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2    업데이트: 16-11-11 15:45

문화산책

[기고] 문화도시 달구벌을 꿈꾸며
관리자 | 조회 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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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문화도시 달구벌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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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록(수성구미술가협회장)

한국 대표작가 많이 낸 대구
예술작품 감상할 곳은 부족
대형 상업 갤러리들이
새롭게 문을 열고 부활하여
문화예술도시로 도약하기를

최근 김영란법이 발효되면서 문화예술계까지 불똥이 튀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지만, 지역미술계에는 굿 뉴스들이 쏟아지고 있다. 김진혁 작가가 평생 모은 추사와 석재의 작품을 비롯한 고서화와 고미술품, 문화재들로 학강미술관을 개관했고, 김진혁 작가가 모델로 삼고 있는 간송미술관이 대구분관을 건립한다는 계획도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언론보도와 함께 간송미술관 유치 토론회가 준비 중에 있다는 소식은 문화계에 잔잔한 흥분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또한 수성구청이 대구시에 제안한 대구대공원 개발 계획안에 문화창조테마타운(가칭)을 조성한다고 돼 있어 이는 교육, 문화도시를 표방하는 대구의 방향성에 더욱 공감이 가는 로드맵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기업에서 특별히 갤러리 공간을 마련해 시민과의 문화 소통에 역점을 두는 것은 무척 바람직한 현상이다. 대구은행이 북구 칠성동 2가 제2본점 시대를 맞아 1층에 DGB갤러리를 3배로 확장해 개관전을 진행 중에 있다. 한영산업<주> 김대곤 회장은 달구벌대로 7층 건물에 문화센터와 갤러리가 있는 복합문화공간 한영아트센터를 개관해 지역민과 더욱 가까워지고 있다. 또 12월에 문을 여는 신세계백화점도 6층에 100여 평(330여㎡)의 갤러리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현상은 그동안 대구의 잠자고 있던 시각문화 영역에 대한 새로운 출발을 촉발시키는 전초로 여겨져 그 의미가 더욱 크다. 돌이켜보면 대구가 호남처럼 예향의 고장으로 불리지는 못하지만, 나름 왕성한 문화예술 활동과 축제들이 넘쳐나는 곳이다. 시각예술의 인적 인프라를 가장 잘 갖추고 있고 한국의 대표적인 작가를 많이 배출한 지역이다. 하지만 문화계 현실은 그와 상반되는 점이 없지 않다. 정작 지역민들이 예술작품을 가까이서 직접 즐기고 감상하는 곳은 여전히 부족하고, 예술을 삶 속에서 느끼고 향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견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여기에는 기존의 대형 상업갤러리들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 데도 원인이 있다.

새롭게 문을 연 미술관과 확장 개관하는 미술관 소식은 반길 일이지만, 지역 내 성업 중인 롯데·현대백화점 등을 살펴보면 아예 갤러리가 없거나 축소돼 갤러리 모양새만 갖추고 있어 문화욕구를 충족시키기에는 부족한 듯하다. 롯데백화점이 타 지역에서는 지역문화와 공존하기 위해 예술인 후원공간과 문화쉼터를 운영하고 있어 부럽기까지 하다. 대구에서 백화점 갤러리를 모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곳은 대구백화점 한 곳뿐이다. 1971년 대구백화점 본점 4층 ‘대백갤러리’로 출발해 대백프라자 12층으로 자리를 옮겨 100여 평의 공간을 마련해 지역 문화 창달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반면에 대백프라자와 쌍벽을 이룬 동아백화점은 외지업체로 넘어가면서 갤러리가 아예 사라져버려 안타깝다. 이러한 현실은 굳이 공간을 할애하면서까지 문화 갤러리를 설치하지 않아도 지역민들의 볼멘소리를 듣지 않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오늘날 문화공동체의 인식이 높아지고 있고 문화를 통한 소통과 화합이 강조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또한 문화 정책 변동과정을 역사적 전개에 따라 살펴보아도 문화민주화로의 추구가 요구되고 미래 비전으로 대두되는 시대이기도 하다. 대구의 대형 상업 갤러리들이 새롭게 문을 열고 다시 부활해 예술가들의 자유로운 예술 활동이 가능하도록 뒷받침하는 것은 물론, 예술을 사랑하는 시민들이 문화예술을 자유롭게 향유하고 누구나 문화 생산의 주체가 되고 예술가로서 활동할 수 있는 문화 사회를 지향하는 것에 함께 발맞추기를 기대한다. 여기에 민·관·사가 함께한다면 진정한 ‘문화가 있는 삶’ ‘문화를 영위하는 달구벌’이 되지 않을까. 그것이 바로 공동체의 풍요와 삶의 질을 높이는 진정한 문화정책이며 문화융성이 아니겠는가. 모처럼 문화 자존심을 살릴 수 있는 미술계의 굿 뉴스들이 결코 용두사미가 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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