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1    업데이트: 23-07-04 09:58

언론 평론

2004년 탁자위의 사막 시집출간 연합뉴스 기사
강문숙 | 조회 854
 

2004년 탁자위의 사막 시집출간 연합뉴스 기사


"선인장의 한 쪽 가슴이 푹 꺼졌다./가시는 손가락을 찌르지 않는다./칼로 쪼개니,
노랗고 투명한 액체를/제 속에 흥건히 가두고 있다./물을 너무 많이 준 게 화근이었을까/
사랑도 넘치면 병이 되나니./탁자 위의 사막이 사라지고 나자/가시의 힘을 잃은 선인장."

 

('선인장' 중)

 

대구에서 '시.열림'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시인 강문숙씨의 두번째 시집 「탁자 위의 사막」
(문학세계사 刊)은 암과 싸우며 시시각각 마주치는
삶과 죽음의 문제들을 절절한 시로 녹여내고 있다.

 

갑상선암 수술을 받은 강씨는 "지금도 여러가지 합병증으로 고통을 받고 있으며,
성대에 무리가 갔는지 목감기가 떠나지 않고 폐, 심장, 신장 등이 나빠 약을 달고 산다"고 말했다.

 

"낮 열두시가 되자,/나무뻐꾸기가 조그만 창문을 열고/
열두 방울의 눈물을 떨어뜨린다.//!!!!!!!!!!!!//하루에 열두 번도 더 죽고 싶었어./
저 뻐꾸기를 구워 먹을 테야."('나무뻐꾸기' 중)나 "한 덩이 누룩 같은 햇살을 풀어 놓으며/
죽음도 그리워지는 사월, 오후"(사월, 느티나무' 중) 등의 시편에서는 죽음의 그림자가 비친다.

그러나 "의사들이 본 암세포는, 황홀하게/붉은 꽃처럼 예쁘다고 한다./
꽃대도 설레임도 없는 꽃을/목에 꽂고 있는 나도,/창가의 작은 화분이 되고 싶다./

누군가 그윽히 바라보아 주었으면 좋겠다."

 

('꽃들' 중)

 

 "이젠 이력서 쓸 일은 없을 테고 인터넷 공짜 응모 사이트 회원 가입 때나
 취미 항목에 '병과 놀다'라고 써넣을까"('병과 놀다' 중)라는 시편들은
삶을 관조하는 시인의 감성이 투병의 고통 속에서 오히려 은은한 빛을 낸다.


뿐만 아니라 병마의 고통을 삶 속에 이미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투병의 와중에 급성 골수성 벽혈병에 걸린 남동생의 투병까지 지켜봐야 했던
강씨의 처절한 심정은 '백일 기도' '첫눈 오는 날' 등의 시편에 담겨 있다.

 

강씨는 "죽을 때까지 약을 먹어야 한다는 것이 너무 괴롭다"면서도
"이젠 아프지 않은 시를 쓰고 싶다"며 삶의 의지를 드러내 보였다. /정천기 기자

2004.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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