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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평론

- 2009년 09월 24일 - 매일신문 - [김영동의 전시 찍어보기]화가의 행복한 노경
아트코리아 | 조회 1,124

김영동의 전시 찍어보기]화가의 행복한 노경  - 2009년 09월 24일 -  매일신문 -

 

한국원로작가 4인展 / 푸른방송 갤러리 / ~9.25

                            

후기 인상파의 반 고흐나 로코코 양식을 개창한 화가 앙뜨완느 와또, 르네상스의 거장인 라파엘로 등은 모두 공교롭게도 37세를 일기로 생을 마쳤다. 비록 단명했지만 뚜렷한 작품 세계로 미술사에 한 획을 그은 이들이다. 대구 출신 이인성도 불행하게 마흔이 채 되기 전인 38세에 생을 마감했다.

 그러나 다행히 그의 생애 최고작들은 대부분 아직 약관이던 20대 초반에, 즉 최고의 기량을 맘껏 발휘했던 1935년 전후에 이미 다 쏟아져 나왔다. 짧은 생애를 자신의 재능을 소진시켜 불꽃같이 살다간 화가다. 대구의 근대미술을 돌아보면 이보다 더욱 애석한 경우가 많다. 김용조는 이인성보다 4년 아래로 함께 서동진의 후원아래 서로 버금갈 정도의 각광을 받으며 화려한 출발을 했으나 서른을 못 넘기고 요절했다. 그가 남긴 예술의 편린들은 천재성을 엿보기에 충분하지만 유작의 수가 적어 아쉽다. 이상춘, 금경연 같은 뛰어난 재능들도 너무 일찍 떠나 못다 피운 예술혼들이 안타깝다.

 

몇 년 전 한 언론사가 주최한 마르크 샤갈 전이 국내서 큰 인기를 모은 적이 있었다. 샤갈은 아흔을 넘겨 백수를 바라봤던 화가다. 노년의 다작들은 아무래도 젊은 시절의 기량은 따르지 못해 매너리즘에 빠지기 일쑤지만 그래도 티치아노나 미켈란젤로 같은 작가는 노경으로 갈수록 인생의 관조에서 얻은 자신의 철학이 작품에 빛을 더했다. 피카소나 마티스 모두 팔순을 넘기면서까지 감동적인 작품들을 남겼다.

 

대구에는 아직 건재하신 80대 후반의 원로들이 여러 분 계신다. 작고 작가를 재조명하거나 원로 작가들의 초빙전이 전혀 없진 않았지만 한 작가가 평생을 이어온 화업이 제대로 빛을 보지 못한 채 사장되어간 경우가 많았다. 현재 푸른방송 갤러리에서는 모두 팔순을 훌쩍 넘긴 네 분의 근작전을 5일간 열고 있다. 그중 신석필, 전선택, 서창환 세분은 이북에서 월남하신 작가들인데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대구에 정착하여 반세기를 지내며 우리 근대사를 온몸으로 사신 분들이다.

향토 출신이신 강우문 선생은 시내 원갤러리에서 따로 조명하는 전시회가 동시에 열리고 있다. 노인 한 분이 돌아가시면 세상에 사전 한권이 사라지는 것이라고 어느 칼럼니스트가 쓴 글이 떠오른다. 이 분들 외에도 아직 붓을 놓지 않고 품격 높은 예술을 이어가고 있는 원로들이 더 계신다. 이분들을 전시장으로 모셔내 우리 공동체의 정신적 가치를 더 높이는 의미 있는 일들이 속속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미술 평론가(ydk81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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