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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평론

[작가특집] 막사발에 담은 사랑, 희로애락으로 녹여낸 詩 / 경부긴문 / 2022.12.30
아트코리아 | 조회 206
경북신문이 영남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중견작가를 만나 그의 어린시절과 예술활동의 과정, 작품성향 등을 짚어보고 있다.

이번에는 장개원 작가다. 그는 그림을 그린다기보다 인생을, 어머님의 삶을 그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어릴 때 어머님의 아련한 추억, 정지 찬장에서 무언가 꺼내는 신비를 그림에 고스란히 녹여 내고 있다.

◆ 장 작가 작품의 성향

섬세한 감정의 표현, 그 자체다. 일단 구상작업을 지금까지 진행하며, 정물과 풍경이라는 다소 진부한 소재를 현대적으로 표현하려 노력하고 있다. 초현실적인 상황의 전개와 정제된 색채와 단순화된 배경처리로 ‘정제된 기억’을 표현하고 있다.

작품의 모티브를 찾게 된 계기는 유년기 아련한 기억 속에서였다. 일곱 살 때다. 어머님의 공간인 정지(부엌) 찬장 안쪽 그릇에 무언가 담고 꺼내는 모습을 종종 보았다. 소중히 여기는 걸 보면 분명 좋은 것이 들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어머님이 일하시러 밭에 나간 사이 부뚜막에 올라가 찬장 문을 열었다.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꺼내본 그릇 안에는 10원짜리 동전 몇 개, 고무줄 묶음, 쪽지 뿐이었다. 실망스런 순간이었다. 성인이 된 지금 그때 일을 기억하면 웃음이 절로 나온다.

볼품없는 물건이 담긴 그릇은 어머님의 삶이 오롯이 담겨져 있었다. 물질만 담는 것이 아니라 사용한 사람들의 삶이 전사된 것 같은 정겨움이 느껴진다. 이처럼 그의 작품에는 비워진 도자기속에 녹아있는 삶의 이야기를 꺼내보는 타임캡슐의 기능으로써 접근하고 있다.

장개원 작가의 작품.최근 작업들은 ‘집’에 대한 추억을 풀어내고 있다. 모두 공감이 되지는 않겠지만, 동시대의 추억을 나눴던 사람들은 기억속의 정겨움을 되새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조그만 집이지만 많은 식구와 좁은 공간에서 살을 부비며 살면서 불편했던 삶을 대변하듯 기와집이나 슬레이트집을 막사발 안에 담아내었다.

그는 오늘도 따뜻했던 옛 추억을 화면 속에 채워 나가고 있다. 작가의 붓질 하나하나에 쌓인 정(情)이 색채(色彩)가 되고 형상(形相)이 돼 그림을 접하는 다른 이들에게 훈훈함과 따스한 기억을 소환시켜 행복함이 스며들게 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가지고 있다.

◆ 장 작가의 작품 세계

한국의 전통적인 미학은 비대칭에서 민족 정서나 인간의 삶을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상류사회의 평화를 표현한 달항아리와 서민들의 생활소품이었던 막사발을 보고 있노라면 한국의 여러 전통적인 정서가 물씬 느껴진다.

고즈넉한 겸손과 무질서 속에 자유로움, 넉넉한 여유와 은근한 짜임새 등 다양하다. 소박해서 무상하고 풋풋해서 무심하다. 비대칭에서 빚어진 백자와 도자기들은 그만큼 한국인의 정서를 모두 담아냈을 것이다.

이런 정서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것이 가족생활에 유추될 수 있는 인간관계다. 작가의 인간적인 마음의 창을 보고 있노라면 사람과 사람끼리 살아가는 모습을 보는 너·나들이 리얼리즘의 정수를 확인하는 것 같다.

◆ 장 작가의 막사발은

장 작가의 막사발에는 그의 사랑이 녹아있으며 고향의 봄 향기가 피어난다. 그곳에서는 들마루가 놓여 있고 고추가 태양초로 익어 갔다. 뒷편에 해우소가 자리 잡고 있었고, 노란 은행나무도 천년의 그리움을 인내하며 긴 기다림 속에서 작은 디새집을 지키고 있었다.

동토에서 풀과 꽃나무 아래 흙을 밟고 유년기를 보낸 영혼과 정신세계마저 순수하게 표현하고자 하는 고향의 풍경과 추억이 사발 위에 기록물로 새겨진 사람들의 희로애락을 사랑시로 남겨놓았다.

◆ 장 작가의 이력과 현재 활동은?

장 작가는 대구대 미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했다. GS 타워갤러리 초대개인전 등 22회 개인전을 통해 작품을 선보였다. 제2회 영남의 진경(포스코갤러리)Kife Plus(SETEC), BLUE아트페어(웨스틴조선 부산호텔), BLUE아트페어(대구엑스코), BLUE아트페어(파라다이스호텔), BAMA국제화랑아트페어(벡스코), 경북청년작가회(갤러리경북), 서울아트엑스포(코엑스), 광주국제아트페어(김대중 컨벤션센터), 몽플뢰르 국제초대전(프랑스 몽플뢰르 시민회관)에서 전시회를 가졌다.

장 작가는 대한민국 신조형 미술대전, 삼성현 미술대전, 신라미술대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심사위원을 역임, 타인의 작품을 평하기도 했다.

장 작가는 작품활동을 해 오면서 제44회 경북도미술대전 대상, 제8회 대한민국수채화대전 최우수상 수상. 제1회 경북청년작가상 등 많은 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한국미술협회, 수성구미술가협회, 대구수채화협회, 프리즘, 경북청년작가회 회원으로 왕성한 예술활동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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