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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평론

2011년 07월 08일-13일(개인전 서문-극작가 안희철)
관리자 | 조회 470
생명의 시간
 
예술 장르 중에서 사진은 상대적으로 역사가 짧은 편이다. 문학, 음악, 미술, 무용, 연극 등 우리가 흔히 기초예술이라고 부르는 예술이 거의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하는 것이라면 사진은 과학의 발달과 함께 성장한 예술이기 때문이다. 물론 영화에 비한다면 사진의 역사가 결코 짧지만은 않다. 그리고 가장 큰 변화를 겪고 있는 예술 장르이기도 하다.
주위를 둘러보자. 펜이나 붓 또는 악기를 들고 다니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사람은 수도 없이 많다. 요즘은 휴대전화에 고성능의 디지털카메라가 기본으로 장착되어 있으니 카메라를 들고 다니지 않는 사람이 오히려 드물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사진이 과학과 함께 성장한 예술이라는 특징을 잘 보여주는 증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이유로 사진은 과학의 발달과 함께 어느 예술 장르보다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누구라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친숙한 예술이 되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때문에 오히려 더 가치 판단을 내리기 어려운 예술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가 되겠지만 ‘누구나 사진작가가 될 수 있지만 아무나 될 수는 없듯이 어느 것이나 작품이 될 수 있지만 아무 것이나 작품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촬영할 수 있는 사진이 의미를 갖는 작품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사진에 담기는 대상과 아울러 그 대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존재하는 그대로를 담는 보도사진에도 작가의 시선에 따라서 전혀 다른 주제를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을 떠올려본다면 사진작가의 의도나 시선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다시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영기의 사진에는 늘 독특한 시선이 존재한다. 작품의 대상은 나무나 숲 등 자연적인 것에 거의 한정되어 있지만 누구나 담을 수 있는 단순한 풍경사진은 결코 아니다. 그는 피사체를 촬영 당시의 시간에 멈춰있게 만들지 않는다. 흐르는 시간을 잡아서 작품 속에서 다시 자연스럽게 흘러가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때로는 가로로 때로는 세로로 흔들린 듯 흐릿한 그의 사진은 과학의 발명품으로 만든 예술이라기보다는 붓으로 차근차근 그려간 한 폭의 회화를 떠올리게 만든다. 그래서 보는 이가 작품 속의 시공간에서 함께 머물고 있다는 느낌을 온전히 전해주고 있다. 이는 자연이라는 거대한 생명체가 언제나 우리와 함께 숨을 쉬며 살아가고 있다는 그의 따뜻한 시선이 담겨 있기 때문이 아닐까.
현대는 모든 것이 급격하게 변하고 있는 속도경쟁의 시대다. 우리에게 익숙했던 풍경은 어느새 순식간에 지나가고 없다. 그러다보니 이제는 순간포착이라는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하지만 단순한 순간포착은 지나간 것에 대한 사실 확인이나 아쉬움이 섞여있는 미련 혹은 아름다운 추억에 대한 회상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 때문에 흐르는 시간을 잡아서 그대로 멈추게 하지 않고 보는 이의 눈앞에서 다시 자연스럽게 흐르게 한 그의 작품은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어쩌면 사진에 제목이나 설명을 거의 붙이지 않는 그의 특징처럼 사진 속에 등장하는 나무나 숲의 실제 배경에도 이름이나 설명은 없었을 것이다. 혹시 이름이 있다고 한들 그게 무슨 소용이겠는가. 그의 관심은 언제라도 바뀌거나 바꿀 수 있는 이름이 아니라 살아있는 생명의 시간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분명한 것은 사진 속의 숲이 실제 사진촬영의 배경이 된 숲처럼 자연스럽게 숨을 쉬며 살아갈 것이라는 사실이다.
 
안 희 철 (극작가)
 
 
생명의 시간
 
이영기의 사진에는 늘 독특한 시선이 존재한다. 작품의 대상은 나무나 숲 등 자연적인 것에 거의 한정되어 있지만 누구나 담을 수 있는 단순한 풍경사진은 결코 아니다. 그는 피사체를 촬영 당시의 시간에 멈춰있게 만들지 않는다. 흐르는 시간을 잡아서 작품 속에서 다시 자연스럽게 흘러가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때로는 가로로 때로는 세로로 흔들린 듯 흐릿한 그의 사진은 과학의 발명품으로 만든 예술이라기보다는 붓으로 차근차근 그려간 한 폭의 회화를 떠올리게 만든다. 그래서 보는 이가 작품 속의 시공간에서 함께 머물고 있다는 느낌을 온전히 전해주고 있다. 이는 자연이라는 거대한 생명체가 언제나 우리와 함께 숨을 쉬며 살아가고 있다는 그의 따뜻한 시선이 담겨 있기 때문이 아닐까.
 
안 희 철 (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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