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2    업데이트: 16-11-11 15:45

문화산책

민족의 자긍심
화가 김강록 | 조회 909

<문화산책>

 

민족의 자긍심

 

지난주 일요일 군위 인각사 학소대 수변무대에서 뮤지컬 ‘수로부인’ 공연이 있었다. 신라 제33대 성덕왕 당시 미실과 선덕여왕에 버금가던 강릉태수 순정공의 아내 여걸 수로의 삶과 사랑의 이야기이다. 무엇보다 삼국통일 이후 유교를 통치이념으로 삼으면서 퇴색했던 고대 신라의 남녀평등 사상을 재조명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문학의 밤 서두는 ‘시노래풍경 진우’의 민족시인 이상화 시노래 콘서트로 출발하였다. 우리 민족 문화를 재정립하기 위한 이러한 시도는 인각사의 사료적 가치뿐만 아니라 지역 문화운동의 귀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인각사는 일연스님이 머물며 <삼국유사>를 저술했던 사찰이다. 민족적 관점에서 우리의 역사를 기술한 삼국유사는 명실상부한 전통문화의 보고다. 삼국유사에 등장하는 고조선 기록부분 중 1512년 서울대정본에 석유환국(昔有桓國)이란 부분이 있다. 이는 ‘옛날에 환국(桓國)이라는 나라가 있었다.’라는 뜻으로, 삼국시대 이전에 이미 환국 이라는 실체적인 나라가 존재하였음을 입증하고 있는 것이다. 일제는 이것을 ‘옛날에 환인(桓因)이라는 사람이 있었다.’로 바꾸는데 이는 고조선의 존재 사실은 사라지고, 단군(檀君), 환웅(桓雄)에 이어 환인(桓因)이라는 신화(神話)적 인물의 존재로 바뀌는 것이다. 이렇게 일본인들이 역사서를 개서(改鼠)하는 모험을 하면서까지 조작한 것은 반만년의 유구한 조선역사를 삼국시대 이후로 축소시켜 일천하고 보잘 것 없는 역사로 비하하기 위한 것이었다.

 

단재 신채호 선생은 ‘자신의 나라를 사랑하려거든 역사를 읽을 것이며, 다른 사람에게 나라를 사랑하게 하려거든 역사를 읽게 할 것이다.’며 역사의 중요성을 설파하였다. 물론 이때의 역사는 우리 민족의 상고사를 뜻하며, 친히 만주벌판을 다니며 「조선상고사」의 저술을 남기기도 하였다.

 

삼국유사에 기록된 우리의 상고사는 신화가 아니라 설화이며 역사이다. 최근 역사문화의 진정성과 전통성을 근원적으로 복원하기 위하여 단기연호 부활에 대한 100만인 서명운동이 광복절을 기점으로 전개되고 있다.

역사는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위한 것이다. 없는 역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잊힌 역사를 복원하여 이를 통해 미래의 후손에게 문화민족의 자긍심이 살아나게 해야 할 것이다.

 

김강록(대구수성구미술가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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