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273    업데이트: 24-01-12 12:43

신작소개

지퍼를 열다
아트코리아 | 조회 431

지퍼를 열다

 

 

정숙

 

연다는 것은

갇혀 있던 것을 해방시키는 일이다

세상 사는 일이

문이나 지퍼, 아니면 단추를

제때에 잘 열고 닫는 일 아니겠는가

 

요즘 바지 지퍼 관리를 못해 하루아침에

추락하거나 비극적인 생을 마감하는

미투의 유명인들

그것은 몸의 일부분뿐 아니라

제정신의 문을 조절할 줄 모르는 비극인 것을

 

연다는 것은 벽을 없앤다는 것인데

재울음 우는 징소리 같은

내 사유의 지퍼는 언제 열릴 것인가

내 성질의 지퍼 관리를 되돌아보는 겨울밤

코로나19를 가둘 지퍼는 또 어디 없겠는가

 

계간 『시에』 2021년 여름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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