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58    업데이트: 24-02-24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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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매화 그림자에 밟히다>를 읽고 [서정은]
정숙 | 조회 1,001
<청매화 그림자에 밟히다>를 읽고


서정은


머언 먼 인생의 뒤안길에서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서

미당의 누님같은 꽃이 된 그녀는


사라벌 밝은 달아래

처용을 춤추게 했던

휴화산 같은 그녀는


경산 자인 계정 숲에서

사금파리 빻아 소꿉놀이 하다가

오월 산격캠퍼스 축제에서

첫 미팅에 설레이는 순정 이였다가


푸른다리 아래에서

비바람에 우산을 날려버린

첫 사랑의 연인 이였다가


삼덕동 마당 넓은 적산가옥

철없는 새댁이 되어

죄없는 연탄재에 분풀이 하다가


용두방천 수달이 된

돌아 온 옛 연인을 그리는

중년 여인이 되었다가


방천연가를 목놓아 부르며

추억의 골목길을 돌고돌아

세월의 회랑을 거닐며 서성이는

세월이 흘러간 여인이 되었다가


낙동강 섬진강을 돌고돌아

봄맞이 하고 집에 돌아와

꽃은 곁에 있음을 비로소 아는

지혜를 얻은 여인이 되었다가


맑은 징소리는 그저 나는 게 아니라

풋울음 잡고 잡아 두드리고 두드려서

티없이 맑아지면 그제사 난다는 걸

깨달아 아는 여인이 되었구나


아! 깨달음이란 게 어디

부다가야 보리수 아래에만 있는 건가

계정 숲에도 푸른다리 아래에도

삼덕동 적산가옥에도 용두방천 수달에게도

방천연가 골목에도 섬진강 청매화 그늘에도

맑은 징소리 속에도 다 있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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