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의 향연
서 지 월
화안하구나!
세상이 이처럼 환한 꽃밭 같았으면
서로 다투지 말고 시기하지 말고
이는 환상이 아니라 실제, 허상이 아니라 실상
허위가 아니라 진실
꽃들의 얼굴을 보라
이 꽃들이 입은 옷들을 보라
이 꽃들이 화안하게 웃고 있는 배경을 보라
깨끗하게 씻기운 빨래처럼 티가 없다
꽃이 인간에게 다가오는가
인간이 꽃에게 다가가는가
우린 이런 근엄한 물음에 쉬이 답을 내릴 수 없다
그처럼 꽃들은 비록 말 없지만
깊은 사색과 철학을 한몸에 안고 피어나고 있다
꽃을 찾는 벌나비도 말이 없다
왜 말 없는가 말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가진 얼굴을 내보일 뿐이며
품은 생각을 풍길 뿐이다
그걸 화가는 무언의 붓으로 읊는 것이다
피었다가 지는 꽃은 오래 바라볼 수 없기에
영원으로 가는 길 하나 열어놓고
다시 다가올 세상을 꿈꾸는 것이다
저마다 빛깔과 자태 눈웃음과 생각이 달라도
화가는 따뜻한 화해와 세상의 평화를 위해
붓을 깃발처럼 나부끼며 꽃의 얼굴을
세상의 기쁨으로 내놓는 것이다
아, 지금 막 꽃들이 서로 속삭이고 있다
멀리있는 꽃들은 문자를 보내고
가까이 있는 꽃들은 머리 맞대고 킬킬거리고 있다
무슨 기쁨 여기 있는지 지금 막 피어나고 있는
꽃, 꽃들 앞에서 우린 경건해지는 것이다
마음이 밝아오는 것이다
-2013' 이장우화백「꽃들의 향연」작품전에 부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