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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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수: 18    업데이트: 13-10-16 12:32

마음의 시

멀리 가지 못하고 주저앉아
아트코리아 | 조회 1,959
멀리 가지 못하고 주저앉아

정하해

등줄기 결린다
뜨끔거리거나 뒤틀리거나
그리워할 게 많은 사람들의 등은 유달리 허기져 결린다고들 한다
세상의 등을 건너면서
어찌 그런 허기 몇쯤 만들지 않았겠나마는
나는 고픈 등살 내비치기
싫어, 지금은 어디에나
등을 돌려놓을 수가 없다
내 등을 돌아 꽃들이 피똥을 싸는 계절
그것들에게도 등은 있을 것이다
저리 피는 종자별 등에도 숱한 허기들 묻히고 그 묻힌 것
한 개씩 쐬러 나온 것일 게다
외박처럼 시월의 길가에서 누군가
기다리다, 돌아서는
그들도 나처럼 결릴 것이다
멀리 가지 못하고 주저앉아 결릴 것이다

시집 / 살꽃이 피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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