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38    업데이트: 21-07-26 12:31

강문숙의 즐거운 글쓰기

[강문숙의 즐거운 글쓰기] 글쓰기의 함정
아트코리아 | 조회 882
‘좋은 글과 나쁜 글을 구분할 마음은 별로 없지만(세상에 나쁜 글이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못 쓴 글이 있을 뿐이다. 못 쓴 글은 나쁜 글인가? 그것은 아닐 것이다) 몇 가지 기준은 있다. 한 문장에 같은 단어가 서너 개 있을 때 나는 그 글을 신뢰하지 못한다. 똑같은 단어를 여러 번 반복하는 사람은 글쓰기를 못하는 게 아니라 글쓰기에 관심이 없는 것이다. 

자신의 주장을 지나치게 반복하는 글도 믿을 수 없다. 자신의 주장을 가장 정확하고 빠르게 전달할 수 있는 수단은 글쓰기가 아니라 말하기다. 

마지막 대목을 ‘교훈’이나 ‘반성’으로 끝내는 글도 믿을 수 없다. 간단한 반성만큼 위험한 것이 없다. 세 가지 기준 중에서 사람들이 가장 빠지기 쉬운 글쓰기의 함정은 세 번째일 것이다. 우린 학교에서 그렇게 글쓰기를 배웠다(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내가 학교를 다닐 때는 그랬다). 우리는 글을 마칠 때쯤이면 반드시 뭔가 깨달아야 하고,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 “나는 내일부터 어찌어찌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라거나 “나는 반성하면서 잠이 들었습니다”라고 쓰도록 배웠다. 세상에, 반성과 후회가 그토록 쉬운 것이었나. 

스코틀랜드 화가 폴 가드너의 말을 인용하고 싶다. “그림은 결코 완성되지 않는다. 다만 흥미로운 곳에서 멈출 뿐이다.” 나는 글쓰기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요즘 대세인 김중혁 작가의 ‘창작의 비밀’에서 밝힌 글입니다. 개인적인 생각이겠지만 어떤 하나의 교육된 구성과 결말, 그리고 글쓰기에 대한 고착된 문제의식을 탄식하는 마음이 담겨 있지요.

원고지 14매짜리 산문을 쓸 때도 3-5-4-2 이런 형식으로 네 등분을 해서 도입부를 3, 전개를 5, 이야기의 절정을 4 정도로 해서 마지막 마무리 단계를 2로 하는 구성방식은 대체로 실패할 확률이 적게 글을 완성할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러한 프레임을 짜놓고 쓰는 글에서 문학적인 상상력이 제대로 발현될까 하는 회의적인 생각도 더불어 하고 있군요. 

(사실 저도 현장에서 이렇게 가르칠 때가 있지요. 글의 요지를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가장 표본적인 구성이기도 하거니와, 글을 쓰는 학생의 생각도 효과적으로 정리해서 전달하기에 적합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 한정된 지면 안에 언어의 효용성의 극대화, 다시 말해서 적확한 단어구사와 묘사, 또는 비유를 사용하여 글을 쓰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주지시키는 것을 강조하면서 말입니다.)

문제는 분량만이 아닐 것입니다. 글을 써나갈 때 ‘내 안의 적’과 자주 맞닥뜨리며 싸우기도 하며 검증을 해야 한다는 것이죠. 내가 쓰는 이 글의 소재가 적절한가, 그렇다면 글을 쓰기 위해 바라보는 시점이 너무 주관적인 것은 아닌가, 예를 들어 분노를 가감 없이 드러내고 싶은데 솔직하다고 무조건 좋은 글이 되는 것일까. 한 발짝 물러서서 절제하고 담담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이라 해도 내 생각을 정확히 전달할 수 있을까. 끊임없이 자기 검열이 필요한 일입니다. 그래서 글쓰기는 사고의 확장을 위해 최적화된 훈련장이라는 말이 있나봅니다. <시인·전 대구시영재교육원 문학예술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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