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의 말씀
오랜 시간 저의 벗이 되어 주었던 저의 작품들과 함께 겨울로 가는 길목에서 다섯 번째 전시회를 열게 되었습니다. 먹향에 이끌려 정신없이 달려온 문인화가의 길이지만 돌아보면 결코 쉽지 않은 길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길은 오랜 시간 고독한 체력과의 싸움이었으며, 화선지 결을 따라 빠르게 흡수해 버리는 먹물과의 싸움었으며, 밤잠 까지 설치게 만들었던 창작의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처음 먹 맛을 느껴보고, 먹 빛을 알게 되었던 날이 생각이 납니다. '이것을 위해 그토록 많은 시간이 필요했구나'라는 생각에 문인화는 한꺼번에 이룰 수 없는 긴 공부임을 실감했습니다.
먹빛의 변화 하나하나에 울고 웃으며, 적잖은 좌절감도 느껴 보았고 때론 손 끝에 오감을 실어 화선지 위를 놀며 희열도 느껴 보았으며 화선지 한 장 한 장 그려 낼 때마다 살아 있음을 느꼈고 같은 그림을 수 십장 씩 그려대던 순간에도 한 번도 지루한 적이 없었던 모든 날들이 귀하고 소중한 시간들이었습니다.
그렇게 문인화가 너무 좋았고, 문인화를 그릴 때가 너무 행복했습니다.
무더운 여름에도, 힘든 겨울에도 작품 활동을 묵묵히 지켜보고 응원해 준 사랑하는 가족들과 지원해 주시고 이끌어 주신 스승님과 선후배님들을 모시고 이렇게 개인전을 열게 됨이 무척 감격스럽습니다.
눈 꽃송이 기다리는 계절에 한번 쯤 찾아주시어 따뜻한 차 한잔 함께하며 격려의 말씀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고대합니다.
2017. 12. 12
규정 강희춘 배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