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273    업데이트: 24-01-12 12:43

신작소개

동거
관리자 | 조회 859


동거


겨울 베란다에서
이파리 거의 다 뜯기고 말라가던
호접란이
어느 날 꽃대를 밀어 올려 한 오 개월
곰곰 생각에 젖더니 이제 바나나 속 살빛 웃음을
흘리며 삭막해진 주위 살피고 있다.
깃털 다 뽑히고 붉은 벼슬만 남아있는 제 볼품에
나비의 날갯짓으로 품위를 살린 것은
이제껏 뿌리와 이파리의 지긋한 정이였다는 걸
새삼 깨달았는지 제 발등만 바라본다.
파리한 그 얼굴 안쓰러웠던지
냉이가
사랑이란 서로 빈자리 채워 주는 거라며
난의 우아한 몸짓 흉내 내며
좁은 난 화분 빈 공간에서
푸른 잎으로 제법 운치 있게 곡선을 그리고 있다.
눈빛은 호접란 꽃대 우러르며
병아리 눈물방울만한 꽃송이들 하얗게 앞세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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