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1    업데이트: 23-07-04 09:58

언론 평론

따뜻한 종이컵
강문숙 | 조회 810

따뜻한 종이컵 
 

출판사 : 문학세계사 
저자 : 강문숙 
단가 : 7,000원
판형 : 신국판변형
분류 : 시집

 

재치 있고 발랄한 시어로 일상의 삶을 표현해 온 여성시인 강문숙(55) 씨가 신작 시집 『따뜻한 종이컵』을 냈다. 시인은 10년 전 갑상선암 수술을 받고 투병 중이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그의 시각은 삶의 외진 모서리까지 끌어안을 만큼 부드럽고 따스하다.


1991년 <매일신문> 신춘문예와 1993년 <작가세계> 신인상으로 등단한 강문숙 시인의 세 번째 시집 『따뜻한 종이컵』에 나타난 두드러진 특징은 사물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인의 따뜻한 시각과 삶에 대한 긍정 혹은 살아 있음의 기쁨이다. 그의 따뜻한 시각은 절제되고 긴장된 균형감각을 가지고 있으며, 삶의 기쁨 역시 가볍거나 감상적으로 표현되어 있지 않다.


이처럼 삶에 대한 조화롭고 긍정적인 시각의 요소들은 ‘따뜻한’, ‘뜨거운’, ‘둥근’이란 형용사와 ‘햇빛’, ‘아침’ 등의 명사들, 「따뜻한 종이컵」, 「뜨거운 길을 걷다」, 「따뜻한 것」, 「성聖?아침」, 「4월 아침」 등의 시 제목들이 환기시키는 이미지들로 형성된다. 시인의 사물에 대한 날카롭고 차가운 반응보다, 대상을 부드럽고 넉넉한 시각으로 감싸안는 듯한 이런 표현들 중에서 삶의 일상을 평화롭게 바라보고 아침과 함께 살아 있음을 확인하는 시인의 마음이 엿보인다.


5년 전에 발간된, 강문숙 시인의 두 번째 시집 『탁자 위의 사막』(2004)과 이번 시집이 다른 것은 전자의 시집에서는 ‘따뜻한’과 ‘뜨거운’이란 형용사가 거의 보이지 않고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와 함께 「혼자 가는 길」의 외로움과 「사월, 느티나무」에서 ‘죽음도 그리워지는 사월, 오후’처럼 죽음의 이미지와 함께 오후의 시간이 빈번히 나타나고 있는 점이다. ‘더운 여름날 오후’(「여름 홍시」), ‘여름 오후’(「붕붕 뛰어오르다」), ‘가벼운 걸음걸이를 흉내내 보는, 오후’(「외출」), ‘잠시 비, 그친 오후’(「가시」), ‘오후 3시, 병원 테니스 코트’(「휴식」), ‘석양’(「여름 일몰日沒」), ‘그림자조차 드러눕지 못하는 가파른 오후’(「분지」), ‘겨울 저녁의 스산함’(「결단교」) 등, 오후와 저녁의 시간은 시의 시간적 배경을 이루면서 시인의 시적 상상력을 작동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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