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퍼를 열다
정숙
연다는 것은
갇혀 있던 것을 해방시키는 일이다
세상 사는 일이
문이나 지퍼, 아니면 단추를
제때에 잘 열고 닫는 일 아니겠는가
요즘 바지 지퍼 관리를 못해 하루아침에
추락하거나 비극적인 생을 마감하는
미투의 유명인들
그것은 몸의 일부분뿐 아니라
제정신의 문을 조절할 줄 모르는 비극인 것을
연다는 것은 벽을 없앤다는 것인데
재울음 우는 징소리 같은
내 사유의 지퍼는 언제 열릴 것인가
내 성질의 지퍼 관리를 되돌아보는 겨울밤
코로나19를 가둘 지퍼는 또 어디 없겠는가
계간 『시에』 2021년 여름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