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15    업데이트: 24-03-15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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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 8월 첫째주 시인 선정
관리자 | 조회 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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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매화 그림자에 밟히다



청매화 피어나는 열사흘 달밤
거울을 보며 물안개 빛 머리카락 비비꼬아 돌리다가
젊은 날 그려두었던 그림을 다시 살펴본다


겨우 원고지 두 장짜리 크기의 한지에 
참 많은 꿈 그려 넣었구나
새하얀 물감으로 붉은 연꽃송이들과 연밥들 지워보다가
걷잡을 수 없던 욕심들, 양심에 걸린다
진한 먹물로 그 많은 새와 나비들 마구 지워버린다


흉한 상처로 온통 얼룩자국만 남는 나의 세월들
그 흔적 무게에 짓눌린 나의 한지는
달빛도 지나 가버린 어두운 봄밤을 지새우는데


그래도 미련이 다 지워버리지 못한 
창백한 나부상은 슬픈 눈빛으로 도톰한 입술 달싹거린다
노오란 나비 한 마리와
청승스런 봄 달빛 그윽히 바라보면서




정숙 시인= 1993년 ‘시와시학’으로 등단. 시집으로는 ‘신처용가’ ‘위기의 꽃’ ‘영상시집’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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