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273    업데이트: 24-01-12 12:43

신작소개

살처분 [유배시편] 9 [정 숙]
관리자 | 조회 890

 
살 처분
-유배시편 9
 
 
1
 
정철은 술상을 마주하고 앉은 진옥에게 수작을 건다.
 
*"옥(玉)이 옥이라커늘 번옥(燔玉)만 여겼더니
이제야 보아하니 진옥(眞玉)일시 분명하다.
내게 살송곳 있으니 뚫어볼까 하노라."
 
기생 진옥은 지체 없이 수작을 받아 준다.
 
"철(鐵)이 철이라커늘 섭철만 여겼더니
이제야 보아하니 정철(正鐵)일시 분명하다.
내게 골풀무 있으니 녹여볼까 하노라."
 
얼,시구! '굿거리장단'으로 놀고 자빠졌네
잡것이 섞이지 않은 시우쇠라고?
모조품 아닌 참옥이라고?
 
덩따다다다 꿍따다다다 덩따다다다 꿍따
지난겨울 살처분 당해 가죽도 뼈도 남기지 못한 소귀신들
내 어설픈 장구놀림에 붙어 울분을 풀어놓는다
 
*"아으 다롱디리 어긔야 어강됴리
달하 노피곰 도다샤 머리곰 비취오시라"
 
2
엉뚱한 곳에 분풀이가 아니라 수작이 모두 개수작, 내 살아생전 옴짝달싹 못하게 통 속에 가두어 항생제만 처먹이더니 뱃속에서 세상 구경 한번 못해본 내 새끼들만 마구 땅에 파묻어 놓고 금세 돌아앉아 고기살점 불태워 먹으며 '오. 바. 마!*' 소주잔 부딪히는 게
 
음메~ 너희 인간구제역이여!
사람 짐승들이여! 시방, 음메~ 울어라, 울어
내 뱃가죽 살가죽 찢어지도록
더덩! 더덩! 덩! 덩!
덩더꿍! 덩!

 
*정철正鐵- 시우쇠, 잡것이 섞이지 않은 쇠.
*섭철鐵)- 무쇠, 정련되기 전의 거친 쇠.
*진옥眞玉- 참옥, 기생 이름.
*반옥半玉- 사람이 만든 모조 옥
*정읍사 부분
*오빠 바라보지만 말고 마음대로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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