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273    업데이트: 24-01-12 12:43

신작소개

고령에 가면
관리자 | 조회 648

고령에 가면
    --향피리 20   [정 숙]

지산동 518호분에 들어서면
하얀 나비들이 화르르 날아오릅니다
아니, 꽃잎입니다
미처 피어보지도 못한 채 생매장된 꽃봉오리들
섬겨야 할 하늘이 어디 있는지
생각할 겨를 없이 엄마, 엄마 찾다가
짠 물은 차오르고 숨이 막혀옵니다

사실은 가물가물해지는 기억
꽃잎은 언젠가 한번 쯤 나비되어 날아오르다가
진다는 걸, 믿고 있었던 나의 환상만
날아오르고 있었습니다
누굴 위한 순장인지
왜 이 깊은 물속에 갇혀야 하는지
아무것도 모르는 소녀들이
애간장 꿇게 울고 있는데

난, 난 하얀 나비들만 찾고 있었습니다

[한국시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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