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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평론

숲의 향연 2006년 12월 07일-29일(개인전-서문-전종건)
관리자 | 조회 459
숲의 향연
 
이영기의 ‘숲’ 연작은 관객들에게 명상과 사색의 길을 열어준다. 특히 번잡한 빌딩 숲에서 살아가는 도시인들에게 잠깐이나마 쉼표를 제공한다. 숲은 인간이 자신을 되돌아보고, 자아를 찾을 수 있는 특별한 곳이기 때문이다.
 
그가 안내하는 숲으로 들어가 보라. 문명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휴양의 파라다이스가 펼쳐질 것이다. 인류를 출산한 자궁, 바로 그 숲은 우리의 먼 조상격인 영장류가 태어난 모태이다. 지구 탄생 이후 곧바로 형성된 숲은 인간이 처음 일어서서 걷기 시작한 마당이며, 불을 만들고 문명을 일으킨 장소가 아니었던가!

이영기의 사진들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이처럼 숲이 주는 삶의 원초적 가치들 외에도 온갖 아름다움을 만날 수 있다. 계절의 변화가 빚어낸 다양한 색채감과 나무들이 연출하는 곡선의 부드러움, 그리고 조망 지점에 따른 회화적 긴장감을 느끼게 한다.
 
이번 전시 작품들은 그동안 카메라에 담은 수많은 사진들 중 꼼꼼하게 선별한 것이다. 이 화면들은 숲의 시공간적 특성들이 쏟아내는 심미적 상상력과 속도감을 자연스럽게 포착한 ‘카메라 셔터의 향연(饗宴)’이기도 하다. 눈 내리는 겨울 숲의 아늑함, 노랗게 물든 가을 숲의 평화로움, 어둠이 내리는 숲속의 신령스러움, 바람에 흔들리는 수목들의 합창 등 숲이 건축한 콘서트홀을 연상케 한다.

이영기의 숲은 인간을 구속하는 억압과 강요의 반대편에 자리한 해방과 자유의 회화적 공간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는 관객들이 ‘숲’ 연작에서 유별난 의미나 예술적 메시지마저 탐색하기를 달갑게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숲이 선사하는 자연에로의 귀소본능을 귓속말로 전하고 싶은 것일까.
 
전종건 (前 영남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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