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떼를 보았다
/정하해
서점에서 그 사람 고전을 읽는다
속도가 나지 않는 신산한
방황이다
내가 건드린 검은 문자들
마치 떼거리 달려드는
검은 누 떼 같다
그가 파놓은 함정에서
목이 아프다
그는 융숭하고 매끄럽게 많이도
번식했다
누 떼들은 여기서 그를 먹었던 것이리라
누 떼를 따라
저 어지러운 회전과
없는 지식에 농락 한번 오지다
나는, 붉은 늑대처럼 세렝게티를 내달리는
이를테면
누 떼에 끼어 그냥 전력 질주하는
어떤 새끼 같은 것
- 정하해 시집 ‘젖은 잎들을 내다버리는 시간’
/시인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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