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7    업데이트: 16-08-22 10:49

김강록의 작품세계

감성과 생명의 상상력으로 빚어낸 미감
화가 김강록 | 조회 1,009

감성과 생명의 상상력으로 빚어낸 미감

 

백색 공간으로서의 캔버스가 대상 혹은 비대상으로 주체화되어 우리 앞에 놓여 있을 때 우리의 시각은 곧바로 회화적인 공간으로의 탐색을 시도하게 된다. 이와 같은 반사적인 감응에 의한 탐색이 시각적인 체험에 국한되는 듯싶지만 실상은 의식의 적극적인 활동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특히 현대미술은 미술 스스로가 절대적인 위상을 확보해나가면서 철학이 되고 문학과 사상과 이념이 되어왔고 다양한 기법과 표현양식으로 회화를 보는 우리의 시각이 일상적인 체험의 한계를 넘어 작가적인 미의식에까지 접근하지 않으면 안 된다.

 

김강록의 작품은 우리로 하여금 어느 특정 이미지에 얽매이지 않고 전체적인 분위기로 이끄는 흡입력을 가지고서 그림이 단순히 대상의 객관적인 한부분만 보여주는 감각적인 기능에만 머물지 않음을 역설하고 있다. 즉, 그림이 자신만의 색채와 상징으로 나타난다면 그의 작품은 일체의 설명성을 배제한 채 실체보다는 느낌으로, 평면적이기 보다는 현란한 색채감각(원색의 강한 대비, 거친 표현 질감, 단순화되어 상징화된 형상, 그리고 찬색과 따뜻한 색의 조화로움 등 응축된 회화의 미감)으로 보는 이로 하여금 새로운 감흥에로 이끌고 있다. 이는 결코 같은 방향성을 가질 수는 없지만 얽히고설키면서 한편으로는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결국은 하나의 매듭을 만들어 가는 씨줄과 날줄의 모습처럼 개성 있는 조화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리하여 침착한 가운데에서의 역동적이고 도전적인 감성을 논리의 영역이 아닌 인간 심성을 나타내는 직관의 세계에서 만날 수 있게 한다.

이러한 특징은 이상주의적 관념 속에서 우리들이 미처 인식하지 못한 사상과 생명의 신비를 일깨우는 것이기도 하다. 최근까지 그는 율려(律呂) 시리즈를 통하여 ‘모든 생명의 흐름을 관장하는 영원한 우주의 질서와 물질간의 상호작용으로 설명할 수 있는 물리법칙이 아닌 만물을 감싸면서 고동치는 생명의 온기를 가진 의식’을 작품으로 표현하는데 이는 마치 우리 인류가 간직하고 있는 원초적인 생명성에 대한 느낌과 그것을 형성하는 근원적인 힘을 담아낸 듯, 타오르는 불꽃을 연상하게 하는 적색이나 에너지로 압축된 원소와도 같은 강렬하고 짙은 느낌을 주고 있는 그의 화면은 역동적인 힘과 생기를 머금고 있다. 이는 시각적으로 보여지는 자연이기 보다 우주를 형성하고 있는 근원적인 자연의 이미지를 회화적 미감으로 표출한 것이다. 그러나 열정화된 감성으로 펼쳐 낸 그의 화면은 결집된 평면 회화의 힘과 미감이 이기적이고도 분명한 그의 작가관으로 이어져 독특한 감성 요인으로 투영된다. 그리고 이러한 요인들은 그의 유년 시절부터 축적되어 온 작가의 풍부한 감성의 소산물로서 남달리 뛰어난 작가의 상상력과 더불어 사물을 관조하는 정확한 판단력에서 기인되는 것이며 깊은 상념과 사색을 느끼게 하는 색조를 사용하여 그의 작품은 명상적인 간결함과 주술적인 강렬함을 느끼게 한다. 이는 마치 생명력과 감성이 충돌하여 새로운 화면으로 부활한 듯한 독특한 미감과 깊이가 담겨지며 우리의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생명에 대한 원향(原鄕)의 이미지를 새삼 떠올려 주고 있다.

 

언제나 뛰어난 창의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에너지의 움직임과 생명성을 화면 속에 담아내며 견고한 형상의 미감을 계속적으로 추구하는 김강록의 작품세계에 경의를 표하며 전시 서문을 연다.

김동철(조형예술학박사, 대구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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