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5    업데이트: 21-03-23 14:32

불의 눈빛

정 숙의 시 와 그림 연1,2,3,4, 처용무
정숙 | 조회 1,146

연꽃

-1

바람에 쉴 새 없이 몸 흔들리면서도

시린 발 견디며 진흙을 밟고 서서

곧 사라질

목숨,

이슬방울을

잠시라도 햇살에 한 번 더 빛나도록

소중히 떠받들고 있다

4

이슬 염주

---2

진흙 갈퀴에 발목 잡혀

오직 하늘 우러르고 있을 뿐

밤새 손 벌려 무슨 간절한

발돋움하고 있으면

그 아침 이슬방울 모아

햇살이

백팔 염주를 꿰고 있다

5

눈물이슬

 

----3

 

 

헐벗겨진 몸, 썩은 냄새나는 뻘에 파묻혀

진종일 흐느끼며 오래 서 있어본 이가

하찮은 이슬방울 안고도

*낮결에 몸 내어줄 줄 안다

 

시린 발 견디며 별들이 어둠 속 길 내느라

밤새 빛, 굴리는 소리 들어본 이가

다른 이들의 눈물방울

햇살에 빛나도록 떠받들 줄도 안다

 

*한낮에서 해가 저물 때까지

 

6

 

 

토란잎이

-4

 

양지바른 언덕 비탈에 서서

*해껏 바람과 햇살을 쫓아다니느라

이슬방울 또는 여린 눈물방울들

제 몸에 떨어지기 바쁘게 또르르 굴려버리며

 

한 방울 생의 흔적 남기지 않고

흙바닥에 맵차게 떨어뜨리면

 

금세 사라져야 하는 이슬과 눈물들이

목마름과 깊은 상처에

향기로운 새살 돋아나게 하는 힘 있다면서

실은 말라가는 제 발등 적셔주기 바쁜데

 

그 살찐 허리 굽혀 이슬염주 꿰고 있는

연못 내려다보라는 뜻인지

댕댕이 줄기가 칭칭 매몰차게 감아 오르며

 

*해가 질 때까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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