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7    업데이트: 20-01-21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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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움과 채움(康喜泳 개인전 서문)
아트코리아 | 조회 1,102
비움과 채움(康喜泳 개인전 서문)
 
작가 康喜泳은 부산대학교와 경북대학교 교육대학원을 나왔다. 그러기에 30여년을 교사로 재직하고 있는 그는 한 남자의 아내로서, 두 아들의 어머니로서, , 한편의 대서사시나, 파노라마처럼 변화무쌍한 삶을 살아왔다. 그러면서 그는 10여회의 개인전과 각종 아트페어에 다수 참여한 중견 여류화가다. 그는 여성 특유의 섬세한 언어로 잘 다듬어지고, 절제되고, 간결함이 함축된 작품을 한다.
 
莊子는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마음으로 느끼며, 氣로 得한다 하였다.′ 情神과 마음가짐에 따라 得意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작가 康喜泳은 꽃을 즐겨 그린다. 그의 작품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보는이로 하여금 無限하고 無重力의 우주공간에 빠져들게 한다. 작품을 보는이가 마치 重力이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어쩌면 그이 작품은 만물의 근원인 우주의 세계를 꽃을 차용하여 표현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리고 그가 살아온 삶과 그가 추구해온 작품이 畵面속에 투영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삶에 대한 지혜와 삶의 가치' ‘화면에서 나타난 함축된 대상과 색, 여백과 채색에서 우주속에서, 공존하는 느낌이 작품속에 담겨져 있음을 느낀다. 다시 말해 중년의 여성으로 녹아있는 삶과 內面에 숨겨져 있는 넋이 붓 끝에 의해서 생성된 節製의 美다.
 
흔히들 말은 많을수록 쓸모가 없고, 말은 적게 할 수록 꼭 필요한 말만하듯이 그의 近作들은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에서부터 절제가 나타난다. 수 많은 자연의 대상에서 그는 꽃을 즐겨 다룬다, 꽃을 즐겨 표현하지만 줄기와 잎은 과감히 생략한다, 꽃은 어머니와 같은 것이다, 꽃이 피어야만 열매와 씨앗을 잉태하기 때문이다. 바로 그것이다. 꽃이 피어야 새 생명을 탄생시키는 씨앗이 맺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불필요한 잎과 줄기는 생략한다. 간결하게 최소한의 대상으로 사물의 眞髓를 畵面에 담아 낸다. 불필요한 贅肉은 버린다. 가슴에 품고있는 胸中逸氣만을 畵幅에 담고자함을 알 수 있다. 때론 버리기도 하고 때론 채우기도 하여 꼭 필요한 핵심적 언어만을 도출해 내는 것이 그가 耳順에 이르러 나타난 畵格이요, 品格이다.
 
그는 餘白 즉 비움의 아름다움을 잘 이끌어낸다. 주제를 화면 중앙에 배치하고 배경은 주제와 相生하도록 色을 선택하여 채운다. 그러나 그의 작품은 간결하면서도 서로 和하고 꽉 차지 않고 비어 있는 듯한 여유로움이 있다. 이 비움에서 오는 여유로움은 그의 작품에서 품어져 나오는 절대적인 아름다움이다. 그것은 그의 내면에 자리 잡은, 서두르지 않고 넘치지 않는 여유로움의 미학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무언가를 가득 채운다는 뜻으로 ‘充滿’이라는 용어를 많이 쓴다.비움의 아름다움은 충만함이 있기에 가능하다. 충만함은 더이상 아무것도 필요치 않다는 것이다. 채움과 비움은 역설적이지만 同質性이 있다. 비움은 채움과 또 다른 맛이 있다. 비움은 절제와 침묵의 美學인 동시에 無限의 표현이다. 무언가를 비우고 채울 때는 많은 智慧가 필요하다. 무엇을 받아들이고 무엇을 비워야 하는지 생각에 생각을 거듭해야하기 때문이다.이렇듯 우리의 삶과 예술은 역시 비움과 채움이다.
 
또한 그는 작품에서 조용히 默示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形과 色에서 마음을 정화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다. 그의 작품에서 비움은 또 다른 것을 채우고자 함이다. 작품을 유심히 바라보면 채움 속에서 비움의 미학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알게 한다. 사물놀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꽹가리는 울림이요, 북(鼓)은 통이 비워져 있기에 공명의 소리다. 목탁이 속이 채워져 있다면 소리가 나겠는가? 속이 비워져있기에 소리가 난다. 이렇듯 이번 개인전에 출품한 康喜泳의 작품에서 전하고자하는 메시지는 비움과 채움이다. 이것은 그가 전하고자하는 소리의 울림이다. 즉 작품에서 보이는 것 너머에 내재된 魂의 울림을 날실과 씨실로 비단을 짜듯 한올한올 표현한 작품이다. 자신의 삶과 가족에 대한 사랑 그리고 작가로서 앞으로 나아가고자는 열망과 방향을 제시한 展示다. 
이에 작가 康喜泳에게 이제 연륜이 더할수록 비움속에 보이지않는 생명력이 돋아나듯 꽃을 통하여, 여름날 밤의 은하수 별빛처럼 반짝이는 展示가 되길 기원드린다.
 
2019. 삼복더위에
한국화가 小岩 曺泓根 謹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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