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2    업데이트: 22-08-12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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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연 정승화의 작품전에 부쳐
아트코리아 | 조회 214
소연 정승화의 작품전에 부쳐
 
I. 기명절지화의 연원
고동기나 도자기, 꽃과 채소, 과일류 등을 배치하고 그리는 ‘기명절지화’ 장르는 ‘박고도’, ‘청공도’, ‘기명화과도’로도 불려졌다. 그 성격은 옛것을 배우고 청아하고 고고하게 살기를 바라는 문인, 사대부들의 선비문화에 의해 발전되었으나 부귀, 장수, 다자와 같은 기복을 바라는 길상적 소재와 결합되어 일반 대중들에게도 실용적 성향의 장식화로 정착되었다.
중국에서는 오대의 서희, 황거채, 북송대의 이공린, 이숭, 명대 변문진, 육치, 손극홍, 청대의 운수평, 이선, 임백년, 조지겸, 오창석, 낭세녕이 기명절지화가로 유명하다. 우리나라에서는 고구려 불교 전래 후 고분벽화, 사찰, 건축물 등의 장식문양에서 기명절지화의 형태를 볼 수 있으며, 조선시대 중기 이후 『고씨역대명인화보』, 『당시화보』, 『십죽제서화보』, 『개자원화전』의 국내 유입으로 윤두서, 심사정, 강세황에 의해 기명절지화가 제작되고, 서민화가에 의한 민화의 ‘책가도’로 발전한다. 장승업에 이르러 필묵의 자유로운 운용과 역동적인 화면구성으로 독자적인 기명절지화 양식이 완성되고, 조석진, 안중식, 이도영, 변관식 등으로 계승된다.
 
II. 대구 서화(문인화)의 뿌리와 기명절지화
박제가 – 김정희 – 이하응 – 서병오 – 서동균, 김진만, 배효원 – 송석희, 도리석, 소효영, 현해봉, 박근술, 강선동, 임기순, 홍순록, 박대성, 서근섭, 정성근 등으로 이어지는 대구 문인화의 계보에서 보면, 기명절지화는 특히 기명과 고동기는 필묵의 자유분방함을 위주로 선적 표현을 강조하면서 꽃과 과일류는 채색을 가하는 종 형식으로 화제와 함께 개성적인 대구 문인화의 한 장르를 형성하였다.
 
III. 소연 정승화의 기명절지화
1990년대에는 도자공예에 관심을 가지고 작품제작과 함께 전시회에 참여하였고, 2001년경부터는 한국화와 한문 서예에 입문하였다. 2010년부터는 학산 정성근에게 문인화를 사사하면서 여러 단체전과 공모전에서 수상을 하는 등 문인화 작가로서 활동을 개시하였다.
이번 전시회는 사실상 그의 공식적인 첫 개인전으로서 그동안 수련하고 연구한 작품세계를 한번 정리하는 계기로서 의미가 있는 뜻깊은 자리이다. 사군자류와 화훼, 조류, 서예를 섭렵하고, 이번에는 특히 작가가 관심과 심혈을 기울인 기명절지화 작품들을 선보인다.
작가는 “필선묘의 변화와 여백 공간미의 창출, 먹과 채색의 조화를 중시”하면서 열정적으로 창작에 임하였다고 한다. 한편 “첫 개인전으로 너무 설레고 걱정도 된다면서 다른 작가들이 잘 다루지 않는 기명절지를 주제로 선정하여 선비정신의 전통을 계승하면서 현대적 조형미를 나타내려고 노력하였다”고 말한다.
앞으로의 계획은 계속 증진해서 훌륭한 작가가 되는 것이 작은 소망이라고 한다. 그의 호 소연 그대로 자연스러움을 담아서...
출품작들을 살펴보면, 여성적인 소박하고 자연스러운 필치와 비교적 단순한 기물과 천도복숭아, 국화, 수선 등의 배치와 구성을 보인다. 조형적 특징으로는 ‘여백의 공간미 표현에 집중’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미래에는 보다 적극적인 창작의도와 표현방법을 모색하고 연구하여 비범한 작가로서 성장하기를 기대해 본다.

 
2022. 8.
홍원기(대구교육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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