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서양화가 전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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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평론

2012-05-07 대구신문 - 전선택 개인전, 갤러리오늘
아트코리아 | 조회 1,060
서양화가 전선택 화백은 극도의 단순화된 구도와 부드러운 색채로 구상과 추상을 넘나들며 자연과 인생을 바라보는 자신의 내면세계를 표현하는 작가다.

그는 “나의 회화적 관심은 생활의 사실적 표현과 관념의 조형화에 있다. 그것은 단순한 사실주의적 표현이기보다 나의 내면세계가 투영된 사유의 결과물”이라며 작가적 경향을 밝혔다.

작가가 내면세계의 탐구를 통해 궁극적으로 동경하는 세계는 ‘신세계’와 ‘이상향’이다. 전 화백은 눈에 익은 산과 들, 꽃과 나무, 여인과 앳된 아이, 해와 달, 개와 물고기 등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풍경들을 사실적이면서도 함축적으로 재현한다.

단순화된 구도의 사실성은 파스텔 톤의 색채를 활용, 몽환적인 환상의 세계로의 변신을 꾀한다. 전 화백은 “극도로 단순화된 형체, 과감한 생략, 상식적인 내용의 배제 등은 현실을 넘어선 심상의 표출이며, 이는 곧 새로운 세계, 환상의 세계를 갈망하는 나 자신의 의지의 산물”이라고 밝혔다.

그의 그림은 지금의 우리보다 훨씬 순하고 착한 심성을 지녔던 근대화 이전의 전형적인 한민족의 감성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 그래서 그의 그림을 따뜻하고 순수하다. 전 화백의 이러한 작품 경향은 25살에 평안북도 정주군 임포면 원단동에서 월남한 실향민으로서 느끼는 작가 자신의 고독의 발현이며, 작품 속 부드러우면서도 온화한 원형의 표현들은 작가의 마지막 기억 속에 각인된 떠나오기 직전의 고향의 이미지였다.

작가는 이를 통해 고향과 고향사람들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하려 했을 것이다.

전선택은 시인 소월과 백석, 이중섭 화백을 배출한 일제하 민족학교인 오산학교 출신이다. 6년 선배였던 이중섭 화백과 교류하며 그의 영향을 받았다. 그는 오산학교 졸업후 도쿄의 가와바타 미술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다.

대구 대륜중과 영남대에서 교편을 잡았고 대구국제비엔날레 창설위원과 이상회 및 한국신구상회 창립위원을 지냈다. 대구시문학상과 대구미술대전 초대작가상 등을 수상했다. 전선책은 지역작가로 40여회의 개인전을 열며 황성한 창작활동을 펼친 한국 근대미술의 산증인이다.

초기에는 소묘와 수채화를 주로 제작했다. 전쟁 직후의 물자난으로 재료를 구하기 힘들었던 이유가 컸다. 이 시기 작품들의 소재는 생활주변에서 만나는 친근한 대상인 닭, 청어, 말과 수레 등이었고 사실적인 경향이 강하게 드러난다.

50년대 후반부터는 구성적인 요소가 강해지고 추상에 가까운 작품들도 다수 발표한다. 이후의 구성세계는 인생과 자연에 대한 관조적 경향을 더하며 원숙미를 드러낸다. 이때부터 어린아이 같은 순수한 정서가 더 강하게 드러난다. 그는 구성주의를 통해 형식주의와 표현주의 어느 쪽에도 기울지 않는 균형감각을 유지하며 조화로움을 추구하려 했다.

아흔을 넘긴 노 화백은 고령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창작의욕을 불태우며 도전의 끈을 놓지지 않고 있다. 지난 2월에는 90년대부터 써왔던 자신의 그림과 인생이야기를 정리해 ‘파랑새는 날아온다’라는 책을 발간해 화제를 낳기도 했다. 그가 후배들의 귀감으로 존경받는 이유다.

전 화백의 ‘갤러리오늘’에서의 전시 주제는 어린이날이 있는 가족의달 5월에 맞게 ‘어린이를 즐겁게 하려는 작품전’으로 정하고 어린이를 주인공으로 한 동심이 묻어나는 작품 20여점을 선보인다. 전 화백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대상을 어린아이의 앳된 얼굴이라고 밝히고, 그들의 모습을 통해 아름다운 세상을 꿈꾼다”고 말한다.
 
전시는 오는 10일까지 중구봉산동 갤러리오늘에서. (053)425-6845    대구신문 : 황인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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