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30    업데이트: 13-10-16 21:29

2 전시관

장개원
장개원 | 조회 646



항아리

                    시/빙어


저 속에 바람 소리

폭풍전야의 고요처럼

애절한 기다림이었던

님의 침묵이었습니다


저 고요 속에 날갯짓은

젖은 그리움의 비상이었고

당신께 향하지 못한

프쉬케의 영혼이었습니다


저 그림 속에 아우성은

천 년의 그리움으로 피어난

항아리 속에 긴 기다림은

어머니의 사랑이었습니다.


[금개-장개원화가에게 드리는 헌정 시]


 

  화가 장개원은 필자가 만난 사람 중에 몇 안 되 는  사제[師弟]간의 인연으로 만났었다. 그 고운 인연 때문에 그의 첫 개인초대전의 서문을 비평가의 눈이 아닌 인간적 향기가 묻어 있는 짧은 글을 남기고자 졸필의 펜을 들어 보았다. 그의 그림은 내가 좋아하는 그리스 신화의 에로스[Eros]와 프쉬케[psuche]를 연상시켜주는 묘한 마력이 있었다. 긴 기다림과 그리움을 가슴에 끓어 안고 맑은 영혼으로 빚어낸 당신의 사랑가이었다. 사랑의 그릇은 무엇을 넣음으로써 채우는 것이 아니라 비워냄으로써 채우는 것이라는 그 이치를 알고 있다는 말로 해석하고 싶다. 

프쉬케[psuche]란? 그리스어로 영혼과 나비란 뜻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그리스 신화 속에 기록된 프쉬케[psuche]는 미[美]의 여신[女神] 아프로디테의 시샘을 받아 사랑하는 에로스[Eros]와 이별했지만, 온갖 고초와 시련을 이겨내고 에로스와 재결합을 한다. 실제로 나비는 많은 면에서 영혼과 닮아있다. 고치라는 추하고 미성숙한 껍질을 벗는 자아성숙의 신비와 맨손으로 쉽게 잡히지 않는 점, 찢어지기 쉬운 날개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 그러하다. 인간의 영혼이란? 프쉬케[psuche]가 그러했던 것  처럼 수많은 고난과 고통 속에서 본래의 껍질을 벗고 환골탈피하는 그 무엇이며 세속에 푹 빠져 살면서도 자유롭기를 바라는 욕망과 쉽게 상처를 입는 섬세함을 지녔기 때문이다. 영혼의 성숙이란? 자신의 힘으로 고치를 만드는 나비처럼 긴 침묵과 기다림 그리고 그리움을 인내하는 과정임을 일께워 주곤 한다.

그의 수채화는 수줍은 여인의 하얀 피부처럼 촉촉함과 향기로움이 묻어 있다. 또한, 색채는 원색적이기보다는 중성 색으로 바림되어 흑백 대비가 두드러진다. 두더러진 다는 말은 변화무상한 도시 풍광에서 불던 타박한 바람이기보다는 그가 태어나 유년기를 보낸 당신의 기다림과 그리움이 배어 있는 경북 문경이었기에 정적미감으로 아름다운 수채화로 달 항아리와 분청사기를 빚어 낼 수 있었고 고즈넉한 날개짓으로 당신의 사랑을 사무치도록 그리워 하며 아름다운 비상을 꿈꾸는 일일지도 모른다. 원형으로 돌아가고 싶은 화가의 태생적인 욕구가 성실한 모습으로 정적 고요함으로 나타낼 수 있는 오늘을 표현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의 그림에 등장하는 소재들과 색채는 단순하다. 그 단순함이 장개원의 그림을 결정하는 모티브가 될 것이고 마음의 여백을 찾을 수 있는 한가로움의 열쇠가 된다. 화가의 그림을 통해 잃어버린 고향과 당신의 영혼을 보듬고 그리움을 찾는 일은 두고두고 유익한 일이다. 화가로서 첫 발걸음 내 딛는 화가에게 축하의 메시지와 함께 따뜻한 박수를 보낸다.

11월 겨울 초입에서 빙어-한창현[시인. 서양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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