓨터의 병렬처리 기능도 그에 못지않은 능력을 발휘하듯 작은 미술관들이 모여진다면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이다.

 

대구미술관 주변을 다니면서 주변 공간들이 ‘미술관 옆 예술마을’로 바뀐다면 대구가 또 한 번 문화의 중심지로 우뚝 솟아오르리라는 상상을 해본다. 경기도 파주의 헤이리 예술마을은 1998년 이래 짧은 기간 내에 자연과 인간이 더불어 공존하는 실천적 공간으로 자리 메김하고 있다. 미술관을 만들어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영역을 설정해 창조적 에너지를 마음껏 쏟을 수 있게 공간을 기획하는 것이다. 헤이리처럼 예술 문화의 공간으로 전환이 이루어진다면 주변 체육공원과 더불어 대구의 가장 대표적인 랜드마크로 떠오를 것이다. 안토니 가우디를 낳은 바르셀로나의 구엘 공원처럼…….

 

현대는 테마와, 스토리와, 문화의 시대이다. 경제적 여유로움을 가진 예술인들에게 끝없는 투자를, 더 큰 꿈을 이끌게 하자. 부와 가치를 마음껏 창조적으로 발산시키게 하자. 결국 그 결과물은 우리 모두의 문화유산이 아니겠는가!

김강록(대구수성구미술가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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