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시

오동나무 여자

아트코리아 | 조회 2,182

오동나무 여자

정하해

오동나무 잎이 가지를 쳐놓는 어딘가

그도 있을 것 같아 반어거지 수색하다

꽃들 그 층층한 수렁까지 엿보다

내가 벗겨지면서 묻어나는

분칠하듯 묻어나는,

나무 속 흐르는 물로라도 만나고 싶어

오동꽃 목구멍 나를 밀어넣지만

아무것도 열리지 않아

이쪽과 저쪽 남몰래 스치는 우연 따위는

애초 없었던 것

올해도 만나지 못하고

물그르매 잔뜩 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