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2    업데이트: 16-11-11 15:45

문화산책

갤러리
화가 김강록 | 조회 992

<문화산책>

 

갤러리

 

주머니가 가볍던 시절 약속 장소로 갤러리에서 만남이 자연스러웠다. 약속 시간보다 먼저 도착하여 그림과 대화하며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기도 하지만 작품과 함께 하는 공감은 또 다른 소통의 시작이기도 했다.

 

얼마 전 대구백화점에서 창에서 바라보는 작은 갤러리를 열었다. 1층에서 10층까지 중앙계단에 있는 상품 진열 공간을 윈도우 갤러리로 바꿔 이영철 화가의 작품을 전시하였다. 또 이번에는 아예 본점 건물을 현대미술전시장으로 꾸민 대백 아트 프로젝트 ‘예술-백화점에서 놀다’전을 열고 있다. 80여명의 청년작가들이 젊은 끼와 재주로 상업 공간과 예술가의 만남을 통하여 예술적 소통을 시도하고 있다. 미술인의 한사람으로서 감사와 격려의 큰 박수를 보낸다.

 

현대의 유통 중심지인 백화점들은 명품이 되고자 끊임없이 노력하지만 ‘뛰어나거나 이름난 물건 또는 그런 작품’이 되는 판단 가치는 결국 예술적 가치로 귀결된다. 그러나 대구의 백화점들은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관점에서 보면 문화 창달에 대한 투자와 배려가 소홀하다는 점이 너무도 안타깝다. 대구역을 지나노라면 추억의 광장 위에 우뚝 솟은 백화점은 유독 대구에서만 미술인들의 요청을 외면한 혼이 빠진 졸부의 모습으로 다가올 뿐이다. 서울, 부산, 대전, 광주 등 지역마다 백화점이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지만 대구로 온 백화점들은 설계에 있었던 갤러리 공간이 사라지기 시작했고, 서울로 넘어간 지역 백화점은 수십 년 지켜온 전시 공간이 생존의 고민 속에 놓이고 있다. 기업이 갤러리를 통하여 지역문화 창달에 기여하는 것이 타 지역에서는 상식이지만 대구에서는 기이한 현상이 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가장 아름다운 삶의 가치는 행복이고 복지다. 인간성 회복, 양심의 회복, 자존심을 지키도록 가치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제 이 세상의 모든 가치 위에, 모든 가치의 중심에 문화 복지를 세울 때가 왔다.

 

희망의 도시 일류 대구에 겉으로만 칼라풀이 아니라 예술적 색채를 지닌 내실 있는 문화예술도시를 기대해 본다.

 

김강록(대구수성구미술가협회장)

덧글 0 개
덧글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