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평 장에서 정하해 화전 밭에서 캔 더덕 말고도 설악이 키워낸 분나는 감자 말고도 유달리 집착하며 부르는 메밀이라는 식구 그런 식구가 있다는 거 봉평 장에 가서 알았다 대접을 꼬물거리며 헤엄치는 올갱이국수, 그것이 부드러운 게 아니라 사납게 마음을 훔쳐낸다는 것을 좌판에 앉아 콧등끼리 슬쩍 닦아주는 멋쩍은 시장끼 얼굴을 나누었구나 소문 따라 한 바퀴, 천천히 스며드는 뭉툭하게 긴 말씨들 그렇게 봉평이 자랐겠다 하늘 아래 딱 그만큼 벌어진 어떤 자궁 같은 거 아우라지였나, 구절리였나 수더분하게 끌어안은 누이처럼 메밀숭어리 고봉으로 퍼 담지 않은 곳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