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서양화가 전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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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평론

- 2008년 04월 18일 - 매일신문 - [김영동의 전시 찍어보기] 전선택 초대전
아트코리아 | 조회 854

- 2008년 04월 18일 - 매일신문

 

[김영동의 전시 찍어보기] 전선택 초대전
‘좋은 형태와 순수한 색채’가 주는 기쁨

 

전선택 초대 / 26일까지 / 우봉미술관

피카소는 자신이 어린아이처럼 되는데 평생이 걸렸다는 말을 했다. 유치함이란 단순히 지적으로 미숙하거나 모자람을 나타내지만 순진무구함은 그 이상의 어떤 품성을 가리킨다. 현대 미술은 그런 순수한 표현을 얻으려고 일부러 원시미술을 참조하거나 그림 그리기에 자동기술법(automatism)을 채용하기도 한다. 인습으로부터 자유로운 꾸밈없는 표현을 추구하는 것도 현대미술의 한 특징이다. 그러나 생명의 리듬감과 조화로운 감정을 전달하는 '좋은 형태와 순수한 색채'를 작품에서 만나게 되면 그런 것은 의도되었다기보다 저절로 발현되는 것임을 실감하게 된다. 온화하고 정감어린 화면이 작가의 깨끗한 성품의 반영이자 표출로 받아들여지는 전선택 초대전이 그런 감동을 준다. 실향에서 비롯된 고향에 대한 향수, 꿈같은 환상, 순수한 동심을 그리는 작가로 알려진 그의 예술은 마음으로 느낀 인생과 자연에 대한 이해요, 해석이라고 할 만한 것이다. 구상이든 추상이든 구애받지 않고 경험과 현실에서 소재를 취하는데 어디까지나 대상에 대한 관조에서 나온 것임을 느끼게 한다.

 

어린아이 같은 순수한 정서를 담고 있는 작품세계의 독특한 매력은 심미적 감각에 호소하는 색채의 회화적 요소와 역동적인 정신의 형태적 표현에 있다. 무엇보다 형태에 대한 꾸준한 탐구의 흔적이 그림마다 역력한데 사실적인 작품과는 달리 이 작가에게는 대상에 투사시킨 내적 감정을 그것과 일치시킬 수 있는 적합한 조형적 형태로 창조하는 일이 중요하다. 구체적인 형태로 결정하기 어려운 관념적인 내용의 경우에도 그것의 적합한 형상을 얻기 위해 형태의 윤곽선을 수없이 지우고 수정한다. 이때 지나치게 감정을 따르다 보면 대상의 형태는 주관적으로 왜곡되지만, 감정의 과잉 표출이라든가 극단적인 형태의 왜곡 같은 일은 조절되고 절제된다. 작품의 특징인 ‘균형 잡힌 조화로운 인상’은 이런 태도에서 결과된 것이다. 그러면서도 작위적으로 느껴지지 않고 화면에 긴장과 생명감을 잃지 않는 것이야말로 전선택 예술의 비밀이라 할 수 있다.

 

아마도 그것은 대상과 나누는 일종의 대화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즉 사물을 대하는 관조적 태도야말로 형식주의에 빠질 위험으로부터 작품을 구해주고 생명감으로 약동하는 리듬감을 획득할 수 있게 하는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팔순을 훌쩍 넘긴 작가가 아직도 매너리즘이나 권태에 빠지지 않고 제작의 활력을 유지할 수 있는 것도 그 때문이 아니겠는가.

색채는 마음의 영원한 위안이며 즐거움이라고 한 러스킨이 말처럼 이 작가의 경우에도 더없이 조화롭고 깊은 정감을 자아내는 효과는 가장 직접적이며 감각적으로 호소하는 색채가 만들어 낸다. 작품이 더욱 생명감을 발휘하게 한다.

김영동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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