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2    업데이트: 20-05-15 12:22

작가노트

꽃들의 향연 - 시인 서지월
아트코리아 | 조회 1,017

꽃들의 향연

서 지 월

 

 

화안하구나!

세상이 이처럼 환한 꽃밭 같았으면

서로 다투지 말고 시기하지 말고

이는 환상이 아니라 실제, 허상이 아니라 실상

허위가 아니라 진실

꽃들의 얼굴을 보라

이 꽃들이 입은 옷들을 보라

이 꽃들이 화안하게 웃고 있는 배경을 보라

깨끗하게 씻기운 빨래처럼 티가 없다

꽃이 인간에게 다가오는가

인간이 꽃에게 다가가는가

우린 이런 근엄한 물음에 쉬이 답을 내릴 수 없다

그처럼 꽃들은 비록 말 없지만

깊은 사색과 철학을 한몸에 안고 피어나고 있다

꽃을 찾는 벌나비도 말이 없다

왜 말 없는가 말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가진 얼굴을 내보일 뿐이며

품은 생각을 풍길 뿐이다

그걸 화가는 무언의 붓으로 읊는 것이다

피었다가 지는 꽃은 오래 바라볼 수 없기에

영원으로 가는 길 하나 열어놓고

다시 다가올 세상을 꿈꾸는 것이다

저마다 빛깔과 자태 눈웃음과 생각이 달라도

화가는 따뜻한 화해와 세상의 평화를 위해

붓을 깃발처럼 나부끼며 꽃의 얼굴을

세상의 기쁨으로 내놓는 것이다

아, 지금 막 꽃들이 서로 속삭이고 있다

멀리있는 꽃들은 문자를 보내고

가까이 있는 꽃들은 머리 맞대고 킬킬거리고 있다

무슨 기쁨 여기 있는지 지금 막 피어나고 있는

꽃, 꽃들 앞에서 우린 경건해지는 것이다

마음이 밝아오는 것이다

 

-2013' 이장우화백「꽃들의 향연」작품전에 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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