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항에 비 내린다
- 정 숙-
속초항에 비 내린다 - 정 숙- 퍼붓다 못해 송곳날 내리꽂는다 쓰디 쓴 커피를 마신다 쉼 없이 흔들리는 저 파도에 떠밀리어 이제 막다른 골목까지 오고 만 것인데 젊은 시절엔 저 주름고랑을 잡는다고 하얀 포말에 잡히려고 까불까불 해종일 시간 가는 줄 몰랐었지 이젠 이 세상의 파도가 너무 무서워 먹구름이 자꾸 밀려와 양귀비 주홍빛 요염 흉내 내보아도 웃는지 우는지 아리송한 표정 겹겹이 쌓인 갈피 속 내 모습만 뒤적이는데 어느새 가슴 깊은 곳 파문이, 너울성 파도에 휩쓸린다 커피 잔에 설탕을 마구 쏟아 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