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2    업데이트: 16-11-11 15:45

문화산책

지역과 지방
화가 김강록 | 조회 867

<문화산책>

 

지역과 지방

 

요즘 잘나가는, 국제적인 명성을 쌓은 화가 친구가 얼마 전 경기도 분당에 작업실용 집을 샀다. 주소와 비밀번호를 주면서 언제라도 와서 쉬어 가라고 한다. 지난번 베이징 개인전에서 작품이 고가로 매진되었는데 그림값을 다 받았나보다. 그 친구는 사업에도 꽤나 재능이 있어 아마도 또다시 도전과 투자의 선택을 했을 것이다.

그 화가는 서울지방에서 전시를 할 때면 지방작가, 향토작가 등등의 수식어가 따라다녔는데 드디어 꼬리표가 떼어졌다고 씁쓰레 한다. 활동범위가 국제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경북지역에서 생활한다는 이유만으로 서울지방인들에게 변방의 신세가 되어야만 했다. 그런데 작업실을 분당에 옮겨서야 지방작가의 멍에(?)를 벗었단다.

 

대구․경북은 대한민국 미술문화의 중추적인 역할을 한 지역이라고 누구나 인정한다. 그런 만큼 수많은 대표 작가를 배출한 곳이다. 현재 대한민국 화단에서 내로라하는 작가 중에서 이 지방 출신 작가들이 상당수 차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 거론되는 이우환 미술관이 대구에 만들게 된 것도, 이우환 화백의 생각 속에 1970~80년대 대한민국 현대미술의 중심지가 대구였다는 점과 당시 대구에 와서 많은 현대미술작가들과 함께 전시를 했던 기억 등과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쓸쓸하게도 작금의 현실은 문화예술을 비롯한 모든 영역이 서울 중심 사고에 매몰되어가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대구 미술도 처절하게 무너지고 있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이 변방의 문화와 서울 중심의 구조 속에서, 우리 스스로 더 큰 용트림으로 종속적 개념에서 벗어나야 할 때이다. 중요한 것은 지방이 아니라 지역이다. 서울은 중심이 아니라 또 다른 서울 ‘지방’ 일 뿐이다.

 

대구․경북에 우리만의 지역문화를 찾고 만들어 가야한다. 최근에 지역 미술인들의 염원이었던 대구미술관이 개관되었다. 미술인들에게 반갑고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붕어빵에 붕어가 없듯이 대구미술관에 대구가 없다는 냉소의 소리를 접하면서, 이 또한 서울미술관 대구분관의 처지가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이제 모두 나서서 대구예술의 자존감을, 대구․경북의 존귀함을 찾아야 한다. 자존감은 창의성의 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역색이 여전히 살아 숨쉬는 세잔의 프로방스, 밀레의 바르비종, 미로의 바르셀로나가 아른거린다.

 

김강록 (수성구미술가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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