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9    업데이트: 19-10-28 09:00

언론 평론

화려한 토템신화 문양 간직한 봉황, 화선지를 벗어나 캔버스 위로 솟아오르다
관리자 | 조회 1,489
“한국화로 다진 기본기가 지금의 서양화 색감 고유의 무게감과 창의적인 테마를 돋보이게 해”

출처 : 월간 인터뷰(INTERVIEW)(http://www.interviewm.com)



[월간인터뷰] 정재헌 기자 = 전향(轉向). 자신의 바탕을 바꾸는 것을 말한다. 이번에 소개할 서양화가 장영희 작가는 수묵채색으로 동양화의 기법에 서양화의 채색을 응용한 실험정신으로 시작해, 고대 암각화에서 모티브를 얻은 문양을 서양화로 재해석하여 보기 드문 개성과 신비로움을 펼치는 예술가다. 누구나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을 만큼 강렬한 시퀀스를 펼치는 색으로 한 장의 캔버스를 가득 메운 장 작가의 예술 인생을 요약해 본다. 


불혹 이후에 알을 깨고 나온 한국의 아프락사스, 형형색색에도 일취월장의 미덕을 얹다

한국화가 남강 김원 선생을 10년 간 사사하며 순수한 동양 산수 절경을 채워나가던 장 작가는, 최돈정 선생의 조언으로 서양화 채색을 도입하면서 전국의 명산지와 절경에서 일상의 아름다운 풍경을 끝없이 스케치하며 실력이 일취월장했을 뿐 아니라 동서양화가 조화를 이룬 독창적인 화풍을 완성할 수 있었다. 한국미술대상에서 제 6회 은상에 입상하고, 이듬해 제 7회에서 금상을 수상한 저력을 보였으며, 2000년 27회 수묵화 경북미술대전 최우수상 수상, 정수미술대전과 경북미술대전, 삼성현대미술대전, PARIS-Echange Coree Athena를 비롯한 다수의 대회에서 입상하고 수많은 초청전과 협회전, 교류전으로 내공을 다진 장 작가는 `80년대 말과 달리 이제는 초대작가전과 협회전에서 보여주었듯 서양화가의 정체성을 갖고 있다고 밝힌다. 화선지 위를 수묵과 유채, 수채와 분채의 신비로운 문양으로 가득 채웠던 장 작가는, 동양화의 ‘여백의 미’ 대신 캔버스에 아크릴과 유화로 독자적인 채색언어를 갖고 우리의 풍경과 자연,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고대 암각 벽화, 토기, 칼, 조각 문화에서 모티브를 얻은 동물 문양과 자연물들을 이용해 신묘한 형상들을 만들고 재현한다. 장 작가가 탁월한 표현력으로 센세이션을 일으킨 2005년 작 <봉황>, 그리고 이를 더욱 디테일하고 색다르게 재해석한 <얼>, 원색과 모노톤으로 나타낸 초현실적인 비구상 <세월>, 고대 암각화에서 온 다양한 자연물의 패턴이 생생한 <흔적>의 연작들을 보노라면 탈춤 인물화인 <환희>, 한국의 풍경담채화인 <설악설경>을 그린 작가와 동일인물이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오래 공들인 연습과 바탕작업, 그리고 여기에 오랜 숙고와 상상력을 더한 결과, 장 작가의 그림에는 평범한 동물, 일상의 풍경 묘사에도 강력한 임팩트가 있다.

 

개인사의 한 자락에 색감을 얹어 환상을 관조하고 현실 일상을 기록하는 서양화가


‘흔적’ 연작들을 마지막으로 화선지와 작별했다는 장 작가는, 의외로 많은 이들이 경도되었으리라 판단하는 애니미즘이나 토테미즘보다는 강렬한 영감을 주는 요소들을 알아보는 스스로의 육감과 안목을 더 믿는다. 미학과 자주성의 관점으로 전통문양을 판단하는 장 작가는, 삼족오와 봉황같은 신성한 생명체와 장승, 도예 같은 문화유산, 농사현장과 청도 소싸움 등 우리문화에 밀착된 현상들, 그리고 우리 땅 독도의 정경, 강원 정선의 풍경과 같은 한국적인 요소들을 스케치하고 채색한다. 그는 마음이 가는 장소들에 기증하여, 상주고등학교의 도서실에는 장 작가의 기증된 그림이 걸려 있다. 장 작가의 관점에서 보는 겨울은 실내에서 본 호젓한 바깥 은빛의 경치보다는, 혹한기의 인가가 옹기종기 모인 장면일수록 더 가치 있다. 그래서 대구 수성못 얼음 위의 추위를 견디며 스케치에 열중한 결과, 마침내 얼음산천이 매혹적인 풍경화를 완성하기도 했다. 좋은 장면의 사진을 찍어 작품을 낼 모티브를 찾는 사생여행에도 정성을 기울이며, 마음 속 느낌을 더한 풍경을 완성했을 때의 흡족함과 신묘한 우리 문화유산에 대한 경이로움에 충실한 장 작가는 늘 과거를 신화로 경배하기보다 현실로 끌어내어 잘 씻고 다듬는다. 평범한 미술인으로 출발해 3년 전 2월 회갑기념 개인전 <장영희 작품전>에서는 100호 대작을 선보였으며, 그림에서 욕심은 빼고 열정만 남겼기에 불필요한 고민을 하지 않는다는 장 작가가 바라는 것은 스펙 나열보다 새로운 개성으로 가득한 작품들이다. 혹시 15년 전부터 산수화 대신 자기 자신만의 그림을 택한 장 작가를 보며 만학의 꿈에서 봉황의 날갯짓에 이르는 깊은 숙고를 떠올렸다면, 선조들의 얼을 뛰어나게 재해석하고 자신의 것을 만들어 나간 작가를 선택한 스스로의 감상 능력에도 자신감을 가져도 좋을 듯하다.

출처 : 월간 인터뷰(INTERVIEW)(http://www.interview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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